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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교역] 북한 노선버스 사업

중고버스를 북한에 반출

(110-68) 남북교역 노선버스 사업

북한의 경제가 개방되고 도시간 이동이 늘어나면, 주민들이나 남한 기업가와 같은 사람들의 버스 이용이 늘어날 것이다. 시외버스에 대한 잠재적인 수요는 남한의 기업가들에게 좋은 사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북한의 대중 교통 수단은 썩 좋지 않다. 그런 북한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간 교통수단은 시외버스다. 신의주·평성·남포·해주·함흥·청진 등 전국 주요 대도시는 모두 시외버스 망으로 연결돼 있다. 


군소 도시로 가려면 먼저 이들 대도시로 간 다음 거기서 다시 시외버스로 이동해야 한다. 자유아시아방송의 보도에 의하면 개인들이 움직이는 벌이 버스로 신의주에서 청진까지 가는데 이틀 정도 걸리며 전기가 없어 신의주-청진행 열차가 한 주일에 한번 정도 다니는 데 비하여 버스는 닷새나 빨리 달린다고 보도했다. 신의주에서 청진까지 운행되는 직행 버스가 없어 승객들은 먼저 평성까지 버스를 타고 거기서 청진으로 가는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이처럼 평성시는 함북도선과 양강도선, 황해도선 등 전국 각지로 뻗어가는 버스 노선이 있는 경유지로, 북한에서는 이미 10년 전에 이러한 교통망을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는 한 도에 소속된 버스는 옆 도까지만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황해남도 해주에서 함경북도 청진까지 가려면 황해북도와 강원도, 함경남도, 함경북도의 주요도시를 거치며 4~5번의 환승을 해야 한다. 이러한 벌이버스는 북한 정부에서는 도시간 연결하는 버스를 운행할 여력이 없어 감히 손을 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교통망은 2000년대 초에 돈 있는 개인들이 벌이 버스 사업을 시작하면서 자연적으로 생긴 것이다. 그러나 시외버스는 석유 부족과 도로 사정이 나빠 운행 횟수가 많지 않다.


북한의 시외버스는 그 자체가 소규모 개인 기업이다. 개인 사업자들은 대당 가격이 보통 1만 달러로 중국에서 버스를 구입한 다음 각 시도 인민위원회 운수사업소 소속으로 등록시킨다. 중국에서 운행되던 중고 버스를 개인들이 들여다가 국가 기업소에 등록시켜놓고 운행하고, 부속품과 휘발유는 일체 주인이 부담한다. 그리고 버스의 운행으로 생긴 이익금의 일부를 기업소에 뇌물로 바쳐야 한다. 북한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부족한 재정을 투입하지 않으면서, 국가운영에 필수적인 운송 수요를 충족할 수 있기 때문에 묵인하여 준다. 뿐만 아니라 운수사업소는 수익금을 나눌 뿐만 아니라 명의 사용료까지 받아 성과를 올릴 수 있다. 전형적인 ‘붉은 모자 쓰기’ 모습이다.


북한에서 버스 사업으로 검토할 수 있는 것은 우선 중고 버스를 공급하는 일이다. 북한에는 버스 생산 능력은 연간 수 백대에서 수 천대에 불과하다. 분단 이후 자동차 생산 대국으로 성장한 한국과 달리 북한은 군수 경제에 집중하면서 대중들이 사용할 수 있는 버스나 승용차의 생산을 등한시 했기 때문이다. 버스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청진버스 공장의 생산 능력은 연간 400여대에 불과하다. 그나마 북한 굴지의 버스 생산 공장이라지만, 신제품 개발능력은 보유하지 못하고 구소·동구 자동차를 모방하여 생산하는 수준이다. 이처럼 우리의 70년대 수준의 버스 생산 능력에 못 미쳐 북한 버스는 일본, 독일, 중국 등에서 들여온 중고 버스를 들여와 운영하고 있다.


한국의 중고 버스는 이미 전 세계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카자흐스탄이나 우즈베키스탄같은 나라는 중앙 아시아 국가는 미얀마나 캄보디아 같은 동남아시아와 볼리비아, 페루같은 중남미에서도 한국의 노선이름을 그대로 단 채 운행되고 있는 모습을 쉽사리 볼 수 있다. 이런 품질좋은 남한의 중고 버스를 북한에서 운행한다면 지금까지 운행되던 중국제 버스보다 훨씬 안전하고 편안하며 연비까지 좋아 사업주와 버스 승객 모두에게 인기를 끌 수 있다. 남한에서 중고 버스는 5년이 지나면 가격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이는 최초등록일 이후 5년이 지나면 버스의 사용 범위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통학버스나 관공서 통근버스 계약 시에는 차량 노후화로 인한 사고 위험성과 대기오염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대부분 연식 5년 이내의 버스를 선호한다. 반대로 연식이 5년을 초과한 차량들은 관광버스나 투어버스로만 사용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특징이 있다. 이런 새 것같은 중고버스를 북한 각 지역의 버스 사업주에게 공급할 수있다면, 충분히 인기를 끌 수 있다.


아, 덤으로 남한의 시외버스는 차 밑에 짐 칸이 꽤 크다. 이 짐 칸을 이용하여 지역별로 급행 화물 운수업을 하면 덤으로 상당한 수익을 낼 수 있겠다. 나도 사업을 하면서 이용하는 방법이다. 지방에 급한 물건을 보낼 때는 고속버스 터미널로 직접 물건을 가지고 가서 버스 회사에 물건을 맡긴다. 그리고 지방의 거래선에 전화로 어느 회사 몇 번 버스가 언제 도착할 터이니 내가 보낸 물건을 받으시라고 알려준다. 그럼 몇 시간 후에 내 거래선은 물건을 받아 판매하거나 공장에서 생산할 수있게 된다. 보통의 택배는 다음 날 오후에 도착하니 훨씬 시간을 절약한다. 그렇다고 비용이 비싸지도 않다. 보통의 고속버스에서 자전거가 몇 대들어갈 정도의 공간이니, 북한과 같이 운송시스템이 열악한 곳에서는 활용가치가 높다고 할 수있겠다.


만일 북한에서 뒤를 봐줄 만한 든든한 빽이 있다면, 북한에서 파트너를 물색하여 직접 벌이버스 사업을 영위하는 것도 좋겠다. 좀 더 배짱과 현찰이 있다면 북한의 버스회사와 합작하여 노선 버스에 투자하는 것도 생각해봄직하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사람들의 여행, 출장 수요는 늘어난다. 한 번 투자하면 꽤 괜찮은 사업이 될 수도 있다. 누가 아나? 한진고속, 삼화고속, 동양 고속같은 신화를 북한에서 쓰게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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