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용과 반작용
약한 영웅 시리즈에는 온통 골통들만 나온다. 약한 영웅의 재미를 떨어트리는 건 엄마 역의 공현주다. 뭐야? 연기가 왜 이래? 같은 생각이 드는데 시즌 2에서는 더더욱 그렇게 보인다.
이 시리즈는 치고받고 싸우는데 여자가 등장하지 않고, 러브러브 라인이 없어서 깔끔하다. 그리고 경찰과 선생님들도 무능하게 소거시켜 놓아서 딱 학폭과 학생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감정을 판타지와 잘 섞어놨다.
약한 영웅 시즌 1은 눈을 뗄 수 없다. 시즌 1에서 가장 빌런은 아무래도 범석이다. 범석이의 외로움을 알아챈 것도 시은이지만 깊고 깊은 감정의 골을 감싸주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또 힘들어 하지만 힘들어하는 표를 내지 않는 아이들의 모습이 잘 나온다.
범석이는 자신에게 친구가 생겼다는 기쁨을 드러내기 전에 다른 친구들에게 수호를 빼앗겼다는 분노가 좋아하는 감정을 덮어버리고 최악의 빌런이 된다.
이런 강력한 빌런의 모습이 티브이 판 마블 시리즈 중에 루크 케이지의 그 여자 빌런의 모습이다. 다른 마블 시리즈의 빌런은 초능력을 쓰지만 루크 케이지의 빌런 여자는 그냥 사람이다. 하지만 점점 변하면서 다른 능력자들을 시켜 전부 죽여버린다.
착했지만 점점 악해지는 그런 빌런. 범석이가 그렇게 변한 건 고통을 벗어나고 싶었고, 상처를 입지 않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범석은 입양된 국회의원 아버지에게 칭찬 한 번 들어본 적 없고 늘 맞기만 했지만 친구들은 범석이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시즌 1은 분노하면서, 타격감 받으면서, 홀딱 빠져서 보게 된다. 모두가 하나씩의 깊은 고민을 잔뜩 끌어안고 교실에 모여든 꼴통들의 하루하루 버티는 이야기 약한 영웅 시즌 1이었다.
시즌 2는 시즌 1에 비해 거대해진 판타지 액션을 선 보인다. 시즌 1은 학생들의 영역 안에서 이야기가 흘렀다면 시즌 2에서는 학생의 영역을 벗어난, 범죄 집단을 꾸리는 연합의 백진과의 대결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보다 보면 액션이 마치 캡아의 시빌 워의 한 장면, 크로우즈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은장고와 연합이 비가 오는 광장에서 서로 와하며 달려들어, 서로 패싸움으로 붙을 때는 여러 영화의 결투 장면이 쓱 지나간다.
몰입이 잘 되는 점이 여자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괜히 나와서 다치고, 아껴주고, 눈 맞고, 러브러브 모드 같은 건 전혀 쓸모없다. 이런 모습이 전혀 없어서 몰입이 최고다. 단지 시은 엄마로 나오는 공현주도 전혀 필요 없는데 괜히 나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시즌 1에서 범석은 유학을 가고 수호는 뇌사 상태고, 범석의 양아버지인 국회의원이 시은을 퇴학시키려고 했으나 범석이 쓰러진 수호를 마구 밟는 장면이 녹화된 영상을 풀지 않는다는 약속으로 퇴학은 하지 않고 꼴통들만 모이는 은장고로 가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늘 혼자인 시은은 수호 덕분에 친구라는 존재에 대해서 알게 되고, 은장고에서도 이런저런 과정을 거치면서 친구들을 사귀게 된다. 그 친구들 중에는 은장고 대장인 바쿠가 있고, 바쿠만 깡패집단인 연합에 들어가지 않고 있고, 연합의 대장인 백진은 바쿠를 무릎 꿇리려고 한다.
시즌 2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학생들의 영역에서 벗어난 빌런 짓을 한다. 바쿠가 워낙에 강력한 싸움꾼이라 바쿠를 이기지 못하면 바쿠 주위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건드린다.
슈퍼맨을 이길 수 없는 빌런들이 슈퍼맨을 잡기 위해서는 슈퍼맨이 사랑하는 루이스와 슈퍼맨의 엄마를 잡아들인다. 그런 식으로 상처를 주는데 연합 애들이 그런 짓거리를 한다. 시은은 약한 영웅답게 주먹만으로 상대하지 않는다.
손에 잡히는 모든 물건이 흉기가 된다는 것을 알고, 볼펜, 안경테, 화분 등 갖가지 것들을 전부 사용해서 상대와 결투를 한다. 누군가는 이런 모습이 비겁하다고 하는데 나 죽을 것 같은데 비겁한 게 무슨 상관.
연합의 뒤를 봐주는 조직의 보스로 카메오 출연하는 사람이 조정석이다. 조정석은 바보, 회사원, 깡패, 양아치 전부 잘 어울린다. 조정석은 엄청난 인기도 얻지 않고 인기가 바닥을 치지도 않은 채 새벽의 호텔 수영장처럼 늘 그 찰랑거림을 유지하고 있어서 좋은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시즌 2에서는 주인공인 시은보다 바쿠가 분명하게 눈에 확 띈다. 시즌 1에서는 빌런으로 점점 변해가는 범석이가 기억에 남는다면 시즌 2에서는 쌈장인 바쿠의 액션과 호탕한 웃음 뒤 울보의 성격이 계속 눈에 들어온다.
시즌 3에서는 확 거대해진 금성제의 연합이 바쿠와 시은, 현탁이 뇌사에서 깨어난 수호와 한 편 묵고 판을 벌일까. 그나저나 결투할 때 주먹 휘두르는 소리가 너무 할리우드 같다.
속도감과 타격감, 돌아이들의 액션 퀄리티를 제대로 맛볼 수 있었던 약한 영웅 시즌 2였다.
잘생긴 사람이 추앙받는 것이 당연하다면, 못생긴 사람이 비난받아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작용과 반작용 같은 이야기.
시은이가 뉴턴의 제3법칙을 말했지 ‘작용이 없으면 반작용도 없는 거다’ 연시은이 뉴턴의 제3법칙을 준태에게 말한 것은 인간의 행동과 관계를 물리학에 빗대어 말했다.
뉴턴의 제3법칙은 작용과 반작용으로 모든 작용에는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인 반작용이 항상 존재한다는 말이다.
누군가 나에게 이유 없이 어떤 짓을 하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돌려줘야 한다는 말이다. 시은이가 말하는 뉴턴의 제3법칙을 조요토미 희대요시에게 적용시키면 조요토미를 국민이 압박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