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하늘보다 오늘의 하늘이 5

110

by 교관


110.


“그리고 이명이 들립니다. 머리를 어딘가에 세게 박고 나면 소리가 한 곳으로 응집되어서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것처럼 그런 현상이 일어납니다. 기잉하는 외계소리만 들리는 경우처럼 여러 가지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없고 웅웅하는 이명이 들려요. 이명이 들리는 것과 동시에 몸에 고통이 찾아옵니다. 고통을 아프다, 하는 말로 한꺼번에 정의할 수가 없어요. 눈이 튀어나올 것 같고 손발 끝이 날카로운 무엇인가에 잘리는 고통이 느껴졌습니다. 머리를 힘이 좋은 흑인이 졸라대는 것 같은 아픔처럼 느껴졌습니다.”


의사에게 마동은 자신의 증상을 최대한 빠트리지 않고 세세하게 말하려고 노력했다. 여자들에게 호감을 불러들일만한 얼굴을 가진 내과 의사는 푹신한 의자에 몸을 파묻고는 깊은 눈으로 마동을 바라보았다. 거짓을 말하지 않았음에도 의사의 시선에 마동은 발가벗겨진 기분이 들었다.


“속에서 불이 타오르는 느낌이 듭니다. 모든 장기들이 들끓어서 전부 타버릴 것처럼 몹시 뜨거운 느낌이에요. 속이 아프다거나 하는 것보다 몹시, 아주 뜨거운 것 같습니다. 펄펄 끓는 물을 한 통 마신 기분입니다”라고 마동은 힘겹게 말을 이었다. 의사는 시선을 마동의 얼굴에서 차트로 옮겨갔다. 어쩐지 이 의사 앞에 오니 발가벗겨진 기분이 드는 동시에 마음이 편해졌다. 다시 말을 이었다. “근육통이나 허리가 당긴다든가 하는 증상도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앞에 말한 증상이 실제로 내가 앓고 있는 건지도 잘 알 수가 없습니다. 마치 다른 이가 앓는 몸살을 그저 내가 잠깐 느끼는 것 같습니다. 몸 안의 열이 굉장히 뜨겁게 오른다는 느낌이 들지만 밤이 되면 기적처럼, 그러니까 모세가 바다를 가르듯 사라져서 조깅을 했습니다. 아무렇지도 않았다는 듯이 말이죠. 오늘 밤에도 지금 증상이 사라지고 조깅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의사는 볼펜으로 차트에 무엇인가 증상을 휘갈겨 적었다. 꾸준하게 적었다. 마동은 이 병원에 이틀 왔을 뿐인데 차트에는 마치 20일 동안 병원에서 진찰을 받은 환자의 차트처럼 흘림체의 영어가 많았다.


“고마동 씨는 일반인보다 체온이 많이 떨어져 있습니다.” 의사는 차트를 한 번 쳐다보고는 천천히 얼굴을 들어 마동에게 눈길을 옮겼다.


“그리고 어제 처방해 준 약은 하루분인데 다 드시지 않으셨죠?”


마동은 한 첩은 먹지 않았다. 그렇다고 했다.


“처방해 드린 약은 반드시 다 드시도록 하세요. 그래야 낮에 일하는 동안 증상이 덜 합니다. 마동 씨는 현재 체온이 많이 내려가 있어요. 체온이 이렇게 내려간 것에 비한다면 마동 씨가 말한 증상은 거짓말처럼 약한 편에 속합니다. 오늘도 일단 약을 지어드리죠. 약국약과 병원에서 직접 약을 지어 드릴 겁니다. 직접 지어드린 약은 꼭 드세요. 반드시 시간을 맞춰 드세요. 굳이 식사 후에 드릴 필요는 없어요. 밥을 반드시 드실 필요도 없습니다. 단, 시간을 맞춰서 약을 드세요. 그리고 내일은 검사를 할 겁니다. 세부적인 검사를 해야 할 것 같군요.”


마동은 의사 쪽으로 몸을 굽히며 “제가 생각하기엔 제 몸에 무엇인가 변이가 생긴 듯합니다만.”


“내일 검사를 해보죠. 검사를 하면 알 수 있을 겁니다. 그전에는 어느 것 하나 알 수 있는 것이 없어요. 일단 초음파나 내시경을 생각하시고 오시면 됩니다. 음식을 먹고 오시면 안 되는데 아마 오늘은 음식섭취가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으실 겁니다.” 의사는 신뢰가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마동은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인사를 하고 진료실을 나오는데 의사는 마동을 보며 한마디 했다.


“우리 모두는 변이하고 있습니다. 현재에 맞게 최선을 다해서 말이죠. 시간은 과거, 현재, 미래가 있지 않아요. 시간은 과거와 미래뿐이죠. 현재라고 불리는 시간은 어느 순간 저 뒤로 가버린 과거가 되어 있습니다. 우리 몸은 저 뒤로 가버린 과거에 맞추지 않고 지금 살고 있는 현재에 맞게 서서히 변이 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그렇습니다. 다만” 까지만 말을 하고 마동은 뒷말을 기다렸지만 의사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끝이 흐린 의사의 말을 끝으로 마동은 진료실을 나왔다. 의사가 하는 말은 알 것 같기도 했지만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쉽게 와닿지도 않았다.


간호사는 처방전을 마동에게 내밀었다. 병원에서는 포르말린냄새도 났지만 이곳에서는 추워서 몸이 떨리지도 않았고 더워서 답답하다는 느낌도 없었다.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 밤이 되면 편안해지는 몸 상태로 되돌아왔다. 병원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면 몸살증상에 시달릴 것만 같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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