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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n 07.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114

5장 2일째

114.

 대한민국은 2011년까지 블랙아웃에 대한 공포가 미미했다. 지구의 온도는 매 해 상승하고 도시는 끊임없이 자동차와 건물을 만들어 열기를 생산하는데 이 거대한 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되었다. 정부는 심각한 상황이 초래한다는 것을 감지했다. 지금 대한민국 전기공급원인 원자력발전소가 이미 몇 개는 가동이 중단되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얼마 되지 않았다. 국민의 대다수가 진실에 대해서는 다가가지 못한 채 지내고 있었다. 대비 전력이 부족한 대한민국은 블랙아웃에 대한 공포마저 부족했다. 블랙아웃으로 인해 덮쳐오는 어둠에 대한 무서움을 방관하고 있었다. 국민들은 어쩌면 외면하도록 강요받았을지도 모른다. 진실을 원하지만 진실과 마주하게 되면 두려움에 휩싸이기 때문에 애써 보지 않으려 할지도 모른다.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 사람은 몇 명 되지 않았다.


 제대로 된 정보를 확실하게 매스미디어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알려준다면 경각심을 가지게 되겠지만 언론은 겉도는 정보만 계속 흘릴 뿐이었다. 그것 또한 기이한 현상이었다. 선진국의 경우 블랙아웃을 복구하는데 4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하지만 대한민국은 그 시간으로는 충분하지 못한다고 오너는 마동에게 확실하게 말했다. 공단의 손해는 나라와 개개인의 손해로 이어지고 개인상가들 역시 블랙아웃으로 인해 생계가 막히고 극단적으로 시위나 폭력사태가 일어날 것이다.


 소규모 양식업자들과 전력 공급을 매 시간 받아야 하는 업종은 일 순위로 타격을 받는다. 하우스 농가들 역시 마찬가지고 휴대전화를 시시 때때로 충전해야 하는 젊은 사람들도 나름대로 생활의 큰 불편을 겪게 된다. 무엇보다 대형병원이 큰 문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안일한 대책으로 시청과 구청의 공무원 몇몇만 외근을 주어 상가의 문단속만 시정하는 형편이라 제대로 관리가 될 리 없었다. 대부분의 상가들이 문을 활짝 열어 놓은 채 에어컨을 틀어 놓고 있었다. 모든 상가에서는 에어컨을 강으로 틀 수밖에 없었고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는 빠져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사소한 것이 아니었다.


 오너가 회사에서 전기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심하다 싶을 정도로 자주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회사는 백 퍼센트 전력수습에 의존하여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럴 일도 없지만 개더 룸에서 뇌파 채취를 하는 도중에 전기 공급이 중단되어 버리면 어떤 사태가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오너는 이미 오래전 술자리에서 마동에게 블랙아웃에 대해서 긴 시간을 들여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고 그런 시간을 왕왕 가졌다. 시간이 흘러 자신이 이 자리를 떠나고 회사가 누군가가 물려받았을 때 그때를 반드시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마치 오너는 마동이 물려받는 것처럼 말을 하곤 했다. 전기가 없어지면 리모델링 작업이 전혀 이루어질 수 없다. 비상전력만으로는 무리가 있는 것이다. 그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오너는 인간생활에 곧 닥칠지도 모르는 블랙아웃이 두려웠던 것이다. 인간의 생활을 인간이 망쳐가고 있었다.


 마동은 뜨겁게 이글거리는 태양을 피하기 위해 어제의 내과병동으로 가면서 거리에 붙어있는 카페 속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웃고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들에게 이런 생각은 무의미한 것이다. 세상에 수많은 생물체 중에 자연의 순리에 올바르게 따르지 못하는 건 인간뿐이다. 균형을 깨트리며 그 때문에 절망하는 것 역시 인간이었다. 모든 동물과 식물은 무더운 여름과 혹독한 겨울을 견디며 잘 지내왔다. 오로지 인간만이 견디지 못해서 겨울과 여름을 따뜻하고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기계를 발명해서 건물 안에서 지내며 살고 있다. 하지만 모든 인간이 그 천수를 누리는 것은 아니었다. 세상은 인간에게 지구를 지배할 능력을 부여하였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골고루 내리지는 않았다. 어떤 이는 동물원의 동물보다 못한 생활을 하며 지내다가 그대로 소멸했다.


 마동은 전통시장을 지나 대로변에 들어섰다. 대로변의 도로 주차장은 언제나 차들이 들어차 있었다. 아침에도 오후에도 밤에도 심지어는 명절에도 도로가의 주차공간은 비어있는 날이 없었다. 누군가 자신의 차를 빼내어 주차공간을 벗어나기 무섭게 다른 자동차가 그 자리에 바로 들어와서 공간을 메꾼다. 도로가의 주차공간에는 터울이란 있을 수 없는 무엇이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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