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무역의 무기화] 무역은 평화와 전쟁의 도구

잘 쓰면 약, 못 쓰면 독

(27-1) 무역의 무기화 무역은 평화와 전쟁의 도구

무역전쟁이 남의 나라에서만 벌어지는 일인줄 알았더니 이제는 한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일본이 7월 4일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한국 대법원이 인정한 것에 반발하며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무역외적인 문제로 상대를 해결하고자 무역을 상대방에 대한 제재 또는 항의의 수단으로 사용한 것이다. 이런 성동격서식의 무역의 국제간 갈등 도구화를 가장 먼저 그리고 자주 쓰는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의 후 진타오(胡錦濤) 주석이 양안정책의 구호로 내세운 以經制政(이경제정: 경제로 정치를 제어한다)은 당시 대만총통인 마 잉주의 先經後政과 호응하였다. 현재까지 역사상 무역을 무기화하여 가장 강력한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나라들은 미국과 중국이다. 오바마때부터 격화되기 시작한 미중 무역갈등은 오랜 기간동안 겉으로 드러나기도 한 사건도 있고, 물밑에 숨어있던 문제도 있었지만 충분히 예견은 되었다. 성격이 부드러운 오바마가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 미국에 대한 기술 해킹을 중단하라고 강하게 요구한 적이 있었지만, 중국은 이를 무시했다. 그런 시간이 지나가면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미국은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한 관세 카드를 꺼내 들면서 인내력의 한계를 드러냈다.  국가안보를 이유로 수입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2018년부터 철강·알루미늄에 고율관세를 매겼고, 수입차와 자동차 부품에 대한 고율관세도 추진 중이다. 자유세계와 경제적 관계를 강화하고 공산주의 경제의 침투를 막기 위하여 1962년 제정된 무역확장법 232조는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발족 이후 사실상 사문화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22년 만에 부활시켰다.


하지만 거꾸로 보면 무역은 평화의 도구이기도 했다. 남북관계가 어려워질 때 개성공단이 생겼다. 그리고 개성공단은 남북한이 전쟁을 하지 말아야 할 수 만 가지 이유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미중 간의 갈등이 무역을 통하여 증폭되고 있지만, 미중 갈등을 풀어낸 요소도 역시 무역이었다. 유럽공동체는 항상 피비린내나는 전쟁터였던 유럽을 관세동맹이라는 무역 공동체를 만들어냄으로서 평화를 만들어냈다. 한국과 중국의 관계 개선의 시작도 무역이었다. 이처럼 무역은 평화의 도구이다. 왜냐하면 무역은 하면 할수록 서로 간에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양국이 서로 자유롭게 각자가 잘 만들어 낼 수 있는 물건을 수출하고, 수입하면 혼자서 자급자족하려고 할 때보다 더 다양한 물건을 더 많이 소비하고 생산할 수 있어서 생활이 윤택해지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화한 세계는 이전의 어느 시대 때보다 더 자유로운 국가 간 무역으로 외국 사람들과의 더욱 가까워졌고 상호 존중하는 마음이 높아졌다. 사람들은 자유와 개인의 소유권 존중을 바탕으로 한 국제간 무역 거래가 쌍방 모두에게 이익을 주고 국가의 부를 증진시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더 부자가 되고 싶으면 다른 나라와 더 자주 무역을 해야 한다. 이 사실을 깨달은 많은 국가가 중상주의의 경제적 국수주의를 버리고 전쟁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자유무역으로 성공한 나라를 꼽으라면 분명 첫 손으로 대한민국이어야 한다.


1960년대와 1970년대 가난한 개발도상국들은 자국의 경제를 일으켜 세우고자 많은 노력을 하였다. 그런데 대부분의 국가들의 경제정책은 ‘수입대체 산업 육성’이었지, 대외 개방을 통한 수출드라이브 정책은 아니었다. 그 당시 ‘수입대체 산업 육성론자’들의 주된 경제이론은 ‘종속이론’이었다. 종속이론은 이미 세계 정치. 경제의 중심부에 있는 선진국들이 나중에 자본주의에 편입된 국가들, 다시 말하면 과거 선진국들의 착취대상 식민지였던 국가들이 구조적으로 종속되어 지속적으로 착취당하게 된다는 이론이었다. 중남미에서 나온 이론이지만 한국에서도 꽤나 유행했던 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싱가포르, 홍콩, 타이완과 남미의 칠레만은 ‘수입대체 산업 육성정책’이 아닌 대외 개방을 통한 수출드라이브 정책을 취한다. 결과적으로 아시아의 4 마리용은 빠른 시일 내 고도성장을 이루었고, 칠레는 남미에서 가장 부유한 시스템을 가진 나라가 되었다. 이에 반하여 수입대체정책을 추진한 나라중 제대로 된 성장을 이룬 나라는 없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라도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 무역을 통해 현재를 융성하게 하고 미래를 발전시켜야 한다. 세계에서 대외 무역의존도가 높은 나라이기 때문에, 무역은 우리 생활에 매우 밀접한 영향을 준다. 환율이 바로 오르면 국내 물가가 오르고, 글로벌 경제가 침체되면 한국의 경제도 침체된다. 매우 취약한 경제구조를 보이는 듯하면서도 역사상 가장 뛰어난 경제 성장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제 한국은 두 개의 큰 무역전쟁의 와중에 있다. 미중 무역전쟁과 한일 무역 전쟁이다. 미중 무역전쟁은 그나마 중국의 불공정 무역행위가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그런데 한국은 중국의 사드경제보복, 일본의 대일청구권 등 비 무역적인 요소 때문에 피해 전쟁 당사자가 되었다. 왜 정치와 경제, 특히 국제정치와 국제 무역은 분리되지 못할까? 왜 현대에 와서 ‘무역’은 국제 정쟁의 도구화가 되고 있나?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우리는 왜 무역의 무기화를 적절히 활용하지 못하는 지에 대한 의문을 품어야 한다. 한국이 작은 것 같지만, 세계 7대 무역 강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무역에 관한한 어느 정도는 대응력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무역이라는 무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공격무기로는 사용하지 않더라고 방어용으로는 충분한 힘이 있다. 그 힘을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이다.


앞으로 27번에 걸쳐서 국제 정쟁 수단으로 무역의 무기화 원인과 사례를 살펴보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찾아보고자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남북교역] 북한이 개방되어야 하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