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7
367.
카페주인은 지금도 그 냄새가 나는 듯 얼굴을 몹시 찡그렸다. 그 냄새도 마동은 알 수 있었다. 냄새는 무정하게 다가와서 무성하게 번지는 독 같은 것이었다. 그것은 괄태충이 뿜어내는 누린내였다. 확실하다고 마동은 생각했다.
인간의 우울함을 조장하는 냄새.
모든 사고를 멎게 만드는 냄새.
사념이 가득한 냄새.
“불쾌한 냄새가 서서히 들어차서 짙어졌다고 할까요. 폭우 속에 그런 냄새를 맡고 있으니 그것은 지옥의 입구처럼 느껴졌습니다. 너무 무섭고 두려웠지만 무서움을 떨쳐 내버릴 그 어떤 행동도 할 수 없었습니다. 발도 움직일 수가 없었지만 어딘가로 이동하려면 저 움직이는 땅을 지나쳐야 했는데 저에겐 그런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전 특수훈련을 굉장히 많이 받아온 사람으로서 두려움 따위는 없다고 생각했었죠. 하지만 제가 그날 경험한 두려움은 훈련으로 극복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두려움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움직이는 땅은 내가 서있는 나무 쪽으로 서서히 오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순간, 군화밑바닥이 땅 밑으로 움푹 들어갔어요. 땅이 꺼지는 것이었죠. 산속의 밤은 방금 말했지만 굉장히 어둠이 덮어 버립니다. 하지만 이제 점심을 먹은 지 고작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컴컴해지는 것은 이상했습니다. 아주 어두워졌어요. 어둠이 짙어질수록 저의 공포는 배가 되어 갔습니다. 그런 어둠 속에서 폭우는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었고 움직이는 땅이 내 발을 집어삼키려 하고 있었어요. 전 완전히 넋이 나가기 일보직전이었습니다. 내 오른발이 땅 밑으로 조금씩 꺼져 들어가는 것이 심각하게 느껴졌습니다. 군화의 밑창은 아주 두껍지만 군화밑바닥으로 땅바닥을 제외하고 무엇인가 움직이는 것이 밟힌다는 것을 알았어요. 털이 쭈뼛 서는 느낌이 들었어요. 비를 맞았지만 등과 얼굴에는 빗물과는 다른 식은땀이 흘러내렸습니다.”
주인은 조금 긴 틈을 두었다. 숨소리가 거칠어졌고 말이 빨라졌으며 소리가 커졌다. 주인은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했다. 심호흡은 두려운 기억을 조금 완화시켜 주는 듯 보였다. 머릿속에 가득한 공포를 애써 외면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움직이는 것은 땅 위의 것들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다른 것들에 의해서 땅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야 하는 것이 맞았습니다. 전 거기서 빠져나와야 했어요. 움직여지지 않는 다리를 이끌고 그곳을 나오려는데 바다 위에 떠있는 스티로폼을 위태롭게 밟고 있는 아이처럼 제 몸이 휘청거리다 중심을 잃고 그만 넘어졌어요. 넘어져서 움직이는 땅속에서 허우적거리는데 그 불쾌한 냄새가 백만 개쯤 확 올라오는 겁니다. 바닥에 손을 짚었는데 땅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고 내가 서 있는 산속에 온통 지렁이로 덮여있는 것이었습니다. 사상 유례없던 폭우에 산속의 지렁이가 땅 밑에서 전부 올라왔어요. 모르겠습니다. 말을 하려니 그렇게 밖에 표현이 안 됩니다.”
“부대에서 지렁이는 요긴하게 쓰입니다. 지렁이는 못 먹는 음식이 없기 때문에 우리 부대원들은 부대에서 나오는 음식물쓰레기는 지렁이를 통해서 모두 없애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렁이를 혐오스러워하지 않죠. 하지만 그때 본 지렁이들은 부대에서 키우는 그런 지렁이가 아니었어요. 그것을 뭐랄까요, 빈민에 허덕이다 허무의 불길로 떨어져 버린, 사변으로 똘똘 뭉친 인간의 모습들 같았어요. 표현을 하자면 그렇다는 겁니다. 수만, 수십만 마리의 지렁이는 죽음 그 자체를 보는 것 같았어요. 휘청거리다 넘어져서 바닥에 손을 짚었을 때 손바닥으로 지렁이들이 꿈틀대는 그 감촉이 전해졌습니다. 지렁이 수십만 마리가 땅밖으로 기어 나와서 나뭇잎과 흙을 대동해서 움직이니 땅이 이동하는 것처럼 보였던 겁니다. 그 미끌미끌한 감촉을 타고 지렁이가 지니는 습하고 음지의 기운이 내 몸을 전부 문드러지게 만들었어요. 아니,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지렁이들은 내 군복바지와 소매를 타고 몸 안으로 꿀렁꿀렁 기어 들어왔어요. 전투복 때문에 외부와 단절된 살갗이 지렁이들에 의해 점령당했습니다. 그때 그 기분 나쁜 느낌은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지내오면서 문득문득 저를 괴롭힙니다. 무엇보다 냄새가 훅 올라왔어요. 구토가 나왔죠. 난 인상을 쓰고 입을 막았습니다. 구토를 하면 왜인이 지렁이가 입으로 들어올 것 같아서 입을 꾹 다물었습니다. 그렇지만 구토는 끝없이 펌프질을 했어요. 발밑에 느껴지는 것은 지렁이 말고 또 다른 무엇인가가 닿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빗소리가 고요하게 들렸다. 비도 천둥도 번개의 시끄러운 모든 소리가 카페주인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