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창출이 아닌 소멸
일자리 창출이 아닌 소멸
세계경제포럼(WEF)도 올해 초 열린 연차총회에서 로봇과 인공지능 등의 발달로 인해 연간 200만개 일자리가 생기는 대신 700만개가 사라져 결국 500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물론 아직 다수 전문가들은 AI의 인간 일자리 침투가 먼 미래의 일이라고 낙관한다. 리처드 서턴 캐나다 앨버타대학 컴퓨터공학 교수는 "AI가 인간 수준으로 기능할 확률이 2040년까지 50%라고 본다"며 "아무리 일러도 2030년은 돼야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아직까지 AI 덕분에 생겨날 미래의 새로운 일자리는 찾아보기 힘든 반면 AI가 대체 가능한 일자리는 속속 눈앞에서 매일 늘어만 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다 보니 AI 사회에서 인간 일자리 대체가 결국 사회 양극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온다. AI 전문가 제리 캐플런 미 스탠퍼드대 교수는 "부자들은 로봇을 소유해 부를 늘리는 반면 빈곤층의 삶은 더욱 피폐해지는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매일경제 2016.3.15.)
현재의 과학이 사람보다는 자본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듯 하다. 현대 산업을 이끄는 많은 기술은 거의 모두가 생산 현장에서 노동력의 필요성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드론, 자율주행 자동차, 무인 잠수정 등 사람이 없어도 센서와 자율화된 인공지능, 그리고 기계의 빠르고 지치지 않는 특성이 인간을 넘어설 것이다. 이처럼 과학의 자본에의 헌신은 바로 실직자의 증가인 높은 실업율로 나타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지속적으로 추진된 공장 자동화와 정보화는 제조업에서 더 이상 신규 고용을 창출하지 못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고용인원 수가 줄어들고 있다. 지난 40여 년간 선진국 제조업 고용은 절대 규모에서 줄었다. 미국의 제조업 분야 고용 감소의 요인은 자동화, 공정 합리화, 기술 혁신 등의 생산성 향상으로 인한 요인이 66%, 무역 및 해외 이전으로 인한 요인이 20%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적인 설비 투자로 인하여 발생하는 생산성 향상 속도를 고려하면 2030년까지 선진국의 제조업 고용은 11%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공지능이 인간을 더럽고 힘든 노동에서 해방시켜줄 것이고, 더 고상하고 우아한 일자리가 많이 생겨서 실업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일부 있기는 했었다. 하지만 이들도 이제는 과학의 발전이 인간의 노동을 필요로 하는 자리를 만들기 보다는 줄이는 데 더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경제가 정보·지식경제로 이행하면서 기술혁신이 일어나고 고용 없는 성장(jobless growth)이 두드러지게 된 점을 들 수 있다. ‘노동의 종말’을 쓴 제레미 리프킨은 첨단기술과 정보화 사회, 경영혁신 등이 인간의 삶을 풍족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좋은 일자리는 사라지게 하고, 저임금의 고용 안정이 떨어지는 임시직만을 재생산하고 있다고 하였다.
과거 대량 생산 기계는 단순 육체 노동을 대체했던 ‘1차 기계 시대’였고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로봇과 인공지능이 복잡한 육체노동, 나아가 지식 노동마저 대체하는 시대로 이미 진입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조만간 직업 세계에 야기될 대변화 속에서 결국 실업 증가, 나아가 사회 양극화가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옥스포드 대학의 프레이와 오스본 교수는 미국의 일자리 중 47%, 즉 절반 가량이 자동화될 위험에 처해 있다고 분석했다. 기술 발전에 힘입어 로봇 및 인공지능이 다룰 수 있는 작업 범위가 비정형적, 비반복적 업무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분석에서는 특히 도서관 사서, 단순 경리직, 세무사, 하역일꾼, 보험심사역, 텔레마케터처럼 자동화 확률이 90%를 넘는 직종들도 17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는 2025년경 전 세계 제조 및 서비스 직종에서 로봇이 4000만~7500만 명 분의 일을 하게 되고, 알고리즘은 1.1~1.4억 명 분의 일을 담당할 것이라 예측한 바 있다. (IT조선 , 2014.11.2.)
“인공지능, 로봇 등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이 가져올 미래에 대해 일반인과 전문가 모두 다소 암울한 전망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일반인 745명과 미래예측포럼 회원 133명 등 878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31일 내놓은 '미래에 대한 인식 및 미래 전망 시나리오 설문조사' 결과에서 이 같이 밝혔다.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6.4%는 기술 발전으로 향후 5년 내 고용 유연성이 증가해 좋은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고 답했다. 좋은 일자리를 찾아 우수한 인력의 해외 유출이 증가할 것이라는 응답도 83.5%에 달했다. 응답자의 83.5%는 복지와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간 갈등이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71.9%는 고령화와 복지 확대로 공공재정이 고갈될 것으로 전망했다. (연합뉴스 2016.6.1.)
이제는 인공지능을 아는 전문가이든, 잘 모르는 일반인조차도 인공지능이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는 불안감을 공유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