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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10시간전

그리운 날도 사라질 날도 55

소설


55.


 세상에서 잘하지 못하고 있는 일은 잘하는 일보다 훨씬 쉽게 집어낼 수 있다. 그녀는 버스의 앞을 바라보고 있을 뿐, 무슨 생각을 하는지 표정으로 읽어낼 수 없었다.


 즐겁지만은 않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더 행복하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덜 불행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버스가 연기를 뿜어내면서 터미널에서 출발했다. 버스 안에는 나와 그녀를 제외하고 다섯 명이 전부였다. 물론 운전사까지 포함해서였다. 그녀 옆에 남자가 앉을까 봐 조마조마했던 마음에서 벗어났다. 버스가 출발함과 동시에 라디오는 [경주로 이어지는 7번 국도에서 18중 추돌의 교통사고가….]라며 뉴스를 내보냈다.


 전국에 내린 급작스러운 눈으로 교통이 마비되었으며 사고의 소식이 나왔다. 그 사이에서 국가는 한 발 뒤로 빠지는 모양새를 취했고 망연자실한 사람들은 국가를 향해 욕을 하기 시작했다는 뉴스도 나왔다. 그녀는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지 출발 전부터 시선을 앞으로 고정한 채 버스의 진동에 따라 몸만 흔들거릴 뿐이었다.


 창밖으로 고층의 건물이 지나갔고 고가의 다리 위로 버스는 지나갔다. 눈 덮인 사각형의 거대한 건물들은 아가리를 벌리고 인간들을 쏟아 내거나 끊임없이 집어삼켰다. 평일에도 아주 많은 사람은 건물 밖으로 나왔고 들어갔다. 줄곧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 어쩐지 현실에서 벗어난 것 같았다. 눈이 내린 직후라 하늘은 청명했고 공기도 깨끗했다.    

           

 자연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백악기의 공룡과도 같은 어마어마한 건물들은 비슷한 모습으로 제각각의 모습인 인간들을 찍어내듯 뱉어냈다. 건물에 다리가 붙어있다면 다리를 들어서 지나가는 인간을 한 번 밟고는 내장이 터져 나와서 신음하는 인간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 한 번 더 밟는 모습을 상상했다.


 결국에는 그 무엇도 없었고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내가 그런 몹쓸 상상을 하는 것을 알았는지 옆구리를 쿡 쳤다. 버스는 시내를 벗어나서 국도를 탔다. 국도의 도로변에는 눈이 내려서 아름다운 광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도로는 관리가 덜 된 탓인지 노면이 얼어서 버스는 제 마음껏 달리지 못하고 억울한 신음만을 토했고 자전거의 빠른 속도만큼만 달렸다.


 느리게 흐르는 풍경에 나는 오랫동안 시선을 창밖에 고정한 채 멍하게 앉아있었다. 라디오는 프로그램이 한 파트를 쉴 때마다 뉴스와 정보를 흘려보냈다. 때아니게 쏟아진 눈은 라디오에서 끊임없이 뉴스를 나오게 했다. 주로 사고 소식과 사건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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