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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Dec 06. 2021

방송의 미학

방송의 민낯을


근래에 들어서 보면 예전에 안 보였던 것들이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연걸의 영화 중에 가장 좋은 영화에 속하는 황비홍 1편. 황비홍의 영화가 주는 매력은- 이전의 중국 무협극에서는 빌런에게 많이 얻어맞다가 이기는 액션에 비해 황비홍은 빌런에게, 빌런들에게 몸을 내주지 않는다. 절대 한 대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런 점이 아주 좋다. 무영각을 사용할 때는 발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 봐도 1편은 명작이다. 그런데 지금 보면 이연걸의 대역이 대부분 액션을 한다. 그게 표가 많이 난다.

 

좀 더 이전의 영화, 세계적으로 대박을 친 ‘플래시 댄스’의 알렉스의 춤도 근래에 보면 제니퍼 빌즈가 아니라 대역의 표가 그대로 드러난다. 제니퍼 빌즈는 당시에 춤을 전혀 추지 못해서 대역을 사용했는데 감독이 애매하게 말을 흘리는 바람에 제니퍼 빌즈만 안 좋게 소문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픽이라든가, 전혀 표가 나지 않는 영화가 있다. 뭐야 그게 그래픽이라고? 하는 많은 영화들이 있지만 그중에서 ‘더 울프 오브 윌스트리트’가 그렇다. 이 멋지고 약 빨고 만든 것 같은 약 빤 영화에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마고 로비가 나온다. 욕 버전의 번역이 있는데 그 버전이 너무 좋다. 이 영화는 놀랍게도 천억이 들었고 그 대부분의 돈이 그래픽에 들어갔다. 아니 이 영화에 무슨 그래픽이 나오며 천억이나 쏟아붓지? 할지도 모르지만 이 영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배경이 거의 다 그래픽이다. 그러니까, 큰 요트도, 태풍도, 파도도, 물도, 집도 모두가 다 그래픽이다. 이 영화도 시간이 지나면 그래픽이라는 게 일반 사람들도 눈으로 알게 될까. 그런 날이 올까. 온다면 얼마나 시간이 지나야 할까.


방송에 대한 잘못된, 눈에 드러나는 호러블 한 모습에 대한 이야기는 빨간고 무통을 빌려 한 번 했다. https://brunch.co.kr/@drillmasteer/2338

방송이라는 게 시간이 지나서 보면 대역이 눈에 보이지만 당시에는 전혀 대역이 눈에 드러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방송이라는 것에 몰입하게 되고 이입이 된다. 그리하여 어머니, 아버지들이 방송에서 이게 좋다고 하면 주머니를 털어 영양제나 평소에 먹지 않던 식품을 왕창 구입을 한다.


음식을 먹고 병이 낫는다던가, 또는 그 결과를 보려면 기본적으로 매일, 1.5톤 트럭으로 여섯 트럭은 먹어야 그게 가능할 텐데, 그런 것 따위 방송에서 말해주지 않으니 방송에 보이는 모습만 맹목적으로 믿게 된다.


방송에 대한 이런 민낯은 우리가 다 알고 있고 방송가에서도 알고 있지만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고 누군가 문제를 지적해도 거대한 방송가는 흥, 하며 코웃음을 칠 뿐, 그것에 대해서 적극 해명하거나 잘못을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거대한 방송은 대중을 개돼지로 보기 때문이다. 문제가 터졌을 때 다른 문제를 터트리면 자연스럽게 대중은 꿀꿀하며 그쪽으로 몰려가게 되어 있고 시간이 지나면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보내고 있기에 방송은, 방송가는 대역을 사용하던, 또는 거짓을 말하던 크게 개의치 않는다. 시청률, 조회수가 많이 나온다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그런데 이런 관행에 직접 뛰어든 피디가 있었다. 김재환 감독으로 정말 골 때리는 프로듀서다. 김재환 감독은 ‘미각 스캔들’을 연출한 피디로 미각 스캔들을 통해 음식, 식당, 식재료의 진실을 알려서 크게 화재가 되었다. 그리하여 시청률이 좋아서 방송국에서 회차를 더 늘려 방송을 더 하자고 했지만 정해놓은 방송 분량만 기획을 하고 조사를 했기에 할 수 없다며 딱 정해진 회차만 하고 방송사의 거대한 유혹을 뿌리쳤다.


김재환이 이렇게 할 수 있었던 2011년에 다큐멘터리 영화 ‘트루맛쇼’를 만들면서 방송가에서 일어나는 말도 안 되는 일에 직접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아직 트루맛쇼를 보지 않았다면 롸잇 나우. 당장 가서 보기를 바란다. 당시에 트루맛쇼가 극장에 걸리고 난 이후 대단한 후폭풍이 있었다.


그저 생방송 투데이, VJ특공대 같은 방송에 돈만 많이 주니 식당을 맛집으로 둔갑시키는 그 행태를 그대로 보여주는데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영화제작자들이 직접 식당을 차려서 그들과 접촉을 하고 티브이에 방송이 되는 과정까지, 그 민낯을 세세하게 보여주었다. 당시 MBC에서 상영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고 그것이 기각되면서 트루맛쇼는 더 큰 관심을 모으게 된다. 김재환 감독의 인터뷰 전문이다.

https://star.mt.co.kr/stview.php?no=2011060909034500908

영화를 한 번 보면 입이 크게 벌어지며 실 웃음이 나온다. 허허 그것 참. 그리고 지금 10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어떻게 되었을까. 여전히 지난번 빨간고 무통의 방송처럼 크게 변하지 않는다, 여전히 대역을 쓰고, 그 대역이 사람들에게 대역이라는 사실이 크게 드러날 때쯤이면 시간이 아주 많이 흘러가 버려 사람들의 관심은 이미 떨어져 버리기 때문이다. 그럼 방송을 보면서 어떻게 해야 할까. 나도 모른다. 각자도생이며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것, 내가 굳건하게 믿고 있는 것들을 한 번씩 리셋해주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다 안다고 착각하는 것에서 모든 갈등과 문제는 일어나기 때문이다.


https://youtu.be/1Mv07WEnrXk

다큐멘터리 [트루맛쇼]를 보고 나서 사람들의 반응: 시흥 미디어


https://weekly.donga.com/List/3/all/11/92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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