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수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관 Dec 07. 2021

코로나 시기 조카와 놀아주는 방법

조카를 위해

정말 지긋지긋한 코로나 때문에 거리두기가 다시금 강화된 지금 예쁜 외투를 입고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놀고 싶은 아이들은 이번 겨울도 망했다. 이 죽일 놈의 코로나는 애고 어른이고 여자고 남자고 동서양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징글 징글맞다. 집구석이 대궐이면 집 안에서 뛰어놀면 되지만 층간소음이니, 먼지 때문에 또 만만찮다. 아마 코로나가 종식되면 야외의 미세먼지 때문에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놀지 못할 것 같은 예감이다.


이래저래 지금의 아이들은 예전의 아이들보다는 손해 보는 느낌이다. 하지만 태어났으니 재미있게 보내야 한다. 혹시 어린이 대통령이 있는 걸 아는가. 우리나라에 어린이 대통령이 있고 어린이 헌법도 있는 걸 아시는지. 거기 헌법에 어린이는 재미있게 놀아야 하는 권리가 있다. 맞다, 아이들은 놀아야 한다, 재미있게. 이 재미없는 세상에 아이들이 재미있게 놀려면 어른이가 도와줘야 한다.


조카를 위해 겨울왕국 디오라마를 만들다

시작은 조카의 엘사 사랑에서 시작되었다. 엘사를 자신보다 더 사랑하는 조카가 영화에 갈망이 너무나 컸던 어느 날, 영화 속 한 장면을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하는 것이다. 바보 삼촌이었던 나는 그래? 그럼 영화의 한 장면을 손으로 만질 수 있게 만들어보자.라고 해서 우당탕탕 엘사 디오라마가 탄생하게 되었다. 이전 브런치를 뒤지면 모든 제작기가 나와 있지만 귀찮은 관계로 찾기를 포기.


겨울왕국 1편이 나왔을 때 조카의 렛 잇 고, 이 부분만 하루에 300번은 들어야 했다. 모두가 미쳐있던 겨울왕국, 그래서 겨울왕국 1편은 보지 않았다. 1년이 넘어가도록 나는 이 영화에 흥! 했다. 하지만 겨울왕국을 봤을 때 너무 풍덩 빠져서 봤다. 그리하여 겨울왕국 디오라마 제작에 돌입했다. 물론 말똥말똥 눈을 뜨고 나를 보는 조카를 위해.


이 포스터의 모습을 조카는 좋아했다. 머릿속에 배경은 어찌어찌, 이렇게 저렇게 이런 식으로 하면 되겠구나, 하는 게 금방 떠올랐지만 엘사는 피규어를 구해야 했다. 피규어의 세계는 넓고도 크고 깊기 때문에 까닥 잘못하면 퀄이 좋지 않은데 값비싸게 구입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반다이나 세가 제품들은 저렴한 가격에 퀄이 좋기로 유명하기에 그 회사들 제품을 구입하면 된다. 한 이만 원 정도에 퀄이 좋은 엘사를 구입할 수 있다. 퀄이 좋다는 말은 다른 건 일단 제쳐두고 얼굴, 얼굴이 엘사와 흡사하냐 그렇지 않냐, 그것이다. 다른 캐릭터(마블 시리즈)는 이거 저거 따지는 게 많지만 엘사는 얼굴이 닮으면 된다. 그러면 꼬꼬마 조카는 만족이다.


그래서 구입한 엘사를 일단 사진을 촬영하여 원래 포스터에 합성을 먼저 해본다. 그러면 대략적인 설계도? 면이 떠오른다.


뒷 배경을 비롯해서 삼면의 배경은 포토샵으로 작업하여 디오라마 베이스에 맞게 사진으로 출력을 한다.


배경은 일단 됐고, 바닥에 깔린 재료들을 준비한다. 재료들은 조깅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떨어진 나뭇가지와 돌멩이를 주워와서 솔로 빡빡 씻은 다음 잘 말리고 아크릴 물감으로 채색을 한다.


그림 그리고, 자르고, 칠하는 용품들은 나에게 있기에 새로 구입할 필요가 없었다.  이렇게 돌멩이도 바위처럼 보이도록 채색을 한다.


그다음 잘 씻은 후 바짝 말린 나뭇가지들도 채색을 한다. 나뭇가지는 반드시 떨어진 것을 주워야 하고, 반드시 씻어야 하고, 반드시 잔가지들은 잘라줘야 한다.


그런 다음에 바닥에 포스터에 보이는 것처럼 가을의 향기가 물씬 나도록 낙엽을 만들어준다. 이런 재료는 건축모형 재료 파는 곳에 다 있게 때문에 구입을 해서 그럴싸하게 작업을 하면 된다. 아이와 함께 할 때에는 될 수 있으면 본드 사용을 하지 않고 딱풀로 하면 되는데 본드로 해야 하는 작업은 아이는 만지지 못하게 한 다음 어른이가 해야 한다.


이렇게 바위에도 낙엽도 붙이고 엘사를 베이스에 한 번 넣어 보고, 안 맞으면 다시 자르고, 를 반복한 다음 삼면을 올리고 배경을 붙이고 나무를 심고, 낙엽을 붙이고 바위도 올리고 엘사를 탁 끼워 넣는다.


그러면 맨 위의 사진처럼 완성이 된다. 조카는 좋아 죽는다. 그래서 디즈니 프로젠 2도 프린트를(제일 위 사진) 해서 디오라마에 붙인다.




이제부터 슬슬 강요가 들어온다. 토토로 역시 너무 좋아하는 조카는 토토로의 디오라마도 갖고 싶어 했다.

대충 머리에 이런 식으로 이렇게 만들어야겠다, 가 떠오르면 밑의 베이스를 구입해야 한다.


이 액자는 사진 액자로 다이소에서 천오백이다. 유리를 빼고 엘사를 만들고 남은 낙엽 재료를 겉에 본드로 붙인다. 본드 작업을 할 때에는 아이와 같이 하지 말고 어른이 혼자서 해야 한다.


이렇게 다 만들고 나면 토토로 페이퍼 제품(이 제품은 구입해서 일일이 이렇게 다 만들어야 한다. 쉽다. 간단하다. 하지만 까닥 잘못하다가는 순서가 바뀌어서 망칠 수 있으니 조심)을 위에 올린다.


그리고 토토로와 그 새끼들을 이렇게 뒷 배경으로 사용한다. 이건 토토로 책받침인데 오려서 붙였다.


다음으로 너무 붉은 느낌이 나기 때문에 그 사이사이에 초록초록 풀잎을 만들어서 붙인다.


녹색 종이를 일그러트려서 볼펜으로 저렇게 그려서 오린 다음 세 개의 풀잎을 붙이면 이런 모양이 된다.


자 그러면 토토로 디오라마가 완성이 된다. 역시 아이는 좋아 죽는다.


아이가 열심히 만지고 놀면 떨어지거나 하자가 발생하는데 어른이가 나서서 유지보수를 해준다.


이건 또 다른 토토로 디오라마로 맨 위의 풀잎 우산은, 다이소에서 파는 조화의 잎을 잘라서 붙여 우산으로 만들었다.



조카는 또 키키도 너무 좋아한다. 키키의 디오라마는 키키가 빗자루를 타고 바닷가 마을이 보이는 하늘을 날아가는 모습으로 하고 싶었다. 역시 다이소에서 이천 원짜리 액자를 구입해서 밑에 풀밭을 만들어서 붙였다.

그리고 키키의 이미지를 프린트해서 출력을 해서 이렇게 붙였다. 키키 피규어가 이전에 있어서 그 피규어들도 붙이고 무엇보다 키키는 이렇게 날아가다가 떼어내서 위에 올릴 수 있게 했다. 사진에는 나오지 않지만 낮의 배경도 있지만 밤의 배경도 있어서 키키가 밤하늘을 날아가는 장면으로도 연출이 가능하다.


키키를 본 사람은 알겠지만 키키는 수많은 (마음의) 방해로부터 자신만의 리추얼을 잘 형성해 나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키키와 지지는 서로 대화를 하며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인데 지지는 후에 인간의 언어를 잃어버리고 만다.


키키의 마법이 떨어졌을 때 지지의 언어도 잃어버리게 된다. 키키가 다시 마법을 찾아서 톰보를 구했을 때 다시 지지도 인간의 언어를 찾지 않을까 했지만 지지는 영영 인간의 언어를 하지 않는다. 마지막 장면에서 톰보를 구하고 난 후 지지는 키키의 어깨 위에 올라앉아서 그저 야옹야옹거릴 뿐이다.


키키는 언어를 잃어버린 지지가 자기 곁으로 오지 않다가 어깨 위로 올라왔을 때 조금 놀라지만 금세 웃으며 얼굴을 비빈다. 그 장면에서 이제 지지가 인간의 언어를 하지 않아도 받아들이는 성장한 키키의 모습이 보여 뭉클하다.

조카가 2살 3살 때에는 집에 있는 강아지들하고도 이야기를 하고 손에 있는 인형과 늘 대화를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유년기와 이별을 하는 날이 온다. 유치원에 처음 들어갈 때 엄마와 이별하기 싫어서 울고불고 하지만 다른 만남을 알게 된다. 어느 날 인형이 언어로 자신에게 말을 걸어주지 않게 되지만 아이들은 그걸 받아들인다. 성장을 하는 것이다. 키키는 그만큼 성장을 했다. 지지가 자신과 언어를 주고받지 않아도 지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지지가 언어를 잃어버린 게 아니라 키키가 달라진 것이라고 인터뷰에서 말했다. 나의 조카는 그런 과정을 거쳐 지금의 조카가 되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키키의 디오라마를 만들면 꽤나 재미있다.



조카가 엘사의 디오라마를 갖고 싶다고 말하게 된 계기는 아디코 시리즈 때문이다. 요즘 같은 팬데믹 시대에, 코로나 때문에 그간 어디에도 마음 놓고 갈 수 없는 시기에 아이들은 놀고 싶고, 마음껏 떠들고 싶은데 얼마나 답답할까.

그래서 처음 이 아디코 시리즈를 같이 만들게 되었다. 아디코는 육천 원 정도 하기에 아주 저렴하다. 조립 설명서를 넣으면 만원 정도 하는데 설명서는 필요 없다. 모르면 유튜브를 켜면 모든 방법이 다 나오기 때문에 중국어로 되어 있는(그림이 있지만) 설명서 따위는 필요 없음에 체크를 하면 된다.


이 아디코 시리즈는 이렇게 불빛도 들어오기 때문에 아이들이 역시 좋아 죽는다. 뭐 간단하다. 이렇게 오리고 잘라서 안에 차곡차곡 넣으면 된다. 만들다가 잘 안 된다고 어른이 짜증을 내어서는 안 된다. 잘 안 될 때는 그대로 두고 라면을 같이 끓여 먹은 다음 다시 덤비면 된다. 생각처럼 안 되도 상관없다. 일단 다 만들고 나면 그럴싸하기 때문이다. 다 만들고 나면 재료가 많이 남기 때문에 만들면서 이건 아닌데, 할 필요가 없다.


뚜껑을 닫으면 이렇게 된다.


뚜껑을 올리면 이렇게 되고 스위치 불을 켜면 불이 들어온다.


이 시리즈는 몇 개 구입해서 다시 거리두기에 돌입한 작금의 시기에 아이들과 앉아서 같이 만들면 아이들은 신난다.




아무래도 이렇게 된 데는 피규어를 좋아하는 삼촌이 있기에 그렇지 않을까 싶다. 피규어를 굉장히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피규어가 진열장에 들어차게 되었다. 그 대부분이 내가 좋아하는 만화 주인공들이다. 은하철도 999의 철이와 메텔, 미래소년 코난과 포비와 라나, 스파이더맨, 카우보이 비밥, 빨강머리 앤, 엄마찾아 삼만리 등. 이 때문에 동네 사람들이 구경하러 많이 오는 편이다. 집구석 여기저기 진열장에 접시는 없고 피규어와 인형이 가득해서 동네 사람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구경을 하고 간다. 근래에는 역시 코로나 때문에 서로 거리를 두게 되었지만 이전에는 뭔가 좀 북적거리는 느낌이었다.

스파이디 넌 왜 거기에? 새벽이 몰래 움직이니?

공예가의 작품도 있고 지금은 더 늘어났는데 폰으로 사진 하나 찍기가 정말 귀찮다.


이번 스파이더맨에 3대가 다 나온대서 기대가 크다. 샘 레이미의 1대 스파이더맨이 좋아서 이번에 어떤 모습일까 정말 궁금하다. 고가의 스파이더맨은 없지만 스파이더맨도 여러 버전의 피규어가 있다. 역시 사진 하나 달랑 찍어서 올리는 게 이렇게도 귀찮으니.

2대 스파이디
3대 폼 홀랜드의 스파이디
인피니트 워의 나노슈트 스파이디를 사진을 찍어 합성해서 한 번 연출해봄.
앞으로 우르르 나올 코믹스 버전.



조카가 어떻게 알았는지 네즈코의 디오라마도 만들어 달라고 했다. 그래서 또 열심히 네즈코의 디오라마를 만들었는데 만드는 기간 동안 조카의 관심사가 달라졌다. 그래서 이 디오라마는 일하는 곳에 올려놨다.


그래서 오늘의 선곡은 겨울 왕국의 그 노랠 들어보자 https://youtu.be/RgGRyssdJvw

유튜브 시소 영상


매거진의 이전글 방송의 미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