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하늘보다 오늘의 하늘이 13

368

by 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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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


“이번엔 또 뭘까, 하는 생각이 들어차기도 전에 발밑에 느껴지는 것 때문에 너무 무서운 생각뿐이었습니다. 딱딱했어요. 발밑에 닿은 감촉은 딱딱한 돌 같은 무엇이었는데 직감적으로 돌은 아니구나, 했습니다. 그 감촉이 군화밑바닥을 통해서 전해졌어요.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내 심장소리가 그렇게 크게 들리는지 몰랐죠. 바로 귀 옆에서 북을 두드리듯 쿵쿵거렸어요. 대공포와 같은 거대한 소리로 말이죠. 심장은 터질 것처럼 큰 소리를 내며 뛰었고 역겨운 냄새는 콧속으로 가득 들어찼어요. 이것은 분명히 지옥의 모습이었어요. 전 지옥의 입구 같은 곳에 있었습니다. 군화밑바닥으로 전해지는 딱딱한 것 역시 일렁거리며 서서히 움직였는데 아마 지렁이들이 그것을 옮기는 중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전 당시에 너무 겁에 질려있었습니다. 이성적인 사고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으니까요. 지렁이들을 향해 방아쇠를 여러 번 당겼습니다. 그 사실도 지나고 나서 알았어요. 제가 발사를 했는지 기억이 없거든요. 그때, 밟혔던 그 딱딱한 것이 올라오는 것이었어요. 지렁이 수천 마리 사이로 올라온 딱딱한 그것은 사람의 머리였습니다. 눈이 없었어요. 끔찍한 광경이었습니다. 저는 눈을 감고 싶었어요. 그런데 눈을 감으면 영원히 뜨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이 들었습니다. 아직 해골이라고 하기에는 뭣했습니다. 머리카락도 붙어있었고 얼굴의 살갗도 벗겨지고 찢어지고 썩은 부분은 있었지만 완전히 해골의 모습은 아니었어요. 눈이 있던 자리가 퀭했습니다. 퀭한 구멍으로 지렁이들이 꾸물대며 옮겨 다니고 있었습니다. 지렁이들은 그것을 뜯어먹고 있었어요. 너무 끔찍했습니다. 입술도 지렁이들이 다 뜯어먹었습니다. 잇몸과 치아만 보였어요. 머리카락은 대부분 붙어있었는데 군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전 그만 혼절하고 말았죠.


카페 주인은 안으로 들어가서 커피를 다시 받아왔다. 마일즈 데이비스 음악은 그제야 제대로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모든 소리가 주인의 이야기에 죽어 있었다.


“후에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퀭한 시체의 군번줄에는 탈영병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전 혼절한 상태로 부대원들에게 발견되어서 의무대에 실려 왔는데 그곳에서 57시간 동안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저는 깨어나서 부대원들에게 내가 본 광경을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저를 발견한 당시에는 시체와 같이 발견되었고 시체는 자살로 인한 총상으로 죽음을 맞이했지만 눈이 퀭하다거나 입술이 사라지지는 않았다고 하더군요. 탈영하고 고심 끝에 자살을 했는지, 시체가 되고 시간이 좀 지나서 약간의 부패는 있었지만 아직 시체는 사람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수만 마리의 지렁이라든가 폭우는 애당초 없었다고 말이죠. 제가 앉아서 배설을 할 때 소나기가 온 것은 맞지만 소나기는 말 그대로 조금 힘 있게 내리다가 그쳤다고 하더군요. 제가 시간이 지나도 부대원들에게 오지 않았고 그들이 저를 찾았지만 몇 시간 동안 전 자취를 감추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 몇 시간 동안 내 활동반경이 전부 노출이 되어서 저를 찾는 수색이 불가능할 리가 없었거든요. 몸의 회복을 되찾은 후 저는 법무대에 불려 가서 총알을 발사하게 된 경위를 말해야 했습니다. 사실대로 말했지만 군에서는 저의 말을 믿으려 들지 않았습니다. 제대하기 전까지 외부의 병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아가면서 총을 쏘게 된 경위를 말했지만 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똑같았어요. 부대원들도 총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제가 총알을 발사한 것은 맞지만 그 소리를 부대원들이 듣지 못할 리가 없거든요. 과연 저는 그때 무엇을 본 것일까요. 그리고 그 현상은 무엇을 말하려는 걸까요. 어찌 되었던 그 사건은 부대 안에서 은밀하게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군단장의 입김이 거셌거든요. 그 이후로 아무에게도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카페 주인의 얼굴은 이야기를 하기 전의 얼굴로 돌아와서 평화로워졌다. 너무 오래되었지만 주인도 그 이야기를 하는 동안 공포소설을 보는 착각에 빠져들었다. 자신의 입으로 말을 하면서도 허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지금 저 창밖에 쏟아지는 비가 그대의 비와 흡사하다고 느껴집니다. 게다가 그때 나던 불쾌한 냄새, 그 냄새가 지금 나는 듯해요. 나만의 착각인지는 몰라도 말이죠.”


카페의 주인은 마동에게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이야기를 해서 미안하다며 커피를 한 잔 더 내어 주었다. 마동은 주인에게 이야기를 잘 들었다고 말했다. 마동의 말은 사실이었고 진심이었다. 카페의 주인은 자신의 이야기를 이렇게 집중해서 들어주는 이가 없었다고 했다. 주인은 자신의 아내마저 지렁이 이야기를 하면 피식 웃고 만다고, 남자들의 군대이야기는 허구가 가득하다고 믿지 못한다고 했다. 군대 이야기는 죄다 믿을 것이 못 된다고 하면서 카페의 주인도 아내의 이야기를 하면서 큰 소리로 웃었다. 마동은 카페의 주인에게 내가 집중해서 듣는 것인지 어떻게 아느냐고 물었다.


“눈빛입니다. 눈빛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카페의 주인은 마동의 눈을 쳐다보았을 때 흔들림이 없이 고요하고 집중하느라 눈 속의 한 점이 명확하게 보였다고 말했다.


흠.


마동은 마동자신의 눈을 도려내려고 했었던 철탑인간을 떠올렸다.


동공을 도려내고 나면 세계가 조화로워지는 것일까. 그렇다면 나는 시력을 잃어버리고 흉가에서 봤던 끈적끈적한 어둠 속으로 흡착되어 버리는 걸까.

내가 어둠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면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일까.


마동은 더 이상의 생각은 하지 않으려 했지만 생각은 꼬리를 물고 자꾸 나타났다. 담배를 기호라 부르짖는 나약함이 기호를 자꾸 찾듯 생각은 연쇄적으로 끊이지 않는 밤의 여행자처럼 찾아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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