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
365.
“부대의 윗선에서 탈영병을 조용히 찾아야 한다는 명령이 하달되었습니다. 이유를 묻지 못합니다. 우리는 명령을 따라야 하는 군인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6개의 조만 투입이 되었습니다. 수색조들이 혹시나 다른 부대의 훈련을 하는 병사들을 만난다거나 일반인을 만난다면 지금은 훈련 중이라고 하면 됩니다. 근처에 살고 있는 마을의 주민들이나 가장 가까운 인근의 부대에서도 저희 부대는 일 년 내내 훈련을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었어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탈영병에 대해서 보고를 해야 합니다.
전 군대에 비상발령을 알리기 전에 찾아야 했어요. 그래서 우리는 탈영병에 대한 사항은 퍼지지 않게 수색합니다. 탈영병에 대해 부대를 떠돌던 소문이 있었는데 그 병장에게는 여동생이 있었습니다. 여동생은 제대를 얼마 남기지 않은 오빠의 면회를 한 달에 한 번이나 두 달에 한 번씩 꼬박꼬박 왔어요. 여동생은 무척 예뻤고 상냥한 모습이었습니다. 그 모습에 부대의 소위가 반해서 탈영병의 여동생에게 접근을 했지만 마음을 받아주지 않았어요. 어느 주말에 여동생이 면회를 왔을 때 소위는 만취되어 있다가 그녀를 성추행하게 됩니다. 부대에서 말이죠. 오빠는 눈이 뒤집혀 성추행한 소위를 찾아가서 목과 머리에 자동으로 총알을 난사했습니다. 얼굴이 벌집이 되었죠. 소위가 앉아있던 의자 뒤로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피와 뇌수가 벽을 더럽혔습니다. 재빠르게 수습을 한 부대는 이 모든 일이 소문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쉬쉬하는 분위기였지만 그 소문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그때 그 소위의 성추행을 도와준 이가 있었고 소위는 군단장의 아들이었습니다.
이래저래 얽힌 사건 때문에 부대의 윗선에서는 조용히 탈영병을 수색하라는 명령이 떨어졌고 그 사실은 외부로 새어 나가지 않았습니다. 요즘도 대기업의 공장에서 과로사가 많아도 뉴스에서는 보도되지 않는 경우와 흡사해요. 우리는 명령대로 움직여야 했기에 탈영병의 수색에만 몰두했습니다. 수색을 제외하고 사건에 대해서는 함구해야 했습니다. 저는 겨울이 오면 제대를 하는 것을 확고하게 못을 박았습니다.” 카페의 주인은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고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마동은 비를 바라보는 카페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과는 다른 얼굴표정이었다.
주인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그 예전에. 지금 쏟아지는 비와 관계가 있었을까.
“대평리는 여름이면 해가 몹시 뜨거워 작물의 재배가 아주 원활합니다. 굉장히 무덥죠. 하지만 다른 지역처럼 습한 무더위로 인해 불쾌지수가 상당히 올라가는 무더위는 대평리에는 없어요. 그냥 무덥습니다. 해가 모든 세상을 건조하고 바짝 마르게 하는 무더위 말이죠. 쨍쨍한 태양 때문에 눈을 뜨기 힘들지만 그늘이 있는 곳에 앉아있으면 불어오는 바람이 선풍기바람처럼 시원하게 느껴지는 더위의 날 말이죠. 그런 무더위 아시겠습니까?”
마동은 카페주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강인한 무더위를 마동도 알고 있었다. 카페주인의 배처럼 정이 가는 여름의 무더위다. 불쾌하지 않고 끈적거리지 않는 무더위 말이다. 하늘에는 제비가 쉴 새 없이 비행을 하며 날아다니고 더위에 흘린 땀은 그늘 밑에서 말리면 끈적끈적함이 없어 바짝 말라버리는 그런 무더위는 시간과 함께 저 너머의 세계로 사라져 버렸다. 오래된 바닷가의 극장 상영관속에서 사라 발렌샤 얀시엔을 봤을 때 그리고 택시에서 너구리를 만났을 때의 습한 무더위만 이제 세계의 여름을 지배하고 있었다.
“점심을 전투식량으로 간단하게 먹고 우리 조는 수색을 다시 했습니다. 우리 조에게 할당된 지역과 함께 좀 더 넓은 지역을 수색하라는 명령이 떨어졌어요. 저는 필사적으로 탈영병을 찾아서 수색을 했습니다. 이곳에서 탈영병을 잡는다면 병사들은 휴가의 기쁨을 맛볼 거라는 걸 알고 있어서 열심히 수색에 임했고 저는 자책감 때문에 수색에 몰두했어요. 우리가 수색하는 지역에 왜인지 모르겠으나 탈영병이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냄새가 났어요. 탈영병의 무너진 냄새가 말이죠.”
카페주인도 틈을 두었다. 틈을 이용해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탈영병은 나름대로 아픔과 고독과 마음의 병을 안고 탈영을 했지만 우리들은 그런 것 따위는 알지 못합니다. 그것이 군인이니까요. 훈련받고 명령대로 움직이는 게 군인이니까 말이죠. 전투식량을 빨리 먹고 제대로 앉아서 쉬지 않고 움직인 탓인지, 아니면 긴장을 한 탓인지 배가 너무 아팠습니다. 내장기관에서 신호가 왔어요. 군인으로서는 저는 이래저래 맞지 않는 이유가 하나씩 더해졌습니다. 같은 조 대원들에게 대변을 금방 보고 갈 테니 천천히 수색을 하라고 명령 한 다음, 근처의 풀밭에 가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총은 몸에서 떨어트리면 안 되기에 한 손은 총을 파지 하고 한 손에는 휴지를 들고 바지를 내리고 앉아있었습니다.”
카페의 주인은 그날을 생생하게 기억하려는 듯 미간을 좁혔다. 마치 며칠 전의 안 좋은 일을 다시 끄집어내려는 듯 얼굴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