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4월 27일) MBC 라디오에 특집으로 90년대 심야프로 ‘밤의 디스크 쇼‘의 진행자 이종환이 게스트로 출연한 김민기와 사담을 나누는 방송을 해주었다. 이종환의 시작멘트와 시그널 음악은 전 국민의 마음을 촉촉하게 해 주었던 때가 있었다.
이종환은 좀 독불장군 같은 면모를 지니고 있었다. 술을 마시고 방송을 많이 하기도 했다. 하지만 누구 하나 뭐라 하지 못했다. 시대를 막론하고 음주로 방송을 하는 건 금지되지만 이종환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무엇이 있었던지 술을 마시고 디제이를 했다. 그렇다고 해서 횡설수설하지는 않았지만 보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아마도 가슴을 쓸어내렸을 것이다. 방송이라는 게 펑크가 나면 아주 큰일로 확산하기 때문이다.
https://youtu.be/nzaIaicEqtI?si=8r_glmgwiGpMCb9e
이종환 하면 판피린 물약 같은 판콜에이와도 뗄 수 없다. 항상 손을 뻗는 곳에 한 박스씩 구비를 해두고 한 병씩 꺼내 마셨다고 한다. 판콜에이는 달달하면서 뒷 맛이 주는 기묘함 때문에 한 번 중독이 되면 계속 찾아 마시게 된다. 바카스와 다르지만 비슷한, 그래서 한 병을 마시면 초기 감기를 잡고 좋지만 두 병 이상은 무리가 올 수 있다. 이종환은 디제이 맨트가 하나 끝나면 매니저 누구야,라고 불러서 판콜에이를 가져오라고 해서 자주 마셨다고 한다.
게스트로 나온 김민기는 송창식의 어느 곡이 탄생된 이야기부터 평소에 듣지 못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김민기는 어느 날 나는 이제 노래를 부르지 않을 거야, 라며 학전을 만들어 후배들 양성에 힘썼다. 특히 어린이들의 동요, 동화책, 연극에 힘을 쏟았다. 김민기는 원래 시인이다. 그래서 김민기의 가사는 발끝까지 퍼져있는 세포에 자극을 준다.
시라는 문학은 여러 문학 중에 가장 위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음악평론가 강헌은 김민기 후배인데, 김민기와 조용필, 당대 스타 두 사람이 만났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노래방에서 세 명에서 소주 스무 병을 마시고, 조용필이 아침이슬을 부르며, 김민기가 조용필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너 내가 조용필은 별로 안 좋아한다고 말할 줄 알았지? 아니야. 지하 형(시인 김지하)이 서대문 구치소에 있을 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조용필의 노래를 듣고 감동했다고 했어. 나도 그래)와, 조용필은 김민기를 존경한다고. 이 이야기는 중앙일보에 특별기고로 자세하게 실려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665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