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하늘보다 오늘의 하늘이 5

109

by 교관


109.


완구도매점 앞에 의자는 보였지만 완구도매점 사장은 보이지 않았다. 마동은 완구도매점 안을 들여다보았다. 도매점은 하루정도 시간의 흐름동안 무엇인가 달라져 있었다. 눈으로 들어오는 모습은 달라지진 않았지만 어떤 흐름 내지는 도매점의 사상적인 부분이 다르게 느꼈다. 언어라는 건 시각적으로 들어온 피사체를 뇌의 한 구간에서 잘 반응시켜 입으로 꺼내는 소리지만 지극히 일그러진 관념일 뿐이다. 입으로 언어가 나오는 순간 생각과는 달라지거나 생각처럼 나오지 않거나 생각보다 많이 나왔다. 생각만큼 언어가 표현되지 않는다. 달라진 도매점 안의 분위기를 언어로 설명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어떤 식으로든 마동은 도매점의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을 말로 내뱉어보려고 했지만 할 수 없었다.


마동은 주인에게 인사라도 하고 싶었다. 앞에 서서 시계를 보며 주인을 기다렸지만 나오지 않았다. 도매점 앞으로 가서 그 안을 들여다보았다. 도매점 안을 메우고 있는 것은 죽어버린 시간의 공간이었다. 그것은 분명 죽은 시간이 도매점 안을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여름이지만 때가 낀 얼음처럼 차갑고 어두운 시간의 관념이 어제와 다르게 도매점 안 이곳저곳에 흡착되어 있었다. 이제 누구도 어떤 사람도 이 완구도매점을 찾아오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느꼈다. 이제 아무도 이곳을 찾아서 오지는 않는다. 서글픈 일이다 그것은 분명.


주인을 기다리다가 포기하고 계단으로 올라갔다. 태양은 마동의 몸에서 땀을 빼내려고 이글거렸지만 그럴수록 마동은 더 한기를 느꼈다. 땀은 한 방울도 나지 않았다. 완구도매점 안의 공기를 느낀 후 한기는 더욱 심했다.


간호사는 여전히 분홍간호사복을 입고 분홍색의 간호사모를 쓰고 분홍색의 매니큐어를 바르고 길쭉한 손가락으로 어제처럼 난 다 알아, 하는 표정으로 마동에게 대기실에서 조금 기다리라고 했다. 포르말린 냄새가 났다. 어제는 분명히 포르말린냄새 따위는 나지 않았다. 이 병원에는 오늘 포르말린냄새가 확실하게 난다.


어째서일까. 포르말린 냄새는 세상에서 사라졌다. 어제는 포르말린냄새가 나지 않았는데 오늘은 왜?


대기실에는 어제보다 적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노인이 두 명 앉아있을 뿐이었다. 노인들은 포르말린냄새 같은 것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얼굴을 하고 앉아있었다. 그들에게서 웅웅 거리 거나 이명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들의 얼굴은 환자치고 평온해 보였다. 마치 병원에 마음을 안정시키려고 오는 것처럼 보였다. 어제는 연령별로 환자가 있었지만 오늘은 어쨌든 환자가 거의 없어서 마동은 다행이라 생각이 들었다. 분홍색의 간호사에게 열을 잴 수 있게 겨드랑이를 내주었다. 병원은 어딘지 모르게 역행하고 있었다. 요즘은 대부분 전자체온계로 열을 잰다.


어제는 홀로그램으로 신분까지 기입했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깊게 따지며 생각하기에는 마동의 몸 상태는 좋지 않았다. 더 이상의 생각은 않기로 했다. 속이 거북하고 안이 꽉 찬 느낌이고 열이 오르는듯했지만 회사에서 체온계로 재어 봤을 때 온도가 일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앞 서 병원에서 열을 쟀을 때는 체온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마동은 이 병원에 오기 전에 다른 곳에서 열을 쟀다고 말했다. 분홍간호사도 알았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마동의 겨드랑이 밑으로 체온계를 밀어 넣었다. 열을 잰 간호사에게 답을 기다렸지만 간호사는 미소만 띠며 분홍색의 매니큐어가 칠해진 긴 손끝으로 체온계를 빼내갔고 앉아서 잠시 기다리라는 손짓을 할 뿐이었다. 잠시 후 간호사가 마동을 불렀고 분홍간호사는 진료실로 마동을 안내했다.


포르말린 냄새.


“그래 좀 어떠세요?” 의사는 마동에게 물었다. 여자들에게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얼굴을 지닌 의사가 마동과 불과 60센티미터 정도 거리를 두고 마동의 눈동자를 쳐다보며 물으니 마동은 잠시 취해야 할 행동을 정하지 못했다.


“감기증상이 좀 심해진 듯합니다. 콧물이 난다거나 침을 삼키거나 힘든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오한이 오고 식욕은 저 밑바닥에 붙어버려서 나올 생각을 좀체 하지 않습니다. 오한이라는 것도 저녁이 되고 밤이 오면 그러한 증상이 없어집니다. 회사에 출근하여 책상에 앉아있으면 더욱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처음 조퇴를 하고 병원을 찾아왔습니다. 어제는 진료를 받고 회사로 들어갔지만 오늘은 바로 집으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감기로 인해서 조퇴를 하다니 저 또한 조금 놀랐습니다. 장염증상인지 어떤 현상인지 속이 콕콕 찌르는 것이 심하고 울렁거리며 구토가 나올 듯합니다.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아침에는 너무 늦게 일어났고 회사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동안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몸살이 심해지면 잠만 자거나 불면증이 온다고 하는데 전 두 가지가 함께 온 것 같습니다. 밤에는 도통 잠이 오지 않아요. 이렇게 낮이 되면 마치 수면제 한통을 다 먹은 것 같습니다.” 마동은 틈을 두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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