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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교역] 북한에서 팔도 유람 철물점을 해볼까

김삿갓처럼

(110-102) 남북교역과 팔도유람 철물점


북한 사람들의 경제사정이 나아지거나, 남한의 주거 환경을 접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자기 집을 좀 더 쾌적하고 편안하게 꾸미고자 하는 욕구가 일어날 것이다. 그런데 북한에는 남한처럼 공구나 주택 수리도구, 인테리어 소품을 파는 가게가 많지 않고, 장마당에나 가야하기 때문에 주택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이런 북한의 주택 수리도구와 생활용품을 직접 가져가서 파는 철물점 소매상을 하면서 팔도를 돌아다니면 인생이 지겹지 않을 듯하다.

                                                                             (사진 : https://kafkago.tistory.com)


현대판 보부상이라고 해도 될까 모르겠다. 차에다 빗자루, 바구니, 아이들 장난감, 주방용품등을 잔뜩 실고 골목골목 돌아다니며 빗자루왔어요, 바구니 왔어요~ 하며 팔던 만물상 트럭을 생각하면 된다. 


우선 트럭을 사야 한다. 보통은 1톤 트럭으로 다니는데, 길 사정이 좋지 않고 철물점이 발달하지 않은 북한 전역을 골고루 다니려면 좀 넉넉하게 5톤 트럭으로 하려고 한다. 약간 과장하자면 움직이는 다이소 정도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한다. ‘생활의 달인’에 소개된 어느 트럭 만물상인은 1톤 트럭에 320여종, 총 1715개의 물건을 싣고 다녔다. 그럼 5톤 트럭에는 1000여종, 8000개 정도를 실으면 넉넉하겠다. 사업 성공의 관건은 내가 돌아다닐 동네에 맞는 상품을 골라서 제 자리에 실는 것이다. 평양에서 여름에 필요로 하는 물건과 한겨울의 양강도 꼭대기인 혜산시에서 필요로 하는 물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매 번 돌아다니면서 바꿀 수는 없다. 가급적 트럭 안 쪽에 있는 물건은 잘 바뀌지 않는 것으로하고, 바깥 쪽에는 수시로 바뀌면서도 잘 팔리는 물건을 전시해야 한다. 가격은 싸고 좋아야 한다. 트럭에서 파는 물건이니 만큼 사는 사람도 당연히 싸려니 생각한다. 대신 품질은 가격대비 꽤 좋아야 한다. 물건의 조달은 우선 퇴계원에서 철물점하시는 사촌형님의 철물점을 기지로 삼으려고 한다. 의정부 친구의 문구상도 주요 물건 조달처이다. 우선은 두 곳을 시작점으로 하되, 하다보면 거래선이 늘어나 다양하고 좋은 물건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차체는 윙바디로 해서 양쪽으로 자동으로 날개처럼 열고 닫을 수 있게 하여 안전성과 보안성을 높이려고 한다. 트럭에 물건을 실을 선반을 잘 설계하고 분류를 잘 해야 어느 물건이 어디 있는 지 알 수있다. 그렇지 않고 물건을 싣기는 실었는데, 어디에 놓았는 지 모르면 낭패이다. 만물상 트럭 주인들을 보면 아무리 작은 물건도, 각질제거기같은 것도 손님이 달라고 하면 바로 꺼내줄 정도는 되야 한다. 그 작은 1톤 트럭에 있는 물건을 모두 꺼내어 펼치니 실내 체육관이 꽉 차는 것을 보았다.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차의 앞 뒤에는 고성능 스피커를 달고, 트럭 만물상이 왔음을 온 동네에 알릴 장치를 만든다. 녹음기에는 신나는 음악과 더불어 안내 멘트를 녹음해놓아야 한다. 동네마다, 계절마다 필요로 하는 물건이 다르기 때문에, 그때 그때 적당한 선전문구가 있어야 한다. 신제품 안내 멘트도 수시로 해야 할 것이다. 


트럭만물상의 핵심은 큰 돈을 벌겠다는 욕심이 아니라, 사시사철 세상에 구애받지 않고 물좋고 경치좋은 한반도 팔도강산을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재미이다. 잠은 5톤 트럭에 약간의 공간만 있으면 된다. 밥은 그 동네 시장 명소나 맛집에서 사먹고, 식당이 마땅찮을 때 해먹을 취사도구를 가지고 다니면 된다.


나와 삿갓


내 삿갓은 정처 없는 빈 배

한 번 쓰고 보니 평생 함께 떠도네


목동이 걸치고 송아지 몰며

어부는 그저 갈매기와 노닐지만


취하면 걸어두고 꽃 구경

흥이 나면 벗어 들고 달 구경


속인들의 의관은 겉치레, 체면치레

비가 오나 바람 부나 내사 아무 걱정 없네

             (김삿갓, 김병연)


죽장에 삿갓쓰고 팔도를 주유하던 김삿갓같은 풍류와 시를 짓지는 못하더라고, 트럭에 물건싣고 금강산, 묘향산, 백두산, 한려수도, 흑산도 등등 전국팔도를 주유하면 어려움은 좀 덜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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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림 ***

저의 신간 ‘최상의 교역파트너, 북한과 비즈니스하기’의 북세미나를 합니다.

여러 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일시 : 2019년 3월 27일 오후 7시 – 8시

장소 : 교보문고 광화문점 세미나룸 ‘배움’

참가비 : 무료

참가신청 : 홍재화  drimtru@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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