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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경협 : 한미 공동으로 북한 핵시설을 인수하자

(17-2) 한미 공동으로 북핵 시설을 인수해야 하는 이유



북한의 핵관련 시설을 인수하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남한 단독으로 북핵을 인수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우선 미국과 합작 인수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일본이나 기타 제3국과 연합하여야 한다. 남한은 한반도 당사자로서 적극적으로 북핵 인수 사업을 주도해야 한다. 또한 미국이 참여해야 하는 이유는 북한의 체제보장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나라이면서, 인수한 시설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의 수출 시장을 제공해야 할 가장 큰 나라이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이 인수에 참여하지 않고, 의심스런 관점으로 남북한을 본다면 인수사업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참여도 바람직할 수 있다. 일본의 원자력 기술도 북한 핵시설 운영에 도움이 되고, 또한 일본이라는 큰 시장을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미-일 3국뿐만 아니라 가능한 한 많은 나라들이 참여하는 것이 북한 핵의 변덕스러움을 방지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면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신뢰도를 향상시키는 일석이조이다. 그렇지만 만일 남한이 단독으로 인수한다면 상당한 문제점들이 노출된다.


1) 남북한 연합 핵개발로 간주될 가능성

이미 남한은 상당한 핵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핵무기를 만들지 않았을 뿐이지, 핵발전이 인공 태양등 연관 연구와 성과는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있다. 마음만 먹으면 1년 내에 수백 개의 핵탄두를 개발할 수 있는 나라로 첫 손 꼽히고 있다. 그런 남한이 북한과 단독으로 핵시설을 공동으로 운영한다면 당연하게 주변 국가에서 의심의 눈초리로 보게 된다. 지금도 일부 남한 사람들은 ‘북한이 핵을 설마 남한에 쏘겠어?’, ‘유사시 북핵을 중국이나 일본에 대한 대항력으로 갖고 있어야 한다’고 한다. 정치권에서는 공공연하게 남한도 핵무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한다. 물론 우리는 공격용 무기가 아니라 북한이나 주변국들의 안보 위협에 대한 방어용이라고 말할 수는 있다. 그러나 우리가 안보용 핵을 가진다면, 주변국들도 한반도의 핵에 대항하기 위한 ‘방어용 핵’을 만들어야 하는 동기를 갖게 된다. ‘안보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우리가 아무리 다른 나라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고, 남북한 합작 핵시설은 연구용 또는 평화용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해도,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일본, 중국, 미국 러시아가 아니다. 거꾸로 일본이 방어용 핵을 갖는다면 남한도 마찬가지로 핵을 가져야 할 이유가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남한이 단독으로 핵 시설을 인수하면 주변국과의 핵무기 증강 경쟁에 방아쇠를 당기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주변국에서는 남한과 북한에 대한 여러 가지 경제, 군사, 정치적 제재를 시작할 수 있다. 그런 위험과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북한 핵시설의 인수는 여러 나라가 공동으로 시도해야 한다.


2) 비용분담

우라늄 농축시설, 원자로, 핵폭발 실험시설, 대학과 연구단지 등 북한의 핵시설은 북한 전역에 퍼져있다. 이런 시설들을 폐기하는 데 드는 비용만 해도 "총 10년 기준 200억 달러(약 21조2400억 원)"에 달한다고 권혁철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가 추산했다. 그는 "과거 핵무기를 보유했던 우크라이나의 경우엔 국제사회가 4억6000만 달러로 1840개의 핵탄두를 제거했다"면서 북한의 경우엔 핵시설과 핵물질, 관련 물적·인적 자원이 대규모로 존재한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비용은 우크라이나에 비해 적게는 3배, 많게는 5배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핵무기야 당연히 폐기되어야 하겠지만, 연구시설이나 실험시설까지 폐기하고, 핵관련 과학자들을 미국 등 제 3국으로 보낸다면, 그간의 연구 업적이 모두 무효화되는 한편 폐기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 시설을 평화용으로 전환하고 연구 인력을 활용한다면 비용 부담은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 폐기를 한다면 북한은 현금과 시설의 맞교환을 원해야 한다. 그렇다면 남한으로서는 그 금액만큼 현금으로 준비해야 하지만, 공동 인수하고 이를 활용한 생산 설비로 전환한다면 현금 구매가 아닌 장기간 나누어서 지불할 수 있는 방도가 생긴다. 그 비용을 미국 등 여러 나라들과 공동 부담한다면 남한으로서는 한결 금전적 어려움이 덜해지기 때문이다. 


3) 북한의 변심 방지

남북한은 같은 민족이고 5000년의 역사를 공유하였다고 하지만, 최근 70여년은 갈등과 대결의 연속이었다. 서로 쉽사리 믿음을 갖기 어렵게 되었다. 북한에서 보기에 남한도 여러 번 배신했겠지만, 남한의 입장에서 보면 북한은 여러 번 약속을 어겼다.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에 의하면 김정일은 김일성보다 더 확고하게 비핵화를 약속했었다고 한다. 2005년 중국이 주도한 6자회담을 통해 발표된 9.19합의를 통해, 김정일은 모든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을 포기(abandoning all nuclear weapons and existing nuclear programs)하고 NPT에 복귀하여 IAEA사찰을 받겠다고 약속, 서명했었다. 당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드디어 한반도에 핵없는 평화의 시대가 열렸다고 감격했고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역사적 업적이 되었다고 격찬했다. 그러나 그런 감격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 어떤 결과도 없었다. 2006년 다시 마련된 2.13 합의도 다시 한 번 모든 핵무기를 폐기(abandoning)한다는 9.19합의 이행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김정일과 김정은은 지난 12년간 6차에 걸친 핵실험과 ICBM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핵무력 완성에 모든 역량을 투입해왔다. 결과적으로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실패가 반복되었다. 이런 반복된 약속 불이행을 남한만으로는 북한을 강제하기 어렵다. 경제적으로는 물론이고 때로는 물리적 강제력도 필요할 수 있다. 게다가 남한은 여전히 북한에 대한 호의적인 좌파와 비우호적인 우파간의 이념 갈등이 있다. 북한이 대남공작 술책을 활용한다면 남한은 자중지란에 빠져 대책을 만들기 어려울 수도 있다. 따라서 의사결정권을 남북한 단둘이 공유하기 보다는 여러 국가가 투자한 지분만큼의 권리를 갖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남북한이 갈등하더라도 중재로 해결하거나, 최악의 경우에라도 투표로 결정하면 된다. 그런 의사 결정 구조가 된다면 지금까지처럼 남북한이 서로 믿지 못하고, 자존심을 세우느라 아주 쉬운 문제도 풀지 못하고 악화되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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