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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n 06.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113

5장 2일째

113.

 마동은 내과 대기실에 앉아 있다가 음악 소리와 사람들의 이명 그리고 숨 쉬는 냄새에 더 이상 앉아있지 못하고 병원을 나왔다. 대기실 안의 사람들이 뿜어내는 숨 냄새가 이렇게도 역겨울 줄은 몰랐다. 무더운 재래시장의 음식골목에서 먹다 버린 생선이 쌓여 있는 통에서 나는 냄새 같았다. 통 안에서 시간이 흐르면서 썩어서 풍기는 냄새와 흡사했다. 그만큼 마동의 코 안으로 들어와서는 구토를 유발했다.


 밖으로 나오니 태양의 뜨거운 열기와 빛이 마동을 괴롭혔다. 어차피 회사에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마동은 그늘을 따라서 어제의 그 내과로 발길을 옮겼다. 대로변을 따라 이층에 자리한 작고 오래된 병원으로 마동은 걸어갔다. 레인 시즌이 끝나고 도래한 태양의 이글거림은 모든 대지를 녹여 버릴 듯 불타올랐다. 밖에 나와 있는 사람들은 전부 인상을 쓰거나 찌푸리고 있었고 반면에 실내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은 에어컨 바람에 안도의 얼굴로 앉아있었다. 대로변의 상가는 에어컨을 가장 강하게 틀어놓고 문을 열어 놓고 장사를 했다.


 중소규모 자영업에서 이 정도면 전기를 끌어다 쓰는 산업체 또는 공장에서는 어마어마한 전기를 싼값에 흘려 쓰고 있을 것이다. 이러다가 곧 블랙아웃이 올 것이다. 마동은 오너에게 현재 대한민국의 전력사용량에 대한 대비가 너무 미미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던 적이 있다. 정부는 블랙아웃의 예방을 모두 국민들에게 돌리고 있었다. 하지만 오너는 그것은 어긋나는 것이라 말했다. 마동이 어디에서 어긋나는 것이냐고 물었고 조화에서 벗어나는 일이라고 했다. 우리 회사에서도 전력사용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준비를 늘 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대한민국은 아직 블랙아웃으로 인한 대 정전 사태는 없었다. 지금까지 정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고 오너는 말했다. 자연재해 또는 천재지변으로 전기를 발전하는 곳의 고압선이 끊어졌을 경우를 현재는 최악으로만 보고 있다고 오너는 마동에게 말했다. 휴대전화로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현재 정작 알고 싶은 건 그 어디에도 나오지 않았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그러한 경우가 몇 번 있었지만 대 정전사태로 번지지는 않았고 복구가 빨리 되었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은 심각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흘러넘치는 에어컨 사용과 과다한 전기 사용량이 공급량을 초과하기 일보직전에 와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언론을 통해 이렇게 무더운 날에 에어컨 사용시간을 제한하면 시원하게 지낼 수 있으며 전기료 폭탄 과금은 피할 수 있다고 선동했다. 사람들은 정부를 향해 비난의 언어를 내뱉었으며 정작 전기는 다른 곳에서 줄줄 새어나가고 있었다. 공급량을 뛰어넘어버리게 된다면 곧 블랙아웃이다. 블랙아웃이 어느 한 지역에서 터지게 되면 암처럼 멀쩡한 다른 지역의 전기 공급을 파멸시켜 버리고 옮겨간 다른 지역의 전력망을 사망시켜버린다. 그렇게 해서 지역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 나가게 되는 것이다.


 2003년 미국 동부지역에서 사상 최고의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대 정전 사태는 초고압 송전선이 나무에 접촉하면서 누전이 일어났다. 일부 설비만 고장이 나며 동부의 작은 지역에 정전이 일어났지만 작은 지역의 전력망을 제때에 차단하지 못해서 뉴욕 동부지역 전체를 정전으로 인해 블랙아웃 시키는 사태를 초래했다. 사람들은 전기가 떨어지면 없는 대로 살아가면 되고 전기가 부족하면 가정에서 출력을 낮게 가전제품을 사용하면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것은 오산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는 건전지의 전기처럼 직류전기가 아니다. 가정이나 상가 그리고 대부분의 전기를 사용하는 곳에서 교류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한 지역이 블랙아웃이 되어 버리면 그것이 암세포처럼 번지게 되어있다.


 가장 큰 문제는 블랙아웃이 도래하면 다시 전기를 원상태로 가동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전기를 공급하는 원자력을 돌리려면 마땅하게도 전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이미 블랙아웃으로 인해 전력망이 손실된 상태이기 때문에 블랙아웃이 발생한 상태의 반대로 또다시 전기를 공급을 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 블랙아웃이 도래하면 사람들은 혼란에 빠지게 되고 하루 종일 전기를 돌려야만 하는 석유화학 공장이나 제조업에서는 수조억 원에 달하는 손해를 본다. 생물을 판매해야 하는 식당 같은 소규모 자영업자들도 전멸이 된다. 어쩐지 이 모든 게 무엇에 의해서 차곡차곡 준비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을 마동은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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