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10.
금붕어는 혼자서는 먹이를 찾아 먹을 수 없으니 주인이 먹이를 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면 죽고 만다. 물이 더러워지면 죽고 만다. 어디에도 가지 못한다. 갇힌 곳에서 행복해하며 불행해하며 유영을 할 뿐이다. 그리고 주인이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면 죽고 만다. 금붕어는 좁은 어항 속, 불투명한 물과 전기와 금붕어용 먹이가 있어야 살아갈 수 있다. 금붕어는 죽어야만 자연으로 돌아간다. 도시 속 우리의 인생은 금붕어와 다를 바 없다. 그렇지만 금붕어는 죽는다던가. 산다던가. 그런 걸 어항 속에서는 알지 못한다.
청록색 밤하늘에 뿜어내는 연기는 오늘도 어떤 모양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저 연. 기. 였다. 연기처럼 사라지면 된다. 한 달이 지나도록 뉴스에 나오지 않는 걸 보면 리사는 살아있다. 리사! 내 말 듣고 있냐! 힘내라! 금붕어처럼 살아!
물건을 정리하고 화장실을 청소하고 가끔 만취한 손님은 택시에 태워 보내고 또 가끔 그들에게서 팁을 받는다. 손님이 별로 없거나 거스턴 안에서 내가 할 일이 없을 땐 나가서 전단지를 돌렸다. 단순한 일의 반복이다. 복잡한 도시도 단순하게 흘러간다. 여러 개의 단순함이 모여 하나의 복잡함을 이루고 있는 곳이 여기 이 도시다.
편의점에서도 잘리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늘어나는 청구서와 빚을 갚을 길이 없다. 그 녀석은 저 청록색의 젖은 어둠이 가득한 밤하늘로 올라갔다. 실은 그 녀석이 간 곳은 더 깊고 깊은 어둠 속이다. 밤이 청록색이라는 건 불순물이 많다는 말이다. 아무것도 껴 있지 않는, 깨끗하고 맑은 어둠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 눈을 감고 그대로 뜨지 않으면 된다. 모든 것에서 편안해질 수 있다. 원하지도 않았는데 태어나서 나는 엉망진창인 인간으로 살았다. 동생도 보고 싶고 그 녀석도 보고 싶었다. 무엇보다, 누구보다 어머니가 보고 싶었다. 어머니가 너무 보고 싶다. 왜 나를 놔두고 그렇게 일찍 죽어야 했을까. 죽어야 할 사람은 이 도시에 너무 많다. 거기에 나의 어머니는 속하지 않는다. 어머니가 도시의 사람이 아니라서 그랬을까. 동생과 어머니가 너무 보고 싶다. 정말 보고 싶다. 대화도 몇 번 해보지 못했다. 이게 사람이 사는 모습일까.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나는 이 도시에게 버림받은 것이다. 청록색 밤하늘의 어둠 속으로 젖어들자.
오늘 새벽이 편의점 마지막 날이다. 4시가 되어간다. 전화벨이 울렸다. 듣지 못했던 벨 소리다. 문 리버다.
“리사? 리사야?”라는 물음에 “엄마가……. 엄마가…….”라고 말을 하는 리사는 울먹거렸다.
“엄마가 평생 먹어본 장어구이 중에 그게 가장 맛있었데. 잘 먹었다고 전해 달래.”
“응.”
“엄마가 적어도 넌 나에게 나쁜 짓 할 인간으로는 어떻게든 보이지 않는데.”
“응.”
“엄마가……. 언제든 오면 제육볶음 해준대.”
“그래, 고마워.”
리사는 울음을 꾹 참았다. 울고 싶으면 울어도 된다고 말하고 싶었다. 우는 건 돈 드는 것도 아니고 나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리사는 최선을 다해 울음을 참고 있었다.
“볼펜 받으러 가도 돼?”
“응.”
“그 볼펜으로 신춘문예 도전할 거야, 응원해 줄 거지?”
“응.”
“행복하지 만은 않을 거야.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지금부터도 그럴 거야.”
“응.”
“서로에게 상처 주고, 받은 상처는 영원히 갈지도 몰라.”
“응.”
“너 약속하나 해줘.”
“그래.”
“떨어져 있을 땐 잠들기 전에 전화해서 잘 자라고 꼭 인사해 줘, 같이 지낸다면 눈떴을 때 내 얼굴 보고 잘 잤냐고 물어봐 줘.”
“응.”
“그리고 또 하나, 2인분 이상만 파는 김치찌개 먹고 싶을 때 너 배고프지 않아도 같이 가줘.”
“그래.”
커피 한 모금 마실 정도의 틈이 있었다.
“고마워…….”
“응.”
“고마워.”
“응.”
“정말 고마워.”
“나도 고마워.”
리사는 내 대답에 웃는 건지 우는 건지 알 수 없는 표정이 되었을 것이다. 못생긴 얼굴. 하지만 사랑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을 것이다.
“가끔 청록색의 밤하늘도 같이 보고 말이야.”
“응.”
“여기서는 밤하늘이 온통 별빛이라 별로야. 별빛이 보이니까 자꾸 별빛을 잡고 싶어 져.”
“응.”
“그래서 밤하늘도 아름답지 않아.”
“응.”
“청록색 밤하늘을 너와 함께 보고 싶단 말이야.”
“그래.”
“나 말해줄 게 있어.”
“뭔데?”
“너 있는 근처에서 제대로 된 일자리 구했어. 미용사 자격증 땄어. 그리고……. 나 이제 크고 답답한 목걸이 하지 않아. 이제 버스 타려고 해."
그녀는 울음을 꾹 참고 있었다.
“너는, 너는 뭔가 말하고 싶은 거 없어?”
울먹이는 리사의 말에 나는 조금 틈을 가졌다가 말했다.
“빨리 와, 보고 싶어.”
리사는 참았던 울음을 쿡 터트렸다. 세상을 미워해도 너는 미워하지 않아도 돼,라고 리사에게 말하고 싶었다. 말하진 못했지만 괜찮다. 직접 얼굴을 보며 말하면 된다. 리사가 버스를 타고 나에게 오고 있으니까.
새벽 4시가 되면 자동으로 음악이 나오는 편의점 스피커에서 카더가든의 ‘그대 나를 일으켜주면’이 나오기 시작했다. 금붕어는 어떻게든 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좁은 곳에서 받아먹어야 하는 먹이를 넣어 주어야 하지만 악착같이 살아가고 있다. 오늘 밤도 어김없이 청록색의 젖은 어둠이 밤하늘을 수놓았다. 어항에 새로 금붕어가 들어왔다. 마치 원래 그랬던 것 마냥 유영을 하며 지낸다. 달아나지 않고 싸움을 멈추는 건 힘들지만 금붕어처럼만 하면 된다. 좁은 곳이지만 먹이를 넣어주면 버끔버끔 받아먹으며. 금붕어는 그 존재만으로 누군가에게 기쁨을 준다. 리사의 목에 크고 굵은 목걸이 대신 별빛이 남긴 꼬리 같은 자국이 선을 긋고 있지만 괜찮다. 이제 그곳을 내가 대신 안아 주면 된다.
[끝]
https://youtu.be/WE1uL6pju2A?si=_j9FO2NitVeF535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