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를린의 손길 1

소설

by 교관


1.


그 모임은

그 기묘한 모임은 일주일에 세 번, 두 시간씩 했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또 행복한 시간이었다. 카페에서 맛있는 음료와 조각 케이크를 먹으며 모임은 점점 달아올랐다. 재미있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유익한데 재미있기도 한, 두 가지를 동시에 가질 수 있는 시간이라는 점이 모임에 모인 사람들을 흥분시켰다. 모임의 회원은 고작 4명이었고 영어모임이었다.


회장은 한국인 2세로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죽 자랐고 성인이 되어서 한국의 우리가 있는 이 도시로 오게 되었다. 커뮤니티를 통해 영어 모임의 회원을 모집했고 인원은 4명 제한이었고 회장은 친구를 사귈 겸 해서 무료로 영어를 가르쳐 주기로 했다.


나를 비롯해 회원들은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있는 영어 모임을 무척이나 기다렸다.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가 모임을 통해서 알게 되었고 전부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있었지만 다른 곳에서 각각 태어나서 생활하다가 만난 사이여서 더 재미있었다.


회장에게 왜 인원을 더 늘려 더 많은 친구를 사귀지 않느냐고 했더니 너무 많으면 잘 가르쳐 줄 수 없고 카페에서 모임을 해서 영어를 공부하기에는 이 정도의 회원 수가 적당하다고 했다. 모임에서 내가 가장 늦게 합류를 했다. 3명의 회원들은 먼저 회장과 모임을 하고 있었다.


원래는 중간에 들어오는 일이 없지만 나는 어쩐지 그 틀을 깨고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모임이 있는 날은 미리 정해 놓지 않고 회장이 하루나 이틀 전에 메시지를 보내주었다.


[내일 저녁 8시 ##동 엔제리너스 카페 2층]


다음 날 약속이 있는 회원은 어쩔 수 없지만 보통 약속이 있어도 영어 모임에는 빠지지 않으려고 했다. 아무래도 뒤처지면 자기만 손해라는 생각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즐겁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아지트처럼 한 곳의 카페를 정해놓고 모임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한 번 갔던 카페에는 다시 가지 않았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수많은 예쁜 카페가 많아서 회장은 미국의 카페들보다 한국의 카페가 좋다면서 이왕이면 새로운 카페에서 모임을 하고 싶어서 그렇다고 했다. 모두가 영어에 목말라 있었다.


영어라는 건 한국에서 태어나 고등교육을 받으면 12년 동안 영어를 달고 살아야 한다. 그러나 미국인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학교에서 영어를 공부하는 것과 영어로 대화를 하는 건 다른 문제다. 특히 학교를 다닐 때 영어 성적이 무척이나 좋은 사람들이 영어로 대화를 못하면 사람들에게 눈총을 받거나 위축된다.


소문이 날 정도로 영어 성적이 좋으면 미국 사람과 대화 정도를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는 게 사람들의 생각인데 그런 기대를 와르르 무너트리게 된다.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라면 더없이 자신에게 실망하게 된다. 그래서 모임에 빠지는 회원들은 없었다. 아무리 약속이 있어도 약속을 취소했다.


한국인은 좀 이상해서 글을 쓸 때 한국어 맞춤법이 틀리면 그것대로 받아들이고 그냥 넘어가기도 하지만 영어 스펠링 하나 틀리면 아주 난처해하고 곤란해한다. 영어 스펠링 하나 정도 잘못 썼다고 해서 외국인이 나무하거나 이상한 눈초리로 보지 않지만 이상하게도 우리는 스펠링 하나 틀리는 것에 신경을 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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