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줄거리 및 작품소개: 주인공은 매일 밤 꿈을 꾼다. 그리고 그 꿈은 총에 맞아서 죽는 꿈이다. 늘 총에 맞아서 땀을 흘리며 일어난다. 누군가에 의해서, 누군가가 멀리서 쏘는 총에 맞아서 죽는다. 그런데 어느 날 꿈에서는 자신이 권총을 들고 쏘는 총에 맞아서 죽는 꿈을 꾸게 된다. 꿈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현실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것일까.
1.
나는 매일 밤 총에 맞아 죽는 꿈을 꾼다. 총알을 맞기 직전까지 그 알 수 없는 공포를 매일 밤 꿈에서 느낀다. 꿈의 내용이란 없다. 그저 총을 맞는 꿈이다. 어떤 날은 계단 위에서 벌벌 떨다 총을 맞고, 어떤 날은 판잣집 안에서 벌벌 떨다 총을 맞고 또 어떤 날은 강물 속에서 덜덜 떨다가 총에 맞아 죽는다.
매번 그렇지만 총을 맞기 전까지 그 짧은 시간 동안 거대하고 무서운 공포에 떤다. 그 공포를 이루 말로 할 수 없다. 압착되고 내 존재가 말살된다는 생각에 두려움은 크다. 이제 죽는구나,라고 생각하면 꿈속이지만 소변도 줄줄 지린다. 그렇다고 눈을 떴을 때 침대 위에 소변을 지려 놓은 적은 없다.
총을 맞는 순간 놀라서 잠에서 깬 적도 있고, 아주 편안하게 잠에서 깨어난 적도 있고, 총을 맞고 서서히 죽어 가는 느낌이 들 때 깬 적도 있다. 내용도 없고 그저 어딘가에서 총을 맞고 죽는 순간 깨어나는데 일어나는 시간은 산발적이다. 눈을 떠 보면 새벽 4시 일 때도 있고, 아침일 때도 있다.
총을 맞고 땀을 쏟아내며 놀라서 일어나면 대체로 새벽 이른 시간이고 조금은 편안하게 일어나면 아침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게 그러했다.
총구의 그 작은 구멍은 대포 구멍처럼 크게 보였으며 그 구멍에서 발사된 차갑고 서늘한 총알은 내 몸의 어느 한 곳을 뚫고 내장과 창자를 배배 꼬아서 전부 비틀어 버린 다음 등에서 빠져나왔다. 그 짧은 극심한 고통을 느끼며 숨 가빠하다가, 숨을 헐떡거리며 죽는 것이다.
땅바닥에는 내 몸에서 나왔다고는 할 수 없을 만큼의 피가 고여 있고 그 핏빛은 끈적끈적한 망각의 골수처럼 보였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그 꿈은 더 적극적이고 숙명처럼 내가 잠이 들면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나는 이것이 병이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아직 정신과에 가서 상담을 받기를 꺼려하고 있다.
사실 그것이 진실이라면 더더욱 마주 대하기가 겁이 난다. 진실이란 늘 그렇다. 하지만 앞으로도 총을 맞는 꿈 때문에 정신과에서 상담을 받을 일은 없을 것이다.
어느 날은 꿈속에서 한 아이가 내 집 마당의 무화과나무 밑에 앉아서 나무 밑의 흙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꿈에 아이가 나타나기는 처음이었다. 총에 맞아서 죽을 것이 뻔한 꿈에 아이가 나타나니 의식의 표면에 붙어있던 불안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얘야, 넌 거기서 뭘 하고 있니?라고 물었더니, 태양의 냄새가 좋아서요.라고 대답한 아이는 흙에 그림을 그리고 있던 무엇인가를 나에게 건네주었다.
그것을 받아 들고 보니 권총이었다. 아이는 나에게 그런 말을 했다. 총만 한 게 없어요. 짧은 거리에서 실패할 확률이 제일 낮아요. 순간에 평온해질 수 있는 게 아저씨가 들고 있는 총이라구요.라고 했다.
칼이라면 쉽지 않다고 했다. 그렇다고 총열이 긴 총도 생각만큼 만만치 않다고 했다. 권총을 들고 자신의 관자놀이에 대고 그저 검지를 당기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넌 꼬마가 이런 것을 어떻게 다 알고 있는 거니?라고 묻고 보니 아이는 온데간데없고 그림을 그리던 흙구덩이, 거기서 구울들이 마구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세상은 구울들이 점령했고 다행히 그들은 총 같은 것은 들고 있지 않았다. 구울들을 피해서 달렸다.
달리고 또 달렸다. 구울 이란 총을 쏠 줄 모른다. 그저 지친 듯한 몸짓으로 나를 따라올 뿐이다. 나는 들판 같은 곳을 쉬지 않고 달리기만 하면 되는, 그런 시나리오다. 하지만 이곳은 꿈속이 아닌가. 어느새 나는 건물 안에 갇히고 구울 들은 수십 명이 되어 양팔을 앞으로 뻗고 으으 거리며 나에게 몰려왔다. 나는 구울들을 향해 총을 쏘아댔다.
탕 탕 탕 탕.
알싸한 화약 냄새와 귀에 여운이 남는 총소리를 뒤로 한 채 권총의 손잡이에는 이제 한 발이 남았다는 적신호가 들어왔다. 구울 들은 녹색 빛깔의 침을 흘리며 쓰러진 몇몇의 구울들을 밟고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그 아이가 말한 대로 권총을 관자놀이에 대고 방아쇠를 당기려고 한다. 꿈이지만 이제 곧 죽음의 한 부분이 된다는 공포가 또다시 밀려들었다. 내가 방아쇠를 당긴 총에 맞아서 죽는 꿈을 꾸는 건 그날이 처음이었다.
항상 누군가의 긴 장총에 맞아서 죽는 꿈을 꾸었지만 내가 권총을 건네받고 내 머리의 관자에 총구멍을 댄 후 방아쇠를 당겼다. 내가 내 손으로 방아쇠를 당기기까지 굉장하리만치 거대한 번뇌와 회한이 밀려들었으며 총알이 튀어나가는 반대편 머리의 뇌수가 떠올랐으며 극심한 공포로 심장이 터질 것처럼 드세게 뛰는 것을 느꼈다.
비록 꿈이지만 그것은 실체처럼 다가왔다. 누군가가 쏘는 총을 맞을 때에도 비슷한 공포가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더욱 공포가 강했다. 일어났을 때 상체가 땀으로 젖어 있었다.
침대 옆의 아내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나의 얼굴을 매만져 주었고 볼에 입맞춤해 주었다.
“으응, 당신 또 그 꿈을 꾼 거예요?”
나는 응,라고 대답을 하고 땀에 젖은 속옷을 갈아입고 샤워를 했다. 총에 맞아서 죽는 꿈을 언제부터 꾸었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았지만 혼자 살 때에는 꿈을 꾼 후에도 다시 잠들었지만 결혼을 하고 난 후에는 꿈을 꾸고 나면 으레 속옷은 땀에 절어 있었고 땀에 젖은 속옷을 입고 아내 옆에서 다시 잠들기가 싫었다.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다 보면 그 시간이 새벽이든, 아침이든 잠에서 완전하게 깨어나게 된다. 샤워를 하면서 흘린 땀의 잔재를 비누칠과 함께 하수구 구멍에 쓸어버린다. 하수구 구멍으로 빠져나가는 비눗물을 보면서 조금씩 하루하루 빠져나가는 내 삶의 작은 부분을 본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