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하늘보다 오늘의 하늘이 5

111

by 교관


111.


“사람들은 누구나 변이하나요?” 마동은 처방전을 건네받으며 분홍 간호사에게 물었다. 처방전을 받으면서 보니 분홍간호사의 손가락에 살이 조금 붙은 것 같았다.


“글쎄요, 어떨까요? 고마동 씨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분홍 간호사는 분홍웃음을 띠며 마동에게 되물었다.


“사람은 변이 하는 것이 계기가 없이 가능할까요?” 마동은 다시 분홍간호사에게 되물었다. 두 사람 간에 대답은 없고 질문만 오고 갔다. 분홍간호사는 분홍미소를 띠며 마동에게 처방전을 건네주고 분홍색 매니큐어가 발린, 조금 살이 붙은 손가락으로 환자들의 차트를 정리했다. 이렇게 보니 분홍간호사는 어제보다 분명히 통통해진 것 같았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풍만해졌다. 단지 마동이 심한 몸살에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 아니면 본래 풍만했는데 어제는 느끼지 못하고 지나쳤는지 모르는 일이었다. 마동은 어떻게 하루 만에 분홍간호사가 풍만해졌는지 기이했지만 지금 마동의 눈앞에 있는 분홍간호사가 입고 있는 분홍색의 간호사 복은 터질 듯했다. 마동의 시선은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분홍간호사의 가슴으로 향했다. 시간이 물 한 모금 마실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때 마동의 시선은 분홍간호사의 가슴에서 벗어났다.


분명히 간호사는 풍만해졌어.


“우리 인간에게는 보통 마음이 있습니다. 한 인간의 마음이라고 해서 그 마음이 한 인간의 정신에 속해있지는 않습니다.” 분홍간호사의 목소리는 높지도 낮지도 않았다. 말을 할수록 가슴이 위아래로 움직였다. 목소리가 질 좋은 마호가니 목재 스피커를 통해서 흘러나오는 소리처럼 기이했다. 의사처럼 신뢰감을 주는 목소리였지만 의사의 목소리와는 다른 종류의 편안함이 묻어 있었다.


“바람에 의해서 나뭇가지가 흔들리듯 모든 사물은 바람이라는 연계매체로 동시를 느낍니다. 거기서 그 하나하나의 나뭇가지에 서로 연결되어 바람 같은 관념을 인간은 드러냅니다. 우리 인간의 독립된 개별적 의식은 개성이라 불리는 은유를 지니고 있어요. 개성이라는 것은 자신을 각각의 모습에 맞게 표출하려 하지만 무의식의 바람에 의해서 서로 모이듯 하나로 연결되어 흩날리는 바람과 같습니다. 이를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제자인 칼 융이 발견한 집단무의식의 한 부분과 비슷하겠네요.”


분홍간호사는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마동은 몸속 깊은 곳에서 작은 신음소리가 올라와 입술 밖으로 새어 나왔다.


흐음.


분홍간호사는 마동의 얼굴을 보고 조금 더 미소를 짙게 만들었다.


“인간이 지니고 있는 거대한 무의식의 세계에 존재하는 바람 속 빛의 미립자들이 지형이나 온도에 의해 바람의 성질이 바뀌면 그 속으로 또 하나의 무의식이 뚫고 들어오는 겁니다. 우리는 대게 많은 예술가들이나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의 무의식의 흐름이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더 활발하다고 봅니다. 무의식에 강하게 노출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봤을 땐 기이한 형태로 변이 한 사람으로 보이기도 하겠죠. 이들에게 나타나는 특별한 유형이나 사항 중에서는 구어나 언어로 의사소통을 하지 않기도 한다는 겁니다. 즉 이들에게는 공유되는 공통분모가 무의식을 통해서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죠. 그 공통분모를 통해서 텔레포트를 이용하기도 하고 타인의 심층심리를 들여다볼 수 있기도 합니다. 물론 동시에 같은 마음을 느끼는 이들도 있고 말이에요.” 분홍간호사는 여전히 차트를 정리하며 분홍미소를 띠고 마동에게 말했다.


마동은 가만히 분홍간호사의 말을 새겨들었다. 무의식이라는 단어가 마동의 머릿속에서 방향을 잃은 방패연처럼 계속 맴돌았다.


나의 무의식 속에 또 다른 무의식이 뚫고 들어와서 지금 내 몸에서 변이를 일으키고 있단 말인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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