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하늘보다 오늘의 하늘이 9

208

by 교관


208.


작은 신음소리가 마동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신음 소리는 아무도 듣지 못했다.


장군이는 들었겠지. 마동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장군이는 마동의 신음소리에 반응하지 않았다. 어두운 세계는 다가오는 저것에 의해서 도래하는 것이다. 환영(illusory)적으로 보이던 어둠에 세상이 먹혀버리는 모습.


-나도 두렵다 무척 아주 만이-


-너도 조심하는 게 좋다 너에게는 너의 인지가 막지 못하는 어둠의 도트가 잇다-


-그 어둠의 도트가 무엇인지 알 수는 업다 우리는 오랜 세월을 지나오면서 타협이라는 것과 정출 하는 방법을 잘 터득햇다-


-타협에 응하면 불편한 점이 만다 대신 마음의 편안함과 조용하고 고향에 온 기분이 들다 그런 기분으로 살아가게 되다-


-적당히 짖어주고 적당히 먹고 적당히 꼬리를 흔들면 되다 그렇게 타협을 하면 오래전처럼 피를 위한 전투는 하지 않아도 되다-


-그런데 마른번개가 몰고 올 그 무엇의 존재에서 피비린내가 심하게 풍겨오다 그 중심에 왜 인지는 모르나 ‘너’가 잇다-


장군이는 입을 벌리지 않았고 마동의 눈을 보며 텔레포트로 마동에게 자신의 의식을 전달했다. 해무는 깊이를 더해가고 있었다.


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집으로 온 마동은 샤워를 하고 트위터에 접속을 했다. 소피는 오전의 촬영을 끝내고 세 시간 정도의 시간이 비어 있다고 했다.


디렉트메시지: 소피의 어린 시절은 어땠어?


마동은 머리를 말리며 휴대전화로 소피에게 디렉트메시지를 넣었다. 메시지는 막힘없이 시원하게 통신망을 타고 한국의 한 도시에서 태평양을 건너 미국의 거대 도시의 한 곳으로 빛만큼 빠르게 갔다.


소피는 트위터에서 자신의 팬들을 위해서 이모티콘으로 소피의 상태를 댓글로 달아주고 있었다. 마동은 냉장고에서 물을 꺼냈다. 물이 마시고 싶어서 꺼낸 건 아니었다. 물을 마셔야겠다는 의지도 생겨나지 않았다. 당장 무엇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그는 냉장고에서 물병을 꺼냈다. 물병이 물병으로써 지니고 있는 역할에 대해서 마동은 수행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느꼈을 뿐이었다.


물병의 뚜껑을 돌리고 입안으로 물을 밀어 넣었다. 물맛이 역시 이상했다. 하지만 물맛이 이상한 것은 아닐 것이다. 분명 그의 입맛이 변한 것이다. 마동의 신체적 변이가 몰고 온 물맛이었다. 물은 세상에 나와있는 액체 중에 가장 맑고 투명한 물질이다. 물은 사람들의 생활 속에 전반적으로 전진 배치되어 늘 사람들과 함께 했다. 물은 사람을 살리기도 했고 죽이기도 한다. 그런 중요한 물이, 몰려오는 악의적인 것들에 의해서 사라지는 상상을 하니 몸이 떨렸다. 손에 든 물병을 보았다. 그렇지만 맑은 물은 마동의 목을 통과하면서 설명할 수 없는 고통을 주었다. 바늘이 목의 여러 부위를 신나게 찔렀고 이상한 액체의 느낌만 가득했다.


물맛을 잃은 동시에 마동의 마음속 일종의 희망에 큰 조각이 났다. 희망 없이는 하루를 견디기 힘이 들었다. 대학시절에 힘든 시기였을 때에도, 군대시절의 전우가 자살을 했을 때에도 마동은 하나의 희망이 있었기에 견뎌내며 지내왔다. 하지만 지금은 그 희망이라는 것이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을 선택하도록 무의식을 통해서 강요받았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선택의 자유의지라는 것은 이미 변이 하도록 유전자에 의해서 모든 것이 프로그래밍되고 확고해져 있었던 것이다. 그럴지도 모른다. 마동은 자신의 변이를 확실하게 인정했다. 확실하게 인정하는 순간 조각난 희망이 퍼즐처럼 더 잘게 부서졌다.


저 때문에 변이가 시작되었는데 절 원망하지 않나요?’ 쓸모없어져 버린 에어컨이 박혀있는 거실의 벽에서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목소리가 들렸다.


“후회하지 않아요. 인간은 어떤 방식으로든 변이를 가집니다. 그것이 신체의 변화이든 마음의 변화이든 말이죠. 단지 희망이 조각나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걸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군요.”


소리를 내어 환청이 들리는 벽을 보며 마동은 이야기를 했다. 벽은 벽 그대로의 모습뿐이었다. 그곳에서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목소리는 애당초 나오지 않았다. 마동은 그가 만들어 낸 환청을 향해 소리를 내어 말하고 싶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