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이 있던 집에서

살 때

by 교관


옥상이 있던 집에 한 번 살았다. 옥상에 자주 올랐는데 옥상에 오르면 마치 하늘을 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잠들면 옥상에서 하늘로 날아오르는 꿈을 자주 꾸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하늘을 나는 거리가 짧아지더니 성인이 된 어느 날부터는 하늘을 나는 게 아니라 옥상에서 옥상으로 건너뛰는 정도로 날았다. 그러다가 하늘을 전혀 날지 못하게 되다가 지금은 옥상에도 올라가지 않는 꿈만 꾼다. 옥상 위에서 슈퍼맨처럼 손을 뻗어 하늘을 나는 꿈은 어릴수록 생생하게 꾸는 것 같다. 옥상이 있던 집에는 세 집이 살았다.


우리는 방 한 칸짜리 집에서 처음 두 칸짜리 방으로 이사를 갔는데 그 집에 옥상이 있었다. 그 집에는 마루와 다락방도 있었고 현관도 있었다. 두 칸짜리 방이 있는 집으로 가는 기쁨은 어린이라도 알 수 있었다. 옥상이 있는 집에서 1년 정도 산 것 같다. 그 외에는 전부 기와지붕이 있는 집에서 살았다. 옥상이 있어서 옥상에 자주 올랐다. 아버지가 옥상에서 사진을 담아 주기도 했다. 옥상에는 빨래 너는 거밖에 없었지만 옥상은 별천지였다.


옥상에 오르면 밑 동네가 전부 다 보였다. 짧게 살았는데 옥상이 있는 그 집에서 기억나는 일들이 몇 가지 있다. 방이 두 칸이 되고 나서 친한 친구가 우리 집에 자주 놀러 왔다. 친구는 내가 집에 없어도 우리 집에서 동생과 놀기도 하고 놀다가 지치면 낮잠을 자기도 했다. 어머니는 친구의 이부자리도 챙겨 주었다. 어느 날 집에 오니 친구가 잠들어 있었다. 그 친구와 함께 그 동네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녔다. 친구는 죽 옥상이 있는 집에서 살았다. 그래서 서로 집 옥상에 올라 수신호를 하기도 했다. 그 집에 살 때가 내가 국민학교 2학년 때다. 동네 아이들의 딱지를 전부 따오는 바람에 아이들이 매일 집 앞에서 나를 기다렸던 기억이 있다.


나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딱지를 다 따올 생각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동그란 딱지를 손안에 뒤고 아이들의 딱지를 따먹는 건 너무나 짜릿한 일이었다. 특히 좀 더 비싼 딱지를 딸 때면 기쁨을 감추지 못할 지경이었다. 집은 현관을 통해 방으로 들어갈 수 있고 뒤로 돌아서 부엌으로 들어가서 방으로 갈 수도 있었다. 그 집에는 세 집이 살았다. 우리는 세 들어 살았는데 나머지 두 집 중에 주인이 있는지 아니면 전부 세 들어 살았는지 모르겠다. 마당에 작은 화단이 있었다. 화단 폭은 50센티미터 정도고 길쭉했다. 화단은 대문에서 시작해서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까지 이어졌다. 어느 날은 화단이 매일 쑥대밭이 된 적이 있었다.


밤만 되면 쑥대밭이 되었고 아침에야 알 수 있었다. 세 집의 어른들이 망을 보고 있다가 원인이 두더지라는 걸 알았다. 두더지가 그 안으로 들어가서 파헤치고 있었다. 어른들이 두더지를 잡아서 마당에 패대기를 치는 장면이 떠오른다. 나는 그때 태어나서 두더지를 난생처음 봤다.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학교 앞에서 병아리 한 마리를 사 왔다. 상자에 넣어서 키웠는데 저녁에 내내 삐약삐약 시끄러웠다. 곧 죽을 거라는 어른들의 생각과 바람과는 달리 병아리가 이미 닭의 모습에 가까워졌다. 아직 닭은 아니나 큰 병아리 정도였다. 현재 치킨으로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커졌다. 병아리가 커가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았다. 그런데 어느 날 사라졌다.


학교에서 오니 병아리가 없어진 것이다. 누가 먹은 것도 아니고 가져간 것도 아니었다. 알고 보니 병아리는 하수구에 빠져서 그 애도 사라진 것이다. 그날 밤 나는 밥도 먹지 않았다. 애지중지 키웠던 병아리가 사라진 것에 나는 처음으로 슬픔을 느꼈던 모양이었다.


여름이 거의 끝나가는 어느 날 밤에 세 집이 동시에 마당으로 나왔다. 세 집은 현관에 불을 전부 켜고 시끄럽게 굴었다. 이유는 도둑이 들었다가 당황하여 옥상으로 올라갔는데 그때 세 집의 어른들이 동시에 나왔다. 마당에 모여서 시끄럽게 웅성웅성 하니 옆 집에 있던 사람들도 대문을 열고 마당으로 들어왔다. 도둑은 옥상에서 내려오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굴렸다. 그러나 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도둑을 막 잡을 수 없었다. 칼을 휘두를지도 모르고 무서웠던 것이다. 궁지에 내몰리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아이들은 전부 신나는 일이 하나 더 생기는 일이었다. 도둑은 옥상에서 발을 동동 구르다가 어떻게 되었을까. 결말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어떻게 되었을까. 알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어.라는 말이 어울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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