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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Dec 18. 2023

비 오는 겨울에는 고추장 불고기

와 겨울비를 듣자


매운 걸 거의 먹지 못하는 나 같은 인간도 이상하지만 비가 오는 날에 먹는 고추장 불고기는 매콤하게 먹게 된다. 나에게 있어 매콤함이란 매운맛이 강하지 않아서 먹으면 코끝에 땀이 약간 배일라말라 할 정도를 말한다. 맵다고 입에서 쓰으 하는 소리가 나올 정도가 아닌 정도의 맵기가 나에게 있어 매콤함이다. 매콤한 고추장 불고기는 비가 오는 날과 잘 어울린다.


비가 오면 어떤 사람은 막걸리와 파전을 찾아 먹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은 뜨거운 칼국수를 먹기도 한다. 우리는 비가 오면 어울리는 뭔가를 찾아서 먹는다. 마치 그런 유전자를 지니고 있는 것처럼. 이렇게 겨울비가 내리면 나에게는 매콤한 고추장 불고기가 어울린다.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지만 아직 본격적인 영하의 날씨가 아니라 시동을 걸고 있다. 고추장 불고기를 집어 먹고 나면 몸이 뜨거워진다. 그리고 겨울비가 내리는 풍경을 본다. 비는 모든 세상을 적시고 있다. 특히 겨울비가 내린 나뭇가지는 통증을 느끼는 것처럼 보인다. 이 통증을 겪어야만 혹독한 겨울의 날이 닥쳐오더라도 견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매콤한 고추장 불고기는 이제 갓 지어낸 뜨거운 밥에 어울린다. 뜨거움과 매콤함이 입 안에서 춤을 추고 터지고 팡파르를 울린다. 매일 먹는 밥을 뜨거울 때 먹어본 적이 거의 없다. 갓 꺼내서 먹는 밥의 어릴 적 추억이 있어서 그 맛을 기억하고 있다. 티브이는 끄고 음악을 들었으면 좋겠다.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면 풍경이 몹시 아련해진다. 거세게 비가 쏟아지지 않아서 80년대 우울한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인다. 어떤 음악을 틀까. 푹푹 꺼지는 음악으로는 마이 퍼니 밸런타인 같은 쳇 베이커의 음악이 좋다.


하지만 겨울비에 맞게 겨울비를 듣자. 겨울비는 김종서의 겨울비가 있다. 그런데 김종서의 겨울비는 시나위 4집[보컬 김종서, 베이스 서태지]에서 좀 더 록 버전으로 먼저 나왔다. 시작 전에 쏴아 내리는 소리가 들리고 배기량이 좋은 자동차가 그 빗속을 굴러가는 소리가 들리고 담배연기를 뿜어내는 소리 같은 것이 들리면서 기타 리듬으로 시작하는 김종서가 겨울비를 부른다. 김종서의 홀로서기로 부르는 겨울비에 비해서 날 것의 느낌이 확 든다.


나에게도 시나위 4집을 비롯해서 몇 장이 엘피판으로 있었다. 레코드앨범으로 가지고 있는 음반들이 꽤 있었다. 시나위도 그렇고, 판테라, 데미스 루소스는 몇 장이나 되었다. 아프리카의 토토, 알파타우르스 같은 앨범들이 있었다. 카세트테이프는 몇 개가 남아 있는데 엘피는 왜 싹 다 없어졌을까.


추적추적 내리는 겨울비 같은 김종서가 사랑해, 행복한 순간들을 부른다. 이 부분에 접어들기 전에 이 풍부한 록 사운드가 너무나 좋다. 드럼소리가 확 치고 나오면서 기타와 베이스의 사운드가 풍부하게 터진다. 그 사이로 김종서의 겨울비처럼 가는 목소리가 점점 시동을 걸어 샤우트된다. 좋다.


시나위의 겨울비 https://youtu.be/BRjX6aziD9U?si=j88dbyMzdkZB2QdE

시나위 - 주제


학창 시절에 시나위를 어두운 음악 감상실에서 많이도 들었다. 그때 디제이가 신대철이 딥퍼플의 곡을 따라한 곡들을 들려주었는데 그때는 그게 뭔가 '응?'과 '이럴 수가?' 같은 느낌이었다. 양가적 감정이었다. 뭐 그럴 수도 있지, 와 아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가 동시에 들었다.


딥 퍼플의 ‘마이 우먼 프롬 도쿄’는 정말 노래가 좋다. 딥 퍼플의 그 아이덴티티가 집대성이 된 노래처럼 들린다. 표지의 여인이 오노 요코처럼 보이는 앨범인데 당시에 디제이가 들려주었다. 이게 정말 비슷하다. 딥퍼플의 강력한 보컬에 비해 김종서의 목소리가 떨어지지만 또 김종서의 매력으로 [마음의 춤]을 부른다. 그러다가 얼마 전에 혹시 한 번 찾아봤더니 정말 유튜브에는 모든 것들이 다 있다.

https://youtu.be/ZPhEPrelZ1I?si=M_IrvE64R6C98tcV

레퍼런스

한 번 들어보시라. 내가 학창 시절에는 인터넷도 없고, 그래서 사람들이 뭐 노래가 좋으면 그만이지 같은 생각이 있었다가 근래에 들어 아마도 신대철이 서태지의 표절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사람들이 시나위 표절에 대해서 걸고넘어지는 것 같다. 시나위 하면 가장 유명한 노래 중에 ‘크게 라디오를 켜고’다. 임재범이 보컬이었던 시절 굉장했다. 이 노래도 산타나의 [러브]와 너무나, 아주 비슷해서 사람들이, 특히 시나위 팬들이 읔 하기도 했다.

https://youtu.be/EeHWqaFVZpA?si=N58fYIAIBrhiLawS

레퍼런스

시나위 4집은 '셋 마이 파이어'는 신나고 '페러웰 투 러브'도 좋고, '메탈라이저'는 박살 나고 와우, '황무지'도 쓸쓸하니 좋다. 아무튼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강하게 떨어지지도 않는다. 일기예보와 달리 강풍도 없고 그렇게 춥지도 않다. 마치 2월의 졸업식 날에 내리는 비 같은 기분이다. 김종서가 겨울비를 부른다. 사랑해~~ 행복한 순간들~~~라고 노래를 부른다. 매콤한 고추장 불고기를 먹는다. 겨울의 비를 본다. 이 겨울비가 내리고 나면 차갑고 긴 겨울이 몇 달간 이어질 것이다. - 겨울비가 내린 12월 15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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