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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Mar 24. 2022

바다에도 봄이 내려왔지만

바닷가에서 7

 봄 같지 않은 봄

 

일본에서 봄의 기간이 가장 짧은 봄을 가진 홋카이도의 사람들은 그 짧은 봄을, 기간이 무척 짧아서 좋다고 한다. 혹독하게 추운 겨울을 이겨냈기에 비록 다른 지역보다 봄이 짧아도 느끼는 봄의 기쁨은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조깅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골목을 지나오면 마당에 나무를 심어 놓은 집의 담벼락 밑을 지나칠 때면 어김없이 싸구려 방향제 냄새가 난다.


봄이 오고 있다. 봄이 세상에 도래하면 모든 풍경이 바뀌고 컬러가 변한다. 그렇지만 바다는 봄이 되어도 육지만큼의 변화는 없다. 봄이 되어 해가 따뜻해도 바다는 겨울만큼 차가웁다. 바다는 봄이 그다지 반갑지 않다는 듯 봄의 햇살을 튕겨낸다.


봄의 바다는 아주 차갑거나 몹시 차가웁다. 바다는 정말 겨울에서 벗어나기 싫은 듯 아직 바람도 거세며 차다. 갈매기들은 여봐란듯이 계절의 변화 따위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라며 바다에 앉아들 있다. 그럼에도 바다에 나와서 해야 할 일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지만 하지 않으면 그 사람이 하지 않으면 대번에 표가 난다. 이 세상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바닷가에 살고 있지만 바다는 사계절을 살지 않는다. 바다는 여름과 겨울만 사는 것처럼 보인다. 바다에 봄과 가을은 없다. 바다는 항상 차갑거나 덜 차갑거나. 그래서 바다가 마음에 든다. 바다는 행복을 바라지 않는다. 그저 조금 덜 불행하다면 바다는 늘 비슷한 모습으로 사계절을 살아내기 때문이다.






오늘의 선곡은 뉴 키즈 온 더 블록의 투나잇 https://youtu.be/JTo3N73hp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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