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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Oct 16. 2023

내가 예능 프로를 보지 않는 이유는 반복된 장면 때문

발레리나에 대해서 다시 한번 말해보자

성격이 급한 나의 탓도 있지만 주위에 물어봐도 대부분 나처럼 예능 프로그램에서 시간 끌기 위해 반복된 장면을 너무나 싫어했다. 이 수박 씨발라먹을 것 같은 반복된 장면이 예전에는 세 번이었다. 그때에도 와 씨 너무 많이 반복하는 거 아니야! 젠장! 했는데 언젠가부터 반복된 장면이 여섯 번이나 나오는 것이다. 그 뒤로 예능은 바이바이다. 모든 예능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대부분 거기서 거기다.


언젠가부터 보는 스릴러 드라마나 영화가 전부 답답하다. 답답한 전개에 개연성이라고는 1도 없는, 갑갑한 캐릭터들이 보는 사람 속 터지게 한다. 영화를 하도 많이 봐서 그런지 갑갑한 경찰 캐릭터들은 답답하고 갑갑하다. 왜 여자 경찰 혼자서 전기충격기 하나 달랑 들고 사이코패스들이 우글거리는 곳에 가는지, 가서는 뭐 이렇다 할 방어나 공격 한 번 못하고 켁 기절해서 잡히기나 하고. 변호사는 왜 갑갑하게 아내를 겁탈하려는 점장의 말에 부들부들 떨기만 하고. 답답하게 만드는 고질병은 고쳐지지 않을 것 같다.


발레리나는 정말 요즘 한국에서 나올 수 없는 굉장한 영화다. 아마 이런 엄청난 영화는 앞으로 한국에서 나오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니까 90년대 중경상림이 떠오르는 기기묘묘한 색감과 한국적이지 않은 한국의 공간이 전종서를 한껏 돋보이게 한다. 거기에 전종서 그 특유의 감정이 빠진 목소리가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카메라는 옥주의 눈동자, 전종서의 눈동자를 클로즈업한다. 카메라는 말한다. 영상을 통해서 이 영화는 말이야 전종서를 위한, 전종서를 위해, 전종서에만 어울리는 영화야.


한국영화에서 가장 미친년을 미친년답게 연기하는 전종서가 이번에 더욱 미쳤지만 이 미침에 전종서가 아니면 안 되는 이유를 잔뜩 색감과 카메라 움직임과 대사에 욱여넣었다.


김무열이 나오자마자 나불거리기도 전에 이마에 총구멍을 내며 죽이는 장면은 뭐야? 통쾌하잖아? 그리고 곧바로 전종서를 여자 존윅, 베아트릭스 키도, 졸트(포스터는 졸트를 따라한 것 같애) 화 시킨다. 얼굴에 튄 피 역시 마구잡이가 아닌 전종서의 얼굴이 드러나는 피튀김이다.


이 영화가 굉장한 이유는 감독이 여자 친구인 전종서를 위해 선물로 바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영화평론가 라이너의 말처럼 내가 감독인데 일반인들이 여친에게 해 줄 수 없는 기념일 서프라이즈로 너를 위한 영화를 만들게.


그동안 이런 굉장한 영화가 있었나? 생각해 봐도 없다. 여친을 위한 감독의 콘체르토. 헤어지더라도 이 영화의 잔상이 어디든 따라다닐지도 모른다. 영화적으로 답답하지 않게, 여배우들 중에 절대 하지 못하는 무자비한 액션이 아름답게 나올 수 있게 해 주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돋보이는 영화, 똘기 있는 연기자와 천재 소리를 듣는 감독 커플이 펼치는 커플 꽁냥꽁냥 피칠갑 영화 발레리나다.


나는 요즘 안철수가 너무 좋다. 안철수 전에는 김행, 김행 님 - ’김‘은 빼고 행님을 너무나 좋아했다. 왜냐하면 경주마처럼 앞만 보며 달려가기 때문이다. 전혀 주위를 보지 않는다. 오직 앞만 보며 자신이 하고 싶은 말, 해야 하고자 하는 말만 한다. 이 험한 세상에 살아가는 방법을 안다. 작금의 세상에서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거짓말을 위한 거짓말을 하고, 그 거짓말을 덮기 위해 거짓말을 아무렇지 않게, 전혀 마음에 걸리적 거리낌 없이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사람이 이 세상을 잘 살아가는 것이다. 그 어려운 걸 글쎄 행님이 하고 있었잖아. 너무 좋아. 근데 끝까지 앞만 보며 달려갈 줄 알았는데 사퇴하겠데. 와 씨, 너무 실망이다. 끝까지 밀고 나가서 장관이 되어야 그 이후의 일들이 흥미롭게 진행될 텐데. 사퇴문에 국민에 대한 이야기는 1도 없고 누군가에게만 미안하다고 하네.


그런데 안철수가 나타났지 모야. 안철수는 정치가가 아닐 때에는 너무나 총명하고 인물도 좋았는데 정치를 하고부터는 바보가 된 것 마냥 헤헤 얼굴이나 인상도 기기괴괴해지면서 점점 바보가 되어간다. 이준석을 걸고넘어지면서 이번 선거 도우미를 그렇게 대대적으로, 어울리지도 않는, 자기도 어색해하며 “지랄하다, 자빠졌다”를 해 놓고선 이준석이가 예언한 표 차이를 자신도 예상했데. 안철수는 착한 바보라서 거짓말을 하면 너무나 티가 난다. 그 정도 표차이가 나는 걸 예상했다면 거기 가서 그렇게 유세를 펼치진 않았겠지. 온 국민의 관심을 받았던 안철순데 페북에 쓴 글에 맞춤법이 그게 뭐야. 훼손을 회손이라니, 그 짤막한 문장에 이런 오탈자가 도대체 몇 개야. 정말 손가락 잘렸나. 늘 잠잠하다가 뭔가 선거 때만 나타나서 권력에 무릎 꿇고 배신당하고 어딘가 번지수 잘못짚어서 허당질 하고 있는 안철수 보는 재미가 예능프로그램보다 훨씬 재미있잖아. 제발 팽 당하지 말고, 행님처럼 자진해서 뒤로 물러가지 말고 끝까지 버텨서 자주 안철수 당신을 볼 수 있게 해 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안철수랑 발레리나는 무슨 상관인데?라고 묻는다면 상관은 없다. 꼭 상관이 있어야 하나 싶다. 발레리나라는 제목도 영화 내용과 전혀 상관없다.


taeko ohnuki - 4 am https://youtu.be/_sOKkON_UnQ?si=9ytB42F0fE7I1Vhk

taeko ohnu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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