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글로벌경제] 북미 스웨덴 협상이 주는 기대

앞으로는 나아질 것이다.

북한과 미국간의 비핵화 진전을 위한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간의 협상이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산장에서 1월19일부터 3일간 열렸다. 그리고 모두들 만면의 웃음을 지으면 헤어졌다.  


그들은 무언가를 협상해야할 정도로 시간에 쫒겼고, 스웨덴의 산골자기 호텔에서 합의에 도달할 때까지 나오지 못하는 감금상태에 있었다. 그리고 나왔다. 무언가 합의를 이루어야 했고, 이뤘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 그들의 합숙 상태는 더 길어졌을 것이다.


몇 년전의 일이다. 친구들과 등산을 갔다가 갑자기 궐석이 된 산악회 회장을 뽑아야 하는 일이 생겼다. 산악회 회원의 수는 40-50여명이 되어 적지 않은 수이고, 매달 모이기 때문에 적지 않은 희생과 인내심을 요구하는 자리이다. 그런 부담을 알기에 누가 선뜻 나서지를 않았다.  


하지만 회원들은 대략 한 번쯤은 저 친구가 했으면 하는 후보가 있었다. 그런 친구들과 같이 자리에 앉아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앉자마자 내가 내건 조건은 차기 회장이 나올 때까지 후보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말고, 가장 먼저 일어나는 사람이 회장을 맡기로 하자고 했다.


그 제안은 받아들여졌고, 회원 물망에 오른 친구들은 서로 자기가 하면 안될 이유를 대고, 상대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은 흐르고 스스로 자기가 하겠다는 친구가 나오지 않았다. 술은 각자 적당히 취할만큼 마셨고, 국물있는 안주는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서로 눈치를 보다가 결국 한 친구가 먼저 화장실을 가야 했고, 그 다음부터는 다들 부담없이 우르르 모두 화장실에 가서 시원하게 볼 일을 보았다. 제일 먼저 일어난 친구는 그후 2년간 산악회 회장으로서 모든 친구들이 좋아하면서 훌륭하게 잘 이끌어 갔다.


남북과 미국의 실무협상 대표들은 1월 19일 오후부터 스톡홀름 북서쪽 50㎞ 지점에 위치한 하크홀름순트 콘퍼런스에서 숙식을 함께 하며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각 측 입장을 설명하고 조율하는 합숙 담판에 들어갔다. 이들이 호텔에 들어갈 때 언제까지 그 곳에 머무를 것이라는 기한은 없었다.  


만약에 그들이 당초부터 2박 3일간 호텔에 머물 것이라고 알려졌다면, 그것은 협상에서 합의가 이루어지든 말든 간에 같이 자리를 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정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정해진 기약없이 그들은 호텔에 들어갔고 3일동안 같이 먹고 자고 떠들다가 웃으면서 나왔다. 어쩌면 서로 소리치며 악다구니를 했을 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그들이 목적한 바를 이루었음은 분명하다.  비건과 최선희 중 누가 먼저 집에 가고 싶어했는 지 궁금하지만, 당분간은 알 수없을 것이다.  


협상에서 '시간'(time)은 정보(information)· 장소(place)과 함께 협상력을 결정하는 3가지 변수 중의 하나이다. 그러므로 협상을 준비할 때에는 협상할 수 있는 시간을 어떻게 설정하고 어느 시점에서 협상을 타결할 것인지를 기획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우선 장소로 보면 스웨덴은 미국이나 북한으로부터 신뢰를 받는 국가이다. 양 쪽이 동등한 입장에서 협의할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이다.  


그럼 남는 것은 시간이다. 시간활용전술은 상대의 마감시간을 알아채고 상대를 압박하기 위해 사용되는 것 외에도, 언제까지 계약하지 않으면 그 다음날부터 가격이 인상된다고 선전하는 것처럼 스스로 마감시간을 정해 상대방에게 통보함으로써 상대방이 시간에 쫓겨 그릇된 판단을 하도록 활용되기도 한다.  


남북협상에서 남한대표단이 북한을 방문하면 대부분의 시간을 공연관람이나 행사참석 등으로 허비하게 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결과적으로 회담할 시간을 줄임으로써 뭔가 표면적인 성과를 얻어가고자 하는 남한 쪽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수단인 것이다.  


이번 북미협상에서 그들이 스웨덴에 거의 반강제 감금상태에서 협상을 할 수밖에 없던 이유는 북-미 정상회담 전에 합의해야 할 급박한 아주 세부적인 사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보다 큰 사항은 김영철과 폼페이오가 워싱턴에서 합의했다. 북-미 정상회담 여부는 김정은의 친서와 트럼프의 화답으로 정해졌다. 장소와 일정 문제는 김영철과 품페이오 간에 이루어졌을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월 24일 2차 북미정상회담 시기와 관련해 '60일 이내'라는 언급을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팟캐스트를 운영 중인 미국 라디오 진행자 로라 잉그레이엄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60일 안에 북한과 새로운 정상회담이 있을 것이라고 우리에게 말할 준비가 돼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스웨덴의 협상팀은 60일 이내라는 북-미 정상회담 전에 세부적인 합의를 해야 했고, 다행히도 그들은 3일 만에 협상을 마쳤다. 우리는 흔히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을 자주한다. 그 디테일을 맡았던 스웨덴 실무 협상팀이 웃으면 협상장을 나갔다. 앞으로 있을 김정은-트럼프 간의 만남을 즐겁게 기대할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남북경협시 부산은 혜택을 받을 수있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