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하늘보다 오늘의 하늘이 9

225

by 교관


225.


여자 속에 숨어 있던 욕정을 끝없이 끌어올렸다. 여대생은 초반에 엑스터시와 마약 최음제의 효과로 몸이 밑으로 한없이 쳐지는 느낌과 함께 카타르시스에 도달하는 천상의 기분을 느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기억이 희미해져 버리고 뇌의 중추신경의 억제기능이 감소되어서 환시, 환청이 들렸고 현실을 왜곡해 버리는 정신병적 증상을 보였다. 그 사실을 본인만 몰랐을 뿐이었고 그럴수록 그와 함께 술자리를 가졌다. 술에 약을 타서 먹거나 정신이 아찔해지면 남자가 또 다른 약을 투여해 주었다. 그러면 세상은 황홀해졌다. 걱정근심이 새가 되어 모두 싹 날아갔다. 바다 위의 고급 보트에서 마련한 물 위의 침대에 엎드려 서비스를 받는 기분이었다. 굉장히 경이로운 경험. 일상에서는 도저히 만날 수 없는 쾌락적 환희였다. 그가 나를 사랑한다는 확신이 들었다.


여대생은 현실을 잊기 위해서 독신남자에게 약을 원했고 남자는 술에 약을 타서 밤마다 바에 남아서 마시거나 자신의 집에서 술을 먹이고 여대생을 탐닉했다. 바에서 업혀 나온 여대생의 몸은 물에 젖은 스펀지처럼 늘어졌으며 살 가마니처럼 무거웠다. 그녀는 이제 남자가 어떠한 행위를 해도 알지 못했다. 그저 쾌락만을 추구하는 정신과 육체로 바뀌어 있었다. 오늘은 그 마저도 버거워 보였다.


여자를 업고 있는 독신남은 등으로 그녀의 가슴이 비정상적으로 뛰는 것을 느끼며 자신의 집으로 올라갔다. 맥박이 빠르고 불규칙적이었다. 남자는 자신의 집 현관문 도어록에 비밀번호를 입력해서 열고 들어가 여자를 침대에 눕혔다. 여자는 이제 갓 태어난 신생아처럼 미미한 소리만 낼뿐 자의적으로 움직일 수 없었다. 그녀는 인큐베이터 안의 아기가 되어 가만히 누워만 있을 뿐이었다. 남자는 침대에 누워있는 여자를 본 후 와이셔츠 단추를 위에서부터 두 개 풀었다. 남자는 땀을 흘리고 있었다. 일그러진 일탈로부터 시작된 망가진 땀이었다. 남자는 방의 에어컨을 틀었다. 깨끗한 에어컨디셔너는 조용하게 주둥이가 벌어지더니 차가운 바람을 만들었고 후텁지근한 집안을 곧 시원하게 만들어 주었다.


남자는 자신의 책상 서랍에서 방독면을 꺼냈다. 방독면 두 개가 그의 손에 쥐어져 있다. 하나는 여자의 얼굴에 씌우고 하나는 자신의 얼굴에 뒤집어썼다. 남자 역시 이미 환상 속의 세계에 들어온 얼굴이었다. 여자를 침대에 눕히고 정신이 없는 여자의 얼굴에 방독면을 씌운 다음 자신의 침대 밑에 가득 있는 하이힐 중 굽이 제일 높은 지미추 힐을 꺼내 여자의 발에 신겼다. 치마를 걷어 올렸다. 스타킹을 찢고 팬티도 찢었다. 다리를 벌리니 여자만의 냄새가 풍겼다. 남자는 하이힐을 한 번 보고 여자에게 올라탔다. 여자는 맥박이 너무 불규칙적이고 빠르게 뛰었다. 독신남의 손이 어린 여대생의 가슴으로 올라갔다. 여자가 입고 있는 윗도리를 다 벗기지 않고 유륜이 보이게 상의를 젖히고 가슴을 꽉 움켜쥐었다. 여자의 가슴은 남자가 만지기 위해 만들어 진거야, 남자가 말했다. 여자가 잠시 미미하게 미동을 했다. 남자가 방독면을 쓴 채 소리를 쳤다.


이곳이 천국이다!


여자가 쓴 방독면 안면렌즈 부분에 성에가 꼈다. 여자는 더 이상 숨쉬기가 힘이 들었다>



마동의 무의식 속으로 내팽겨진 인간들의 삐뚤어진 의식이 파고들었다. 인간들은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서 살아가고 있었다. 상대방 때문에 화를 내고 화해를 하지만 그것은 본디 자신이 편해지려고 화해를 야기하는 본성이 짙게 깔려 있었다. 상대방을 위한 배려가 전혀 없는 삶을 인간들은 살아가고 있었다.


인간의 모습에 이기적이라는 관념의 이름으로 건물을 세우고 건물은 삽시간에 땀을 흘리는가 싶더니 끈적끈적한 돌기를 만들어내고 그 돌기에서는 매캐한 연기를 뿜어내며 썩어 들어갔다. 연기가 전해주는 냄새는 두통을 동반했고 동시에 구토를 자아냈다. 더럽고 추악한 냄새가 치누크를 타고 마동의 무의식으로 들어왔다. 냄새는 하수구의 모습보다 추악했으며 시궁창의 쥐보다 추잡스러웠다. 시간의 연속성을 도무지 느낄 수 없었다. 불구덩이의 붉은색은 증식함에 따라 뚝뚝 떨어지는 오래된 혈액의 색으로 변해 질척함을 보였다. 마동의 몸은 이내 핏빛으로 덮여버리고 거센 뜨거움을 느꼈다. 어린 친구들의 몸뚱이가 서로 맞지 않은 얼굴에 붙어서 마동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친구들은 너구리가 되었다가 너구리의 몸에 눈동자가 없는 친구의 얼굴만 붙어서 마동에게로 다가왔다.


뜨겁다. 너무 뜨겁다.


하아.


참을 수가 없다. 이대로 화마에 몸이 다 타버릴 것만 같다.


순간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얼굴이 떠오른다.


소피의 얼굴로 바뀐다.


분홍간호사의 얼굴이 다시 소피의 얼굴 위에 입혀졌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가슴골이 선명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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