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가가 된 그녀 2

단편소설

by 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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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혁명가로서의 그녀는 나를 알아보지 못하였다. 게다가 혁명가로서의 그녀는 혁명가처럼 보이지 않았다. 실지로 혁명가를 난 한 번도 만나본적이 없다. 그리고 혁명가로서의 그녀는 빚을 진 누구처럼 어딘가 시간에 쫓기는 사람처럼 보였다. 머리가 길었던 주근깨 소녀였던 그녀는 짧은 단발로 바뀌었고, 주근깨는 사라졌다. 좀 더 야위었으며(어쩌면 이런 몸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조금 수척해 보일 뿐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아는 척을 했고 혁명가로서의 그녀는 잠시 생각하는 듯 보이더니 나를 반갑게 안아주었다. 양손으로 나를 감싸 안고 등을 아래위로 쓰다듬어 주었다.


이것이 혁명가들의 인사법인가.


혁명가로서의 그녀는 나에게 좀 걸어가면서 이야기해 주면 좋겠다고 했다. 나는 혁명가로서의 그녀 옆에서 그녀와 나란히 걸으면서 그녀가 하는 말을 들었다. 혁명가로서의 그녀는 상당히 말을 조리 있게 했다. 선택된 단어와 사용하는 어휘에서 예전의 링고 스타를 좋아하던 즉흥적인 면모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혁명가가 어떻게 생활을 하는지 궁금하냐고 그녀가 나에게 되레 물었다. 나는 옆집 대학생 누나의 목욕장면을 훔쳐보다 들킨 사춘기 소년 같은 얼굴로 혁명가로서의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렇지만 말이에요, 세상은 미궁 같은 곳이라 알 수 없는 일들이 곳곳에 만연해 있어요. 모든 이들이 그러한 건 아니지만 마켓에서 그로서리 쇼핑을 하고 신문을 보고 계절에 맞는 옷을 구입해요. 물론 사치는 없어요. 대부분 최소한의 물품만을 구입하는 것에 길들여져 있어요.


나는 혁명가로서의 잘 짜인 그녀의 단어 배열을 들으며 지나온 시간에 대해서, 그녀와의 짧지 않았던 기억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우리는 비슷한 공감을 형성을 하며 앞으로 순탄하게 잘 나아갈 것이라 여기고 있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 그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이었지만 그녀에게서도 그러한 기운이 가득했다.


어쩌자고 나에게 이별을 고하고 혁명가의 길로 들어섰는지 알 수는 없지만 둘만의 그 시간들만은 거짓이 아니라고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굳게 믿었다. 믿을 수밖에 없었다.


혁명가로서의 그녀는 엑스파일 같은 서류철을 옆구리에 끼고 있었다. 소중한 서류 같았다. 나에게 혁명가로서의 그녀에 대한 생각을 말을 하면서 가끔 서류철을 펼쳐 하나씩 검토했다. 나는 그 서류에 눈길을 두지 않았지만 그 서류는 필시 혁명가들에게 필요한 서류 같았다.


서류라는 것은 어디에 가도, 그 어떤 사람에게도 흡착되어 있다. 나는 혁명가로서의 그녀 옆에서 나란히, 그리고 조금은 빠른 걸음으로 혁명가로서의 그녀의 걸음에 밸런스를 맞추어 걸었다. 그건 생각만큼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걸음걸이를 평소에 자신과 맞지 않게 지속적으로 걷는다는 것은 몸에 생각지도 못한 무리가 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혁명가로서의 그녀는 나와 나란히 걸어 간지 30분 정도 지난 후 작은 공원 앞에서 나에게 잠시 기다려달라는 말을 아주 정중하게 한 후 저만치에서 기다리고 있는 한 남자에게 그 서류를 건네주며 웃음기 걷힌 표정으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혁명가로서의 그녀는 또 다른 혁명사로서의 한 남자에게 혁명가로서의 서류를 전달해 주었다. 그 모습은 마치 고대의 중세마을에서 치러지는 경건한 의식 같았다. 혁명가로서의 그녀는 경건한 의식을 치른 후 혁명가로서의 그 남자를 보내고 나에게로 다시 돌아왔다. 그녀의 표정은 한껏 온화하게 보였으며 평온해 보였다.


혁명가로서의 그녀는 나에게 식사를 어떻게 했냐고 물었다. 나는 카페에서 먹은 커피와 맛없는 샌드위치로 적당하다고 했다. 혁명가로서의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그럼 더운 음식을 먹으러 가요. 라며 나를 이끌었다.


오래전 그날처럼.


나는 그녀에게 물어볼 말이 많았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더운 음식을 먹고 나면 기분이 한결 나아질 것이다. 더 이상 혁명가로서의 그녀와 나 사이에 당겨질 거리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인생이라고 하는 장거리 여행을 하면서 누군가 한 사람을 계속 사랑한다는 것은, 좋은 친구를 만나는 것과는 또 다른 일이다……. 그것은 일방적으로 대상에 대한 욕구나 소유욕은 폭력이고 무의미하다는 걸 알고 있는 세대들이기 때문이다.’ 하루키가 한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우리는 말없이 더운 음식을 먹고 서로에게 잘 가라며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혁명가로서의 그녀는 혁명가로의 길로 갔고, 나는 나의 길로 돌아왔다. 예전처럼 가슴이 아프다든가 먹먹한 기분은 들지 않았다. 시간의 흐름일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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