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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all

Die Wand

by 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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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많은 사람의 인생 책이라는 마를렌 하우스호퍼의 ‘벽’을 영화로 옮겨 놓은 이야기다. 책도 좋고, 영화도 좋다.

한 여자가 산속의 산장에 고립되어서 지내면서 2년 동안의 매일 일을 기록해 놓은 일기 형식의 소설이 원작이고 영화도 비슷하게 흘러간다.

숲 속의 산장에서 하룻밤을 보낸 여자가 강아지와 함께 길을 따라 내려오는데 알 수 없는 투명한 벽에 부딪히고 만다.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한 벽에 막혀 산에서 내려갈 수가 없다.

여자는 사방으로 돌아다녀 보아도 어느 한 지점에서 투명한 벽이 가로막고 있어서 절망에 이른다. 이제 이곳에 고립되어서 살아가야 하는구나. 완벽한 고립이다.

[그리고 여기, 3미터 앞에 눈에 보이지 않는, 매끄럽고 차가운 물체가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그것 때문에 더 나아갈 수 없었다. 나는 내 감각이 잠시 혼란에 빠진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이 일이 그런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끔찍한 물체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느니 차라리 잠시 정신을 놓았다고 생각하는 편이 낫겠다 싶기도 했다. 그렇지만 입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룩스가 보였다. 내 이마에 나 있는 혹에서도 서서히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여자는 이곳저곳을 다니지만 투명한 벽은 돔처럼 둘러싸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출구를 찾아다니다 보니 한 노부부가 보여서 불러보지만, 자세히 보니 바람과 물은 흐르는데 사람들은 그대로 멈춰있다. 모든 것에서 고립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여자에게 개 룩스와 소 한 마리, 비 맞은 고양이도 식구가 된다. 먹을 것은 떨어져 가고 전부 먹여 살려야 했다. 주인공은 보이지 않는 벽을 따라 울타리도 만들고, 직접 사냥해서 먹이를 확보하고, 밭을 일구어 작물을 재배하고 풀을 베고, 장작을 모아둔다.

처음에는 자신이 구출될 거라는 기대를 품지만 고립된 날이 지속되면서, 투명한 벽의 탐색이 지속되면서 여자는 이런 기대를 모두 버리게 된다.

이 영화는 초반에는 스티븐 킹 같은 초현실 판타지로 시작하는 것 같지만 점점 자신을 받아들이고 보이지 않는 벽에 맞서는 모습을 보여준다. 몹시 자연주의적이며 평온하다. 이름이 벨라인 소는 송아지를 낳고, 고양이도 새끼 고양이를 낳는다. 개와 한 몸처럼 지내면서 서로 의지하게 된다.

[한낮이 달밤보다 훨씬 더 고요했다. 숲이 노란 태양 아래 노곤하게 잠들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새 한 마리가 푸른 하늘을 선회하고 있었다. 룩스는 귀를 쫑긋거리며 잠이 들었고 거대한 적막이 나를 덮어버렸다. 나는 영원히 거기 앉아 있고 싶었다. 따스함 속에, 햇살 속에, 발밑에는 개가 잠들어 있고 머리 위로는 새 한 마리가 하늘을 맴돌고 있는 그 한가운데에. 걱정과 기억이 전부 다 사라진 것처럼 나는 한동안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이야기는 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사람은 도시 숲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대체로 고립되어 있다. 눈앞에 사람들이 있지만 사람들에게 다가가려면 보이지 않는 벽 때문에 갈 수가 없다. 도시 숲에서 나 혼자 살아가야 한다.

혐오가 가득한 이 세상에서 나 자신이 온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동력은 사랑이다. 사랑을 위해 저항하고 몸부림을 친다. 오늘 하루 사랑하며 보내기 위해 지날 수많은 날을 세상의 보이지 않는 벽과 부딪치며 지냈다. 언젠가는 평온하고 평화로운 날이 올 것이다.

[사랑보다 더 현명한 감정은 없다. 사랑은 사랑하고 있는 사람과 사랑받고 있는 사람 모두가 삶을 그래도 견딜 만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이것만이 나은 인생을 살아갈 유일한 희망, 유일한 가능성이라고는 것을 좀 더 일찍 알았어야 했다]

분명 오늘도 고립된 채 혼자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유튜브에 풀 버전이 있다. 영어 제목은 The Wall이고, 독일어 제목은 Die Wand이다.



https://youtu.be/ysFebqKJHL8?si=w2PU6epBys6ZXZ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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