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 드라마
새로 부임한 신입 교사와 발랄한 여고생의 사랑일 거라, 그저 울고불고 상투적인 클리셰일 거라 생각했지만 보다 보면 터부, 동성애, 교사의 성폭행, 금단의 사랑으로 충격과 충격 그리고 또 충격으로 일그러져 막장도 더 이상 개막장일 수 없는 구멍으로 주인공들이 들어간다. 그런데, 아주 기묘하게도 너무나, 몹시 아름답다. 이들의 버려진 사랑이 정말 말도 못 하게 아름답게 흘러간다.
1993년 일본. 갓 부임한 교사 하무라는 출근길에 철도원과 여고생이 옥신각신하는 모습을 보고 그 여학생의 신분을 자신이 보증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자신을 니노미야 마유라고 소개한 여고생은 하무리를 ‘지켜줄게요’라며 밥도 같이 먹고 과학실에 놀러 오면서 점점 사랑이 싹튼다.
이 이야기는 당시 일본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고 싶어 했다. 자신의 딸을 성폭행하는 친 아버지와 그 여학생을 어떻게든 헤아려주고 보듬어주려는 교사. 마유는 친구와도 어울리지 않고 처음으로 하무라에게 마음을 연다. 하무라 역시 아픔이 있다. 그는 대학시절 지도 교수에게 자신의 딸과 결혼하라는 제안을 받고 교수의 연구를 돕는다. 그리고 교수의 친구인 이사장이 있는 학교에서 잠깐 머리도 식힐 겸 교사로 오지만 교수에게도, 그리고 애인이 교수의 딸에게도 버림을 받는다.
마유는 하무라가 애인이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지만 그 애인이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는 사실에 더 충격을 받는다. 두 사람은 점점 더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어 간다. 지켜줄게요, 로 시작된 마유의 사랑은 ‘제가 있잖아요’로 바뀌며 하무라 옆에는 마유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완전히 언덕 밑으로 굴러간다. 친부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있는 장면을 보게 된 하무라는 마유를 친부에게서 떼어 내려하고, 그 과정에서 아버지를 칼로 찌르는 하무라, 그런데 칼에 찔린 마유의 친부는 자신의 딸을 사랑하는 남자가 자신을 죽여서 경찰에게 쫓기게 하기 싫었는지 칼을 맞은 채로 집으로 돌아가 불을 내고 활활 타서 죽는다.
자신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느낀 하무라는 자살여행을 떠나고 그 뒤를 마유가 따라간다. 그날이 마침 졸업식이었다. 아주 인상 깊은 장면이다. 당시 굉장한 권위와 권력을 가진 아버지, 학교 교사 같은 절대 권력이 휘두르는 폭력에 속수무책인 여고생과 신입교사의 안타까운 사랑이 어둡고 또 어둡도 우울하게 이어진다. 하지만 눈물 나게 아름답다.
고교 교사는 바로 그해에 영화로도 나왔다. 영화가 아마 더 우울하고 더 어둡고 더 안타깝다. 후에 드라마로 한 번 더 시리즈로 만들어진 것으로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