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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최상의 교역파트너, 북한과 비즈니스 하기

남북한의 사장님들께 드리는 말씀



남북한의 경제가 다시 열리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에게는 너무 갑자기 열리고, 어느 분들에게는 너무 오래 걸리는 일입니다. 하지만 남북간 경제교류는 우리가 생각하는 통일과는 많이 다릅니다. 통일은 양체제간의 경계가 완전히 무너지고, 물자와 사람이 자유롭게 왕래하며 서로 이웃하고 살 수 있지만, 경제교류는 상당한 정도의 장벽이 존재하면서 제한된 범위의 물자와 사람이 오가는 변화입니다. 대만과 중국의 양안관계처럼 된다고 보시면 되겠지요. 다만 양안관계보다는 좀더 평화로운 관계가 될 것입니다. 중국처럼 대만을 무시하는 일 없이, 서로를 존중하며 UN에 같이 참석하는 남북관계이니까요. 이 책의 전제는 바로 그런 관계입니다. 그렇기에 이제까지 있어왔던 많은 불편함은 사라졌지만, 그 위에 또 새로운 불편함들이 생길 것입니다. 


우선 기본적으로 가정한 남북경제 교류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1) 남북간 물자교류는 국제무역 규범을 기본으로 하되, 한반도 내부에서 움직이는 민족내부 거래의 특수성을 감안한다.

2) 남북간 인적교류는 양측의 체제를 위협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한다.

3) 남북간 금융교류는 1)과 2)의 특수상황을 고려하여 제도를 만들어

간다.


경제교류는 두 체제가 분리된 채로 서로를 존중하는 것이기 때문에 통일보다 더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전례가 세계 역사상 처음이기 때문에 많은 분야에서 애매하게 시작될 수밖에 없습니다. 남북경제 교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 중에서도 물자교류의 실제 상황은 매우 구체적이고 금전적으로 명확해야 함에도 제도상의 모호함 때문에 뭐든지 될 수도 있고, 아무것도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이를 해석하는 관료들의 입김에 매우 강하게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그래서 필자는 남북교역이 다시 열리면 어떤 모습을 보일지 미리 제 나름대로 만들어보았습니다. 제 상상의 주인공은 거대한 대기업이 아니라 제가 해봤던 중소 제조/무역업체들이 북한에서 장사를 할 때 벌어질 수 있는 어려움과 즐거움이었습니다. 매우 제한된 정보와 자금력을 가진 중소기업들은 분명 정주영 회장님이 소떼 1,001마리를 끌고 들어가는 당당함과는 다를 것입니다. 


가장 먼저 되돌아보아야 할 일이 1990년대 초 중공이 개방되면서 대만이 밀려나고 중국이라는 국가명을 본토 중국이 차지하며 일어났던 일들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13억 인구에 1달러어치만 팔아도 13억 달러라는 희망을 가졌었지요. 하지만 실제로는 중국에서 구매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수가 얼마 되지도 않았고 구매력도 예상보다 훨씬 적었습니다. 팔고자 하는 기업들의 활동도 매우 제한적이었습니다. 게다가 더 상황을 악화시킨 것은 중국인들의 공산 사회주의적 마인드가 매우 강해서 자유 자본주의적 시장체제와는 매우 달랐다는 점입니다. ‘꽌시’(關係)라는 중국인들의 폐쇄적인 인간관계도 비즈니스를 어렵게 했습니다. 결국 많은 사람들

이 눈물을 머금고 손털고 나와야 했지요. 그럼 북한이라고 다를까요? 별차이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중국의 개방과 북한의 개방에는 약 30년의 차이가 주는 장점도 있습니다. 중국의 사

례가 충분히 알려졌습니다. 남한의 사업가들은 북한에 조심스럽게 들어가야 한다는 경각심을 갖게 되었고, 북한의 사업가들은 돈을 벌려면 자유 자본주의적 신용이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을 어느 정도는 했습니다. 그것이 신의주–단둥에서 소규모로나마 비즈니스 명맥이 이어져 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남북관계는 거시적인 안목이 중요했습니다. 아슬아슬했던 남북관계가 평화로워야 하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미시적인 활동이 펼쳐질 때입니다. 남북이 교류해야 하는 당위성이 있다고 해서 개별 기업이 모두 이익을 내지는 않습니다. 이미 10년 전에 많은 기업들이 북한사람 마음이 남한사람 마음과 같을 것이라고 믿고 순진하게 들어갔다가 빈손으로 나온 경우가 많습니다. 이념은 이념이고, 민족은 민족이고, 사업은 사업입니다. 필자는 이제 사업적인 측면에서 남북경협을 볼 때가 되었고, 그 사업적 시각은 중소제조/무역업의 사장들의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을 썼습니다.


이 책을 쓰면서 코트라 입사동기로 중국과 북한관련 사업을 하면서 끝없는 관심과 정보를 주었던 권오홍 친구, 이 책의 동기를 부여해 주신 경제경영서 저자 모임(BBC, Business Book writers club)의 김민주 회장님께 특별히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앞으로 북한에서 사업을 하고자 하는 남한의 사장님들, 또 남한에서 사업을 하고자 하는 북한의 사장님들에게 이 책이 조금이라도 참고가 되었으면 합니다.


홍재화  드림



*** 알림 ***

저의 신간 ‘최상의 교역파트너, 북한과 비즈니스하기’의 북세미나를 합니다.

여러 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일시 : 2019년 3월 27일 오후 7시 – 8시

장소 : 교보문고 광화문점 세미나룸 ‘배움’

참가비 : 무료

참가신청 : 홍재화  drimtru@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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