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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수필

가지의 맛을 알아버렸다

by 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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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되고 놀랐던 건 가지의 맛이 이렇게 좋았다는 사실이다. 가지는 어린 시절에는 쳐다보지도 않는 음식이다. 하지만 가지의 맛을 제대로 알게 된 후에는 어른도 나쁘지 않군,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생각의 유무를 떠나 누구나 성인이 된다. 어른이 되었어도 마음속에 아이로 남아있으려는 부분이 많으면 세상이 조금은 재미있다고 생각된다. 그런 어른들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화를 쓰고, 장난감을 만들고, 동요를 작곡한다. 가지는 무침으로 먹어도 맛있고, 튀겨서 기름을 잔뜩 머금으면 정말 맛있다. 그런데 가지는 생으로 먹는 게 나는 제일 좋다. 생으로 먹으면 이렇게 맛있었어? 하는 맛이었다. 가지의 맛을 알아간다는 건 어른이라고 해서 뭐든 잘할 수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오히려 어린이 때보다 더 모르고, 더 못 하고, 더 할 수 없다. 실패에 대한 공포가 어린 시절보다 크다. 어릴 때에는 실수를 해도 하루 이틀 지나면 잊어버리지만 어른인 이상 실수가 실패로 이어진다는 걸 잘 알고 있어서 두렵다. 어릴 때 보지도 않았던 가지의 맛이 이렇게 좋은 맛이라는 걸 어른이 되어서야 알게 된다. 가지의 맛을 알아가는 것, 그게 어른일지 모른다. 숨은 가지의 맛이 아직 여기저기에 있다. 어른은 숨어 있는 그 맛을 얼마나 더 찾아내느냐 하는 것에 따라 권태로 가득한 이 생활이 좀 더 활력적으로 바뀌지 않을까 싶다. 가지무침에 시원한 맥주 한 모금할 수 있는 저녁이라면 꽤 괜찮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해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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