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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은 작업이 끝나자 긴장이 풀리면서 힘이 쭉 빠져나갔다. 낮에 마동의 몸 상태는 그야말로 엉망이었다. 힘이 들어 채집 연구실에서 나가려고 했지만 스미스요원을 닮은 사내가 “잠시 계셔주시오. 오너에게는 이미 전달했소”라며 마동을 그 자리에 앉아있게 했다. 케이요원처럼 생긴 사내는 스미스요원의 사내가 뇌파의 파일을 점검하는 동안 가방을 들고 마동을 감시하듯 꼿꼿하게 앞에 서 있었다. 역시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고 움직임도 없었다. 그저 가방을 들고 묵묵히 서있을 뿐이었다. 이 사람들은 아무리 봐도 정부의 사람들처럼 보이지 않았다.
어딘지 모르게 잘 다듬어진 폭력단 조직의 사람들처럼 보이는 이미지는 무엇인가.
그렇지만 눈에 보이는 저들은 제대로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다. 조직폭력배의 말단 직원들처럼 주먹구구식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분명 아니었다. 정부는 이미 오래전에 문민정부라는 슬로건아래 대통령이 여러 번 바뀌었지만 겉으로는 평화를 지향하고 벽을 허문다는 정치를 내세워 정부의 허물을 벗어던졌고 국민들에게 정부부서의 견학을 허락했다. 반면에 정부 역시 중견기업에 간섭하기 시작했고 정부의 사람들은 하나의 절차라고 딱 잘라 말했다. 비록 그것이 허울뿐이고 수박 겉핥기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합법적인 사업채에 이런 강압적인 복장으로 들어와서 마음대로 하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동은 하지만 기운이 없고 몸이 좋지 않아 그대로 의자에 등을 파묻고 앉아 있었다. 눈을 감고 정신을 차리려고 애썼다. 두 사내가 하는, 채취한 뇌파의 재검사 역시 꽤 시간을 할애해서 이루어졌다. 대략 3, 40분 정도가 지났다. 마동은 여전히 약간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고 손을 이마에 대고 있었다.
“이제 끝났습니다”라는 스미스요원의 소리가 들렸다. 목소리 톤이 이미 정부의 사람이었다. 마동은 그래도 눈을 바로 뜨지 않았다.
“조금 무례하게 보일 수도 있으나 이해를 바랍니다. 윗선에서 직접 전달을 맡은 우리로서는 그대로 움직여야 합니다. 우리가 임의로 선택을 할 수는 없습니다”라며 스미스요원은 선글라스를 벗었다. 케이요원은 선글라스를 낀 채로 가방을 들고 버드나무처럼 서 있었다. 마동은 눈을 뜨고 스미스요원을 바라보았다. 눈썹이 짙었고 선글라스를 벗으니 처진 눈매 덕분에 얼굴이 선하게 보였다. 대략 50 전후의 나이로 보였지만 40대로도 60대로도 보이는 묘한 얼굴이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타인에게 표정을 읽혀서는 안 됩니다. 행동하기 전에 그 행동에 대한 책임감을 지녀야 합니다. 불필요한 행동은 아주 좋지 못한다고 입사하면서부터 교육을 받아왔소. 당신들이 하는 일은 비록 합법적이기는 하지만 꽤 위험을 동반하는 작업입니다. 정부에서는 아주 유심히 주시하고 있습니다. 아시고 계시겠지만 말이죠.”
“저보다는 저희 오너와 이야기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마동은 말했지만 스미스요원은 마동의 말을 무시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했다.
“정부는 이쪽 방면의 부서를 따로 설립하여 감시체재에 돌입하게 되었습니다. 이유는 더 잘 알고 계시겠지만 오용과 남용에 있다고 보시면 되겠소. 정부를 거대한 멍청이로 보는 이들이 많겠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정부에는 꽤 유능한 인재가 많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로 똘똘 뭉쳐있는 곳이 정부입니다. 정부에서는 무능한 식충이보다 유능한 능력자를 확보해야 그 이후의 일들이 착착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곧 나라와 국민을 위하는 길입니다. 어디서든 그 법칙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스미스요원은 마동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다시 말을 이어갔다.
“국회에서는 당분파가 일어나서 사람들을 선동하는 것이 진정 그들의 우발적인 행동일 것 같습니까? 전혀 아닙니다. 그들은 바보들이 아니오. 모든 상황은 원칙과 규칙, 계획에 의해서 짜 맞추어져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잘 볼 수 있도록 미디어를 통해서 흘려보내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사람들은 우왕좌왕하게 되는 것이오. 그러는 동안 정부는 다른 곳에 눈을 돌려 빨리 일을 처리하는 것입니다.” 스미스요원은 케이요원을 한 번 쳐다보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