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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n 12. 2023

아바

치키티타를 들어보자


내가 처음으로 들었던 팝이 아바의 치키티타였다. 초딩 때, 나는 국민학교였으니까 국딩 때. 나는 국민학생 때에도 라디오를 많이 들었다. 요즘 초등학생들은 라디오 같은 거 안 듣겠지?라고 생각하겠지만 윤도현이 오후 4시에 라디오를 하는데 일주일에 한 번 어린이들과 전화 통화하는 코너가 있다. 아니 그런데 내가 국민학교 때처럼 요즘 초등학생들 중에 라디오를 듣는 아이들이 아주 많았다. 신기할 일도 아닌데 정말 신기했다.


어릴 때에는 집이 워낙 가난해서 단칸방에서 지냈다가 아버지가 악착같이 돈을 벌어서 형편이 조금씩 풀렸다. 그 풀리는 시기에 나는 국민학교를 다녔다. 아버지는 가난을 자식들에게 줄 수 없다는 그런 신념이 강해서였는지 나에게 소형 라디오를 하나 사 주었다. 내가 그걸 원했거든. 아버지는 내가 사달라고 하는 건 주저 없이 사주는 편이었다.


지금도 피규어를 좋아하지만 어릴 때 장난감을 좋아해서 문구점 앞에 서서 움직이지도 않고 30분을 그렇게 서 있기도 했다고. 그런 나를 생각하니 좀 무섭네. 아버지는 장난감도 많이 사주었다. 장난감이라기보다 프라모델이다. 조립을 하는 것을 나는 정말 좋아했다. 왜냐하면 완성된 장난감은 구입하면 끝이지만 프라모델은 구입해서 조립을 해야 하는데 아버지와 함께 만들었다. 그 시간이 나는 너무 좋았다.


피규어들 https://brunch.co.kr/@drillmasteer/2362

https://brunch.co.kr/@drillmasteer/2514

누나나 형이 없었던 나는 어쩌다가 라디오에 빠지게 되었고 거기서 흘러나오는 팝을 듣게 되었다. 거기서 처음 팝을 집중해서 들었던 노래가 아바의 치키티타였다. 치키티타는 예쁜 소녀를 부르는 말이라고 한다.


그리고 아바의 치키타타가 들어있는 카세트테이프를 구입하고 아버지는 나에게 미니 카세트 플레이어를 사주었다. 아바의 앨범을 넣어서 내내 듣고 다녔다. 겨울이었는데 추운 줄도 모르고 헤드셋으로 나오는 노래를 들었던 기억이 있다.


중고등학생으로 가면서 시끄러운 음악에 심취해서 아바는 잘 듣지 않게 되었는데, 시간이 흘러 흘러 2008년에 영화 맘마미아를 보면서 아바의 노래를 찾아들었다. 그때 실시간으로 엔차관람을 3번 했다. 2주 동안 세 번을 봤다. 그 당시에는 극장에서 영화를 전투적으로 봤을 때였다. 그때 만나던 여자친구도 영화를 너무나 좋아해서 여름휴가를 보낼 때 아침부터 새벽까지 영화만 몇 편 보기도 했다. 극장에서 아예 나오지 않았다.


맘마미아를 볼 때 재미있었던 일이 있었다. 1차 관람 후에 우리는 영화 내내 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고 싶어서 가사를 좀 크게 프린트해서 제일 마지막 회를 관람했다. 마지막 상영을 할 때에는 극장에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신나게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었다.


그때 한 줄 건너 앞에 외국인 5명이 왔는데 노래가 나오니 그들도 너무나 신나게 몸을 흔들며 따라 불렀다. 그러다가 뒤를 돌아보더니 우리를 보고 더 신나 했다. 그때 상영관에 우리와 그들, 딱 7명이 전부였다. 그때는 외부음식을 들고 들어가지 못하게 했던지라 우리는 큰 텀블러 안에 소맥을 섞어서 넣고, 팝콘 통에 라면을 뽀사서 넣어서 갔는데 그들과 나눠 먹으며 신나게 영화를 봤다.


봤던 걸 또 보고, 읽었던 걸 또 읽는 건 나의 습성이나 특징 같다. 하루키의 소설 들은 죄다 몇 번씩 읽었다. 이창동 감독의 버닝은 열 번은 넘게 봤고, 덴젤 워싱턴의 더 이퀄라이저 1편은 케이블에 나오면 그냥 또 보게 된다. 갔던 곳을 또 가고 먹던 음식을 계속 먹는다. 질릴 법도 한데 한 번 구입했던 조깅화가 낡으면 그 조깅화를 또 구입한다. 나는 분명 새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데 생활이나 습관 같은 것을 보면 새것에 대한 갈망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아마 그래서 음악도 질리지 않고 들었던 음악을 듣고 또 듣고 계속 듣는 것 같다. 아바의 노래를 그렇게 막 집중해서 듣지는 않지만 아바는 유명한 그룹이라 그들의 노래는 대부분 듣게 되었다. 아바는 대 히트를 쳤다.


내가 주워들은 이야기로 아바의 보컬 중에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한 명이(그냥 메인보컬 아그네사라고 하자) 비행기를 타지 못해서 배를 타고 이동을 해서 공연을 해야 했다고. 맞는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학창 시절이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음악감상실에서 디제이에게 들은 이야기였다.


아바는 잘 알겠지만 두 쌍의 커플로 이루어진 혼성그룹이다. 아바의 노래들이 너무나 유명해서 오랫동안 아바가 그룹을 유지했을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9년? 10년도 못 되는 시간 동안 활동을 하다가 해체하고 만다. 1982년에 해체를 하는데 커플이 결혼을 하고 다 이혼을 했다.


메인 보컬인 아그네사는 다른 멤버들이 흥에 불타 올랐을 때 심하게 고뇌에 휩싸였다. 왜 이렇게 힘겨운 나날들을 보내며 노래를 불러야 할까, 왜 이다지도 음악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할까, 아이들도 이제 키워야 하지 않을까,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 같은 고뇌에 휩싸이며 슬슬 해체의 분위기가 스멀스멀 기어오르고 있었다. 그 해가 77년이었다.


왜냐하면 빡빡하고 무리한 엄청난 스케줄에 아그네사가 공포에 떨었기 때문이다. 요즘말로 하면 아마 공황장애 같은 것에 시달렸을 것이다. 아바는 시간이 흘러 2013년에 앨범을 발매했다. 그 앨범에 수록된 곡을 들어보면 아그네사의 목소리는 아직 변함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구의 역사를 쓴 위대한 아티스트에 아바는 반드시 들어갈 것이다. 아바는 후배 가수들에게 자신들의 곡을 주는 것을 싫어하기로 유명한데 마돈나가 비행기를 타고 찾아와서 허락받은 곡을 넣은 곡이 헝업이었다.


오늘은 아바의 많은 주옥같은 명곡들 중에 처음으로 나의 마음을 빼앗아 버렸던 치키티타를 들어보자. https://youtu.be/p4QqMKe3rwY

AB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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