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발전이 불안한 이유 -2 : 불평등의 심화

과학의 발전은 유토피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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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의 심화


인간이 이성을 갖기 전, 그야말로 순수한 자연 상태에서 불평등은 없었다. 그러나 이성이 생기고, 사회가 생기고, 과학이 생기고 발전하기 시작하면서 인간 간의 불평등은 점점 더 심해지는 과정을 겪고 있다. 근세에서 현대에 들어서면서 잠시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듯하더니, 1%만의 세상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이 또한 과학의 발전 덕분에. 그리고 그 격차는 앞으로도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보통신기술(ICT)이 발전하면 대졸과 대졸이하 인력간 소득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단순한 반복 작업은 로봇 등이 대체하고, 소수의 창의적 인력만이 경제 활동의 주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는 의미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경우 불평등 심화 속도 완만하지만, 근거 없는 낙관은 경계해야한다”며 “기술변화 따른 노동자 적응 구조를 마련하고, 사회적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다수 선진국에서는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그 원인과 영향에 대한 다양한 논쟁과 연구가 촉발되고 있다. 금융위기에 따른 중산층 몰락, 생산의 해외이전, 정부의 소득재분배 역할 약화 등과 아울러 최근에는 ICT와 같은 새로운 기술이 노동을 대체하면서 불평등을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 보고서에서는 선진국에서 진행 중인 소득 및 부의 불평등 심화를 크게 세 가지 ICT의 기술변화로 정리했다.


첫째는 투자 특수적 기술변화로 기술발전에 따라 ICT 관련 자본재의 품질이 개선되고 저렴해지면서, 생산기술이 노동절약적이고 자본심화적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똑같은 양을 생산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적은 노동, 많은 자본을 투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로봇과 자동화로 가격이 하락하면서 ICT투자가 증가하고 노동절약적인 생산방식이 정착했다는 의미다. 둘째는 숙련편향적 기술변화이다. 대졸 이하의 저숙련 노동자보다는 대졸 이상의 숙련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방향으로 ICT가 변하고 있다. 디지털 혁명은 고등교육을 통해 습득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인지 및 판단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대졸자와 대졸 이하의 평균 수입 격차인 임금 프리미엄이 커지고 있다. 물류회사가 창고를 컴퓨터와 로봇으로 무인화하면서 기존 장비 운용인력을 해고하고, 컴퓨터 엔지니어를 채용하는 식이다. 이로 인해 지게차(포크리프트 장비)를 다루던 사람들은 소득감소를 겪게 되고, 컴퓨터 엔지니어의 평균 수입은 증가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직무편향적인 기술변화이다. ICT는 단순히 대학 이상의 교육을 받은 숙련노동자의 소득증가만 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의 양극화를 야기한다. ICT의 발전은 정형화되고 반복적인 직무를 수행하는 노동을 집중적으로 대체하게 된다. 제조업 생산라인이나 단순한 사무행정 업무는 물론이고, 이제는 기사 작성이나 주식시장 분석도 로봇이 대체하는 실정이다. 결과적으로 정형화되기 어려운 창조적인 아이디어나 인지능력, 판단능력이 요구되는 소수의 직무만 남게 된다. 반면 이렇게 대체된 다수의 사람들은 저임금이지만 아직 정형화되지 않은 가사서비스나 보살핌 서비스 등의 직종으로 이동하고 있다. 경제사회발전에서 과학기술의 역할과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으나 (지식기반경제, 새로운 첨단 기술 산업의등장 등), 사회 내부의 불평등은 전 세계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이는 과학자들은 자신들은 연구에만 충실하면 되면 이로 인하여 발생하는 불평등은 과학 발전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학기술 정책연구원’은 과학기술연구 또는 과학기술정책이 사회적 불평등을 유지하거나 심지어 악화시키는 이유로는 다음의 세 가지 불평등을 꼽았다.


가) 구조적 불평등

구조적 불평등은 과학기술과 관련한 인간적․ 제도적 역량의 불균등한 배분을 말한다. 예컨대, 국민 일인당 과학기술자(또는 R&D 인력) 수의 국가별 차이, 또는 과학기술자 수에 있어서 남녀의 비율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연구 성과가 뛰어난 연구기관들의 지역적․ 국가별 불균등 분포도 여기에 포함된다. 인력자원과 제도정비에 초점을 맞추는 과학기술정책은 이러한 구조적 불평등을 줄이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나) 대표성(참여)의 불평등

대표성의 불평등은 다양한 사회집단들이 과학기술정책 의사결정과정에 의견을 제시하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도의 차이를 뜻한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보건 의료연구와 관련된 의사결정에는 과학자뿐 아니라 조직화된 질병치료집단들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반면, 국방연구와 관련된 의사결정에는 국방관련 계약기업들은 상당히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대부분의 시민집단들은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연구정책의 핵심개념인 동료평가(peer review)는 프로젝트 자금지원과 관련한 의사결정에서 ‘연구자’라는 하나의 외부집단의 역할을 제도화하는 반면 ‘비연구자들’을 이러한 의사결정에서 배제한다. 물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나 시민집단이 과학기술관련 의사결정이나 위원회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다) 분배의 불평등

분배의 불평등은 과학기술변화의 이득과 비용의 불균등한 배분을 의미한다. 예컨대, 의료보험이 있는 사람들은 의료보험이 없는 사람들보다 새로운 약품과 치료법의 혜택을 볼 가능성이 크다.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부유층은 주요 오염원에 가까이 살 가능성이 적다. 생존수준의 자급농업에 종사하는 농민들은 새로운 종자의 값이 비싸면 그 혜택을 볼 가능성이 적어진다. 이와 같이 분배의 불평등은 보건․ 영양의 불평등(영양 결핍 등에 따른 질병 발생 빈도), 환경 불평등, 정보 불평등, 빈곤 유형 등을 포함한다. 공공 과학기술정책과 프로그램의 이득과 비용을 평가하고 모니터링하며 그러한 이득과 비용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은 많은 정부들의 공공관리 정책 틀의 중요한 요소가 되었으며, 따라서 과학기술정책에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하여 사라진 또는 사라질 자리에서 일하던 근로자의 재교육을 통하여 새로운 자리로의 재배치가 정치인과 과학자들 사이에서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그 모든 근로자들이 신기술에 맞는 고도의 기술을 배워도 페이스북, 구글등 세계에서 가장 큰 정보 통신 회산들은 고작해야 1-2만명 정도 밖에 고용하지 않는다. 이는 세계 최대의 제조사들이 수 십만명을 고용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리고 모든 재배치되는 근로자들이 같은 정도의 고임금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식사회에서는 내가 어떤 기술을 가지고 있는 가 하는 절대적인 기술수준보다는 남들보다 내가 얼마나 잘 할 수 있다는 상대적으로 높은 기술을 가진 일부만이 좋은 자리를 가질 수 있는 승자 독식의 사회이기 때문이다. 또 높은 임금이 보장되는 직업을 갖는 것의 여부는 노동자의 절대적인 기술 수준이 아니라 승자 독식의 사회에서 상대적인 기술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


과학기술의 변화로 인하여 이익을 보는 그룹과 피해를 보는 집단 간의 크나큰 간격을 만들어낸다. 이미 인간의 기본적인 동작, 계산 능력, 학습능력까지 넘어서고 있는 인공지능은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간에게 보다 고상한 삶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낙관론에 쐐기를 박기 시작하였다. 이제는 앞으로 다가올 더 깊은 불평등의 시대에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회적 준비를 해야 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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