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시리즈
소설 ‘용서받지 못한 밤’을 보면 유키히로는 스무 살 딸을 혼자서 키웠다. 그에게는 하나의 비밀이 있다. 딸 유미가 네 살 때 아내를 죽였다는 것이다. 당시에 누구도 모르게 그 사실을 숨기고 잘 처리했다고 믿었는데 15년 뒤에 누군가가 비밀을 안다며 돈을 요구한다. 덱스터의 기나긴 여정이 끝나고 10년 후에 덱스터는 자신의 이름을 바꾸고 마이애미에서 멀리 떨어진 뉴욕의 북부 작은 마을 아이언 레이크에서 살아가는데 덱스터 모건, 자신만큼 아니 자신보다 더 큰 어둠의 충동을 지닌 아들 해리슨이 나타난다. 그러면서 덱스터는 뉴 블러드 시즌이 시작된다.
덱스터가 10년 동안 시리즈 8까지 방영이 되었다. 대단했다. 엄청났다. 실로 조마조마하며 아슬아슬했고 통쾌했으며 사이코패스 살인마 덱스터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다. 시리즈 8 이후 10년 지난 21년에 시리즈 9, 덱스터의 뉴 블러드가 다시 방영했다. 이 시즌으로 이제 다시는 덱스터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었다. 그건 영화를 보면 된다.
2006년에 했던 덱스터 시즌 1이 케이블 티브이를 통해서 다시 방영을 시작했다. 그 이름만으로도 얼마나 흥분되고 멋지고 짜릿하며 친근한가. 덱스터는 법적으로는 사이코 범죄자이나 사회규범적으로는 히어로인 셈이다. 현실에서 이런 히어로를 우리는 얼마나 바라고 있는가. 그건 부인할 수 없다. 모든 사람들이 사형을 바란다는 악질 범죄자도 1심, 2심, 항소, 대법까지 가서 집행유예나 5년! 같은 선고를 받는 말도 안 되는 일을 우리는 그동안 많이 접했다. 심지어는 사회가 매장시키고픈 죄를 지은 가해자가 형을 살고 나오면 정부에서 보조금으로 지원을 해주며 사람들에게서 보호하기 위해 공적인 인력을 배치하기도 한다.
법으로 해결이 안 되는,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 가며 성폭행을 일삼으며 심지어 죽여서 토막을 내는 사이코패스 범죄자들, 경찰이 잡지 못하는 악질범을 덱스터 모건이 심판을 한다. 덱스터 내부의 극심한 어둠과 살인 충동으로 사회악을 찾아서 처단을 한다. 물론 법적으로는 덱스터는 한낱 범죄자일 뿐이지만 법망을 피해 지속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사이코 범죄자는 덱스터에 의해 처단이 되고 나면 다시는 그런 짓을 할 수 없기에 우리는 덱스터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쩌면 우리 마음속에 그런 모습을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우리는 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느님이 아니고 부처님도 아니기 때문에 사회 속에서 법망을 피해 다니며 죄를 짓는 인간들 - 소년범, 성범죄자들, 그루밍 범죄자, 악질 스토커들은 사라졌음 하는 것이다.
덱스터는 경찰이다. 덱스터는 혈흔 분석가로 아주 뛰어난 천재다. 살인 현장에 있는 혈액을 분석하여 범죄자를 잡는다. 이는 겉으로 드러난 덱스터의 모습이다. 하지만 이렇게 잡힌 범죄자는 보석금이나 변호사를 잘 두거나 재판정에서 배심원들의 마음을 움직이면 형을 살지 않을 수 있다. 또 덱스터는 모두에게 친근하며 문제가 있는 애인에게도 자상하며 애인의 아이들에게도 멋진 아저씨다. 하나뿐인 경찰 여동생 데브라에게는 믿음직한 오빠로서 도움을 줄 수 있는 한 도움을 주는 자상한 오빠다. 데브라의 아버지 헤리는 덱스터가 2살 무렵 입양을 했다. 데브라와 덱스터는 친남매는 아니지만 그 이상으로 데브라는 덱스터에게 모든 문제를 털어놓는다.
그럼에도 덱스터는 사이코 범죄자를 찾아서 그 누구도 모르게 토막 내어 처리를 하고 범죄자의 피 한 방울을 전리품처럼 가지고 있는다. 덱스터는 모든 면에서 완벽하려고 하고 그렇게 하고 있다. 덱스터가 그게 가능한 것이, 그런 완벽에 가까운 생활을 가능케 하는 건 감정이 없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관계에 나타나는 감정은 덱스터의 연극일 뿐이다. 덱스터는 피가 난자한 살인 현장에서는 재빠르게 뇌가 회전을 하지만 애인이 지금 이 순간 덱스터와의 조금 불안한 관계에 대해서는 어찌할 바를 모른다. 그래서 시즌이 넘어갈수록 덱스터는 인간의 감정을 하나씩 알아가고 덱스터가 어째서 감정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가 되었는지 알 수 있다.
덱스터에게는 살인하고픈 강렬한 충동, 이 억누를 수 없고 고통과도 같은 엄청난 충동을, 법망을 피해 교묘히 살인을 하는 사이코패스를 잡아서 토막 내는 데 사용을 한다. 다른 사이코패스의 무차별적 살인과 다른 점은 덱스터는 양 아버지, 경찰이었던 헤리에게서 어린 시절부터 훈련을 받았기 때문이다. 살인충동을 억누를 수 없어 어차피 살인을 해야 한다면 살인자들, 경찰이 잡지 못하는 – 그래서 법망을 피해 가는 아주 나쁜 악질 범죄자들을 죽이도록 훈련을 받았다. 사이코패스는 사이코패스가 잡아야 한다는 덱스터. 그것이 우리가, 전 세계가 10년 동안 덱스터의 시리즈에 매료되었던 이유였다. 시즌 1에서 혈흔 분석가 사이크 패스를 알아본 살인자는 매춘여성들을 죽이면서 토막을 내고 피를 다 뽑아서 덱스터에게 자신을 찾아오라는 신호를 보낸다. 그렇게 시작된다.
덱스터가 티브이에서 방영한 시점이 묘하게도 계곡 사건의 주인공 이은해가 구속이 되는 시기다. 이은해는 현재 그 어떤 한국사람에게도 면죄부를 받을 수 없는 인간이다. 태어나기를 죄를 짓기 위해 태어난 인간처럼 보인다. 이은해와 요만큼이라도 관계가 있는 사람은 대부분 불이익을 다하거나 이은해에게 받아야 할 무엇인가를 받지 못했다는 기사가 올라오고 있다. 오죽하면 현재의 연인 조현수를 살린 것이 이번에 이은해의 구속이라는 말까지 있다. 노예인 조현수 역시 시간이 지나 주인인 이은해의 관심이 떨어졌을 때 어떻게 당했을지는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이렇게 대국민 뒷골을 아프게 하며 도망 다니다 잡혔는데 – 자수했다고 하면서도 질문에 묵묵부답인 이런 범죄자가 사회적 잣대로는 무기징역 내지는 사형감이다. 하지만 전혀 그렇게 되지 않을 거라는 걸 우리는 다 알고 있다. 법정에서는 확실한 물증이니, 초범이니, 정신적인 감정 결과 문제가, 같은 선고로 우리의 생각과는 다르게 흐지부지하여 실형이 어떻게 떨어질지는 의문스럽기만 하다.
저런 살인자들, 사람을 죽이고 토막을 내거나 죽인 사람을 가지고 노는 그런 사람을 우리는 살면서 몇이나 볼까? 이런 거 한 번 생각해본 사람이 있을까. 왜냐하면 내가 팔을 뻗는 울타리 안에는 평화, 정의, 행복만이 가득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호러블 한 것이 없다. 그리고 살면서 검사를 단 한 번도 만나지 않는 사람이 수두룩할 정도로 살인자를 만나는 일도 드물다. 하지만 2년 동안 근무한 구치소에서 나는 범죄자들을 아주 많이 만났다. 그들 모두 밖에서는 아이들과 놀아주는 착한 아빠, 다정한 남편, 능력 있는 사장이었다.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을 우리는 늘 잊어버리고 산다. 우리의 문제라면 금방 까먹는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고유정의 일은 다 잊어버렸다. 치밀한 계획하에 남편을 죽이고 토막을 내서 유기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받고 복역 중인 고유정. 하지만 지금과 같은 사이코패스 정신으로 가면을 쓰고 조신하게 20년 복역 뒤에는 가석방을 신청할 수도 있다고 한다.
현실에도 덱스터 모건 같은 사람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는 없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이 살인자들에 대한 사건과 문제 해결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어야 하지만 사람들은 지나간 일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새로운 사건은 매일 터지며 새로운 소식을 우리는 원하고 바라기 때문이다. 아마 그렇게 이번 사건의 이은해도 곧 잊히게 될 것이다.
덱스터를 보면 경찰을 죽인 범인이 석방이 되어서 허망한 표정의 아버지 헤리에게 어렸던 덱스터가 그랬다.
“그건 불공평하잖아요.”
“인생은 원래 불공평하단다. 덱스터.”
시즌 9까지 사람들이 빠져 들어서 볼 수 있었던 것은 보는 이들을 혼란스럽게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도중에 덱스터는 인간의 감정을 하나씩 알아가면서 점점 인간화가 되어서 실수도 하게 되고, 들키기도 하는 등 아주 아슬아슬하고 조마조마한 순간들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