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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수필

7번 국도에 있던 동화 같은 그 카페

일상 속 일탈

by 교관

7번 국도를 따라가면 묘한 카페가 있다. 7번 국도를 타면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디지털 영화 속의 영상이 펼쳐지지만, 밤에는 그저 깜깜할 뿐이다. 거기에 겨울이라는 계절 속에 있으면 춥고 깜깜한 바다와 하늘의 연장선이 보일 뿐이다. 그 어디쯤 묘한 카페를 만나게 된다.


카페는 여기가 카페다,라고 할 만한 것이 전혀 없는 곳에 위치해 있다. 카페의 문이 가우디의 건축물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무늬가 잔뜩 새겨져 있다. 양각으로 장인이 불필요한 부분을 전부 드러낸 솜씨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허브향이 감돌았다.


입구 바로 옆에 카운터가 있고, 그 위에는 주철로 만들어 놓은 인형이나 조각이 사람들처럼 앉아 있거나 조각되어 있었다. 카운터 바로 옆에는 지하로 내려가는 유선형 계단이 있었다. 카페 안은 요즘의 세련된 카페와는 전혀 무관한 세계였다. 스머프 집이나,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난쟁이 마을인 먼치킨 사람들의 집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늘 보는 카페와는 다른 분위기라 이런 곳에 사람들이 있을까 생각했지만 거짓말처럼 모든 테이블에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들어온 입구 맞은편이 바다라 그쪽은 통유리로 바다를 볼 수 있지만 밤이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카페 안은 조용했다. 음악도 조용했고, 사람들 대화도 조용했다. 자리가 없었다. 나가야만 했다. 밖은 날카로운 바닷바람이 울부짖었고 카페에 들어온 순간 따뜻해서 나가기가 싫었다.


카페 안은 구경할 거리가 많았다. 벽면이나 선반에는 목각인형이나 조각들이 많았다. 주인이 보이지 않았는데, 계단을 타고 주인이 불쑥 올라왔다. 주인의 한 손에는 조각칼이, 한 손에는 미완성된 목각 조각품이 들려 있었다. 지하는 작업실이라고 주인이 말했다.


주인은 대략 60대로 멜빵바지에 윗도리는 두껍고 검은 긴팔 티셔츠를 입었다. 눈 밑에 손톱만 한 점이 있었다. 자리가 없어서 나가려고 하니 주인은 벽난로 앞에 테이블을 옮기더니 의자를 놓아주었다. 그리고 패치카에 불을 붙여 주었다. 카페 안의 손님들이 전부 부러운 듯 우리를 쳐다보았다. 패치카는 벽돌로 만들어졌다.


벽난로 위에도 진열장으로 조각품들이 있었다. 메뉴판에는 허브차 밖에 없었다. [베리블랙은 다르질링 홍차로 딸기, 히비스커스, 라즈베리 추출물, 로즈힐, 산딸기 잎으로 우려낸다오. 깔끔하고 향이 좋아. 식용 마른 로즈 잎을 띄워주는데 어때?]라고 주인이 말했다.


목소리는 깔때기에 걸러지지 않는 먼지가 꽉 낀 목소린데 신뢰가 가는 목소리였다. 허브차가 나왔다. [천천히 음미하면서 드셔보시오. 불이 꺼질 만하면 여기 장작을 넣어도 되오]라고 말하고는 다시 계단 밑으로 사라졌다. 이러다가 손님들이 그냥 나가면? 까지 생각하다가 허브차를 마셨다.


처음 맛보는 맛이었다. 꽃을 그대로 마시는 것 같았다. 우린 차를 마시며 불멍에 들어갔다. 불꽃을 보는 건 바다를 보는 것과 다르지만, 바다와 마찬가지로 지루하지 않았다. 그녀가 장작 하나를 벽난로 속으로 던져 넣었다. 그러자 패치카 속 불꽃은 가루슈파처럼 덩치가 커졌다. 따뜻한 불꽃의 온기를 느끼며 타오르는 장작을 보고 있자니 묘한 기분에 감싸였다.


타오르는 불꽃을 심도 있게 바라보기는 어린 시절을 제외하고는 처음이었다. 가루슈파는 장작이 다 타 들어가면 숨결이 가늘어져서 꺼져가는 장작에 간들간들 붙어서 새로운 장작을 갈구했다. 장작을 벽난로 속으로 던져 넣으면 어김없이 가루슈파는 덩치가 부풀어 올랐다. 장작을 좀 많이 넣었다 싶으면 얼굴이 벌겋게 익을 정도로 뜨거웠다.


그 속에는 다른 세계가 있었다. 불꽃은 뜨거웠지만 차가운 냉철함이 있었고 풍성함도 있었다. 인간의 관념을 누를만한 깊이도 있었다. 문득 불꽃 속으로 손을 뻗어 만지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푸석하고 통통한 장작을 넣으니 가루슈파는 크게 웃으며 생명력을 더해갔다. 살아있었다. 날름날름 혓바닥을 끊임없이 움직였다. 적당하고 안전하게 타오르는 불꽃은 가슴속에서 따뜻함을 오랫동안 간직하게 해 주었다. 묘한 카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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