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줄거리 및 작품소개: 나를 떠나지 않겠다는 주근깨 소녀가 어느 날 나를 떠났다.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나게 된 그녀는 혁명가가 되어 있었다. 도대체 혁명가란 무엇일까. 그녀는 무슨 일을 하는 걸까.
1.
그녀는 혁명가가 되었다. 어째서 혁명가가 되었는지 알 수는 없다. 결혼도 하지 않은 채 혁명가로서 길을 아직 걸어가고 있다고 했다. 링고스타를 좋아하는 주근깨 소녀가 혁명가라니, 세상은 정말 알다가도 모르는 일투성이다. 도대체 혁명가는 무슨 일을 하는 것일까. 혁명가는 돈을 어떻게 벌어들일까.
오래전에 그녀는 3층 높이의 야외가 보이는 주방에서 언제나 식사를 하고 싶다고 했다. 나와 결혼을 하면 식탁에 아침마다 꽃을 한 송이씩 두겠다고도 했다.
링고스타라니 맙소사.
링고스타가 제일 좋은 걸요. 당신과 함께 있으면 의식이 뚜렷해지는 거 같아요. 그래서 좋아요. 저를 버리지 않을 거죠?
결국 그녀에게 난 버림받았다. 그런 그녀가 혁명가가 되었단다. 혁명가는 뭘 해서 먹고 살아가는 걸까.
내가 지쳐 보이면 그녀는 냉큼 우리 더운 음식을 먹으러 가요. 그럼 기운이 되돌아온대요. 라며 나를 이끌었다.
왜 항상 더운 음식이라고 말을 하는 거지? 보통 따뜻한 음식이거나 뜨거운 음식이라고 하잖아?
그래서 듣기 싫은가요? 라며 그녀는 웃었다.
아니야,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어쩐지 기이해서 그래.
더운 음식 더운 음식,라고 자꾸 되네이다 보면 그것은 마치 기호가 아니라 하나의 실체가 되었다.
실은 읽은 책에서 그런 말을 봤어요. 어떤 책인지 생각지 나지 않지만요.
하늘은 온통 잿빛으로 물들어 있고 대기는 먼지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녀를 따라서 스파게티 전문점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나에게 매번 더운 음식을 권했지만 가는 곳은 언제나 다른 곳이었다. 그곳은 전혀 스파게티 전문점처럼 보이지 않았다. 아주 작은 공간에 테이블이 4개가 전부인 곳이었다. 둘러보아도 도무지 스파게티 전문점이라고 할 만한 점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녀와 나는 자리가 비어있는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서 스파게티를 주문하고 잠시 기다리는 동안 테이블에 앉아서 스파게티를 먹고 있는 사람들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세 군데의 테이블에 앉아있는 그들은 전부 이야기라고는 하지 않은 채 스파게티를 먹는 것에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사람들은 대화라는 건 애초에 소멸된 사람들처럼 오로지 포크에 스파게티를 돌돌 말아서 먹는 것이 이 세상에서 하는 유일한 존재양식처럼 보였다. 내가 그녀에게 그러한 사실을 이야기할 즈음 스파게티가 나왔고 나는 그녀가 말없이 스파게티를 입에 넣는 모습을 보고 나도 스파게티를 입안에 밀어 넣었다. 그리고 나 역시 그녀처럼, 그리고 다른 테이블의 그들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진즉에 안 사실이지만 뜨거운 음식은 실지로 빨리 먹게 되어있다. 어째서 뜨거울수록 빨리 먹어지는 것일까. 그런데 이곳에서 먹는 더운 스파게티는 그 맛을 음미하면서 먹게 되어 있었다.
이렇게 맛있는 곳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많아서 빨리 먹어야 하는 작은 긴장감이 있기 마련인데 이상하게도 저쪽 테이블에서 스파게티를 다 먹은 사람들이 계산을 하고 나간 후 테이블 정리가 끝이 나면 곧이어 손님이 들어와서 그 자리를 메꿨다. 그러한 반복이 지속되었다.
기이한 곳임에는 분명했다.
그녀는 어째서 이런 곳을 잘 알고 있을까.
스파게티를 다 먹고 난 후 그녀는 그곳을 나오면서 도스토옙스키의 악령의 한 대목을 이야기했다.
리자, 어제는 도대체 무엇이 있었을까.
있었던 일이 있었지 뭐.
그건 가혹하다. 그건 너무나도 잔혹하다. - 도스토예프스키, [악령]에서
그녀는 그러한 물음을 남기고 며칠 지난 후 나에게 이별을 고하고 혁명가의 길로 들어선 모양이었다. 그리고 카페에서 우연히 그녀와 마주쳤다. 그녀는 혁명가로서의 그녀로 나와 마주친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