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관 Jan 17. 2023

하루키와 브라이언 윌슨

좋아죽어



겨울 골목에 겨울 어둠이 내려앉으면 겨울 골목의 집집에서 새어 나오는 노란 불빛이 달의 뒤편 같은 그림을 만들어낸다.


호들갑스럽지 않은 영혼들이 모여들어 고요한 축제를 펼친다. 작은 영혼들은 덜 지기 위한 것, 덜 불행한 것을 위해 춤을 춘다.


흔들림 없는 굳건한 ‘진실’보다 흔들흔들거리는 ‘가능성’을 믿는다. 어떤 노래에서도 "지루하게 선명하기보다는 흐릿해도 흥미롭게"라고 했다.


차가운 겨울 골목의 겨울 어둠 속에서 영혼들은 전부이기보다 일부로서 만족하는 법을 배운다.


고요한 정적 속에 세계 초침이 짹짹짹짹 움직인다.

그 소리가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준다.

세상에는 이런 사소한 것들에게 때때로 위로를 받는다.


반복되고 일정한 간격의 짹짹짹짹 움직이는 소리는 기묘하지만, 어떤 무엇인가를 간절하게 피하려고 할 때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것처럼 강렬하게 원했을 때 도망갔던 그 무엇이 다가온다는 믿음을 주는 소리다.


시계 초침의 소리가 말라버린 웅덩이처럼 느껴지면 딸각, 불을 끄고 이불을 코밑까지 덮고 잠을 청한다. 명순응처럼 눈을 감아도 시계 초침의 짹짹짹짹 움직이는 소리가 부재의 형태처럼 귓가에 맴돈다.


어느 순간 하루키가 나타나 브라이언 윌슨을 소개하고 브라이언 윌슨은 한결 편안해진 얼굴로 팻 사운드를 부른다. 하루키는 말한다. 우리는 굳건한 진실보다 흔들흔들 가능성을 믿는 존재들이지요.


아, 내가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아직 살아있는 하루키와 브라이언 윌슨 씨 고백합니다. 저 정말 당신들을 좋아해요.



브라이언 윌슨의 팻 사운드 https://youtu.be/oaYs_zECQaQ 좋아죽어ㅠㅠ

Sweven


매거진의 이전글 By the Book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