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지구 인구가 70억이다. 지구에 사는 사람들을 그저 숫자로 70억이라고 하니 크게 와닿지도 않는다. 70억이라는 하나의 숫자는 모호하다.
이태원 참사에도 159명의 희생자라고만 해 버리면 그저 하나의 숫자에 사망한 사람들이 묻히게 된다. 159명이 죽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한 사람이 죽은 159건의 사건이어야 한다. 그래야 국가에서 버리다시피 죽음을 맞이한 희생자들이 그저 숫자에 묻히지 않을 수 있다.
생명체는 고도의 질서다. 우리가 사는 지구, 우주 이 모든 것이 고도의 질서다. 생명체뿐만 아니라 천체 이 모든 것들이 고도의 질서인데 아직 왜 그런지 해명이 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점점 무질서를 향해 간다고 물리학자들은 말한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물질의 세계뿐만이 아니라 인간의 문화, 인간의 사회현상에도 마찬가지의 법칙이 적용이 된다고 유시민 작가는 말했다. 누군가가 의지를 가지고 질서를 유지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인간 사회 역시 무질서로 가는 것이라고. 고도의 질서를 가지고 논하기에는 물적인 부분만 이야기하는 너무나 원시적인 사건이다.
이렇게 날이 좋고 세상에 더 없을 좋은 계절에 허망한 마음이 드는 건 자연은 인간의 마음과는 무관하게 예뻐야 할 때에는 앞뒤 재지 않고 예쁨을 뽐내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세상을 덮쳐도, 세월호가 바다에 빠져도, 이태원에서 사람들이 압사를 당해도 자연은 그러거나 말거나 가을이 되면 가을의 옷을 입고 예쁨을 뽐낸다. 그렇기에 인간은 허망하다.
미안한 마음이다.라는 말은 무슨 말일까. 미안한 건 알겠지만 미안한 마음은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 미안한 마음입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미안하지 않은 얼굴을 뒤에 감추고 있다. 미안한 마음이라는 말은 닭볶음탕 같은 말이다. 닭볶음이면 닭볶음이고 탕이면 탕이어야지 닭볶음탕은 도대체 뭔가. 어쩐지 그 모양새가 떠오르지 않는다. 닭도리탕은 어째서 안 된다는 것일까.
SNS가 있어 매년 조촐하게 추모를 할 수 있다. 이문재 시인의 추모시를 보며 하루를 마무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