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하늘보다 오늘의 하늘이 11

307

by 교관

307.


“그런데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그 이상으로 위험하지 않을까. 당신은 어쩌면 당신 자신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무슨 일을 하는지, 또 다른 당신 자신을 보호해주지 못하는 것이죠.”


마동은 류 형사의 눈을 쳐다보았다. 눈 색이 많이 탁했다.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눈빛은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제가 하는 말에는 어떠한 단서도 없습니다. 증거도 없고 말이죠.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겁니다. 지금은 저를 제외한 모두가 용의자 선상에 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는 어제 하루 동안 당신의 행방을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우리들, 그러니까 현재 대한민국 수사국에 주민등록이 되어있는 국민의 행방을 추적하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휴대폰의 추적도 가능하고 말이죠. 그런데 수치스럽게도 어제 하루 동안의 당신은 마치 없어진 최원해처럼 전혀 행방을 알 수 없었다는 겁니다.” 류 형사는 손톱 밑을 입으로 후 불었다. 그리고 마동이 말을 하기까지 진지한 얼굴을 하고 기다려 주었다.


마동은 그날의 이야기를 사실대로 말했다. 거짓말 같지만 낮 동안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몸이 아프다가도 밤에 찾아오면 바이러스가 빠져나가서 몸이 괜찮아진다, 그래서 조깅을 했다고 말했다. 류 형사는 마동의 말을 놓치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수첩에 받아 적었다. 마동은 최원해 부장이 찾아와서 같이 조깅을 시작했고 구청에서 만들어놓은 저수지가 있는 일명 둥지산을 달리는 코스로 정했다고 했고 그 코스는 겨울은 오후 6시 이후에는 입산금지이지만 여름에는 자정까지 조깅을 할 수 있어서 같이 달려 올라갔다고 했다. 그런데 같이 달리기 시작하고 철탑부근에 이르렀을 때 마동은 자신도 정신을 잃었고 눈을 떠보니 최원해 부장은 사라졌고 자신은 바닥에 누워있었다고 사실대로 말했다. 정신을 잃었을 때는 깊은 잠에 빠져들 때처럼 한순간이었고 전혀 기억이 없다고 덧붙였다.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듯 류 형사는 수첩에 받아 적다가 적는 행위를 멈췄다. 류 형사는 마동의 이야기를 듣고 당시의 상황에 꼼꼼하게 다가가려는 듯 생각했다.


“어떤 냄새도 없었어요. 우리는 조깅코스로 천천히 달렸습니다. 최 부장님은 몸이 비대해서 빨리 달릴 수 없다고 판단을 했죠. 그래서 아주 천천히 달렸어요. 그러다가 거의 걸어가게 되었습니다. 동네의 있는 산이라고 해도 오르막길을 준비운동 없이 뛰어 올라간다면 그다음 날 다리와 몸은 아우성을 지르겠죠. 그래서 걷는 속도보다 조금 빠르게 걷기 시작했어요. 여름밤의 산속은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보다 훨씬 시원합니다. 밤하늘의 바람을 나무들이 빨아들여 밑으로 내려 보내죠.”


정말요?라는 눈빛으로 류 형사가 고개를 갑자기 들어 마동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저는 그렇다고 생각을 합니다만 실제로는 모르죠. 나무들이 바람을 빨아들인다는 건 그저 저의 생각일 뿐일지도 모르겠군요. 그렇지만 산속에서 부는 바람인 그런 느낌이 들잖아요?” 마동의 말에 형사 두 명은 그런 일이?라는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때 바람이 불어왔어요.”


“바람? 무슨 바람?” 류 형사가 말했다.


“치누크”라고 마동은 짧게 대답했다. 류 형사는 입에서 치누크라고 되뇄다. 그리고 신참형사에게 바람이름인가?라고 물었고 신참형사는 스마트폰으로 치누크에 대해서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류 형사는 신참형사의 모습을 보며 볼펜을 다시 입으로 가져갔다. 신참형사는 치누크바람에 대해서 간단하게 류 형사에게 설명을 했다. 류 형사는 설명을 듣고도 잘 알아듣지 못했다. 그런 바람이 어째서 이곳에 나타난단 말이지?라고 신참형사에게 물었고, 신참형사는 다시 스마트폰을 터치하기 시작했다. 류 형사는 신참형사의 모습을 보며 볼펜을 다시 입으로 가져갔다.


“정신을 잃었을 때 타격도 없었고 어떤 무엇에 의해서 그렇게 괸 것인지 모른단 말이죠? 그것 참 신비한 일입니다. 이상하다기 보다 신기하군요. 한 명은 공기덩어리가 꾹 누르듯이 조용히 정신을 잃어버리게 만들고 또 한 명은 사라져 버리고 말이죠. 정말 이상한 것은 찢어진 운동화 한 켤레만 발견된 것이 마음에 걸린다는 겁니다. 그 외에는 단서가 전혀 없어요. 무엇에 의해서 끌려간 자국도 없고 숲의 풀들이 누워있다거나 쓰러져 있지도 않았습니다.”


류 형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현장을 떠올리는 모양이었다. 어김없이 그가 들고 있는 볼펜의 끝 부분이 그의 입으로 들어갔다.


“운동화가 그렇게 찢어졌는데 최원해의 살점이라든가 핏자국은 전혀 없다는 겁니다. 방금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죄송하지만, 솔직히 여기에 오기 전까지 전 기이하지만 일련의 이상한 사건들에 대해서 당신을 조금 의심했었습니다. 증거라든가 단서는 전혀 없어요. 그리고 당신의 얼굴을 보는 순간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건에 당신이 깊은 관계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어떠한 방식으로 최원해를 없애고, 아니 사라지게 하고 아파트의 변태성욕자들을 기이한 형태로 살해하고 바다에 떠있는 상태로 사람을 죽였다는 것이 당신과 필시 연관이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 사건들이 아무런 진척이 없다! 그래서 저는 합리화를 위해서 당신을 의심하는 것이 합당한 것이라고 여겼는지도 모릅니다.” 이번에는 볼펜 끝을 아랫니에 톡톡 두드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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