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아카데미 운영체계
통일이 된 후 한반도의 모습을 만들어갈까? 아니면 한반도의 모습을 미리 만들어 놓고 거기에 맞추어 통일을 이룰까?
1. 기본 개념
한반도 아카데미는 통일을 준비하는 기관이 아닌 통일 또는 남북교류의 시작 이후를 준비하는 기관이다. 분단 이후 70여년 동안 남북 관계가 나아지지 않았던 이유는 통일을 그 종착점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통일이후 한반도가 어떻게 될 지에 대한 비전이 없으니 굳이 남북이 합쳐야 할 이유를 서로에게 설득하지 못했다. 남북한은 자기가 추구하는 목적에 따라 자기 방식으로 통일을 원했을 뿐이다. 북한은 유일사상 체계를 가진 공산. 사회주의 방식의 통일을 원하고 있고, 남한은 자유. 민주. 자본주의 체계로 통일하기를 원했다. 그러니 서로 원하는 통일이 다르고, 통일된 후에 어떻게 통합된 국가를 꾸려 나갈 지에 대한 계획이나 비전이 없다. 통일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남북한 주민의 보다 행복한 삶’이 한반도 미래의 목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그 목적을 세우려는 시도가 없었다. 한반도 아카데미는 ‘통일’이 목적이 아닌 ‘한반도 주민의 보다 행복한 삶’이라는 미래 목적을 만들고, 이를 시행할 인재를 육성하는 기관으로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이 아카데미의 교육대상은 남북한 양 측에서 지원. 선발된 인재여야 한다. 비록 현재는 갈등하고 위협하고 있을 지라도, 이러한 상황이 언젠가는 풀린다. 그 때가 올 것을 대비하여 통합된 정치. 경제 체계로서의 한반도가 준비해야할, 또는 겪게 될 상황들을 미리 시나리오화하여 예측하고,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혜택을 최대화할 인재를 양성하는 목적이다. 기본 모델을 삼는다면 인사혁신처의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곳은 남한의 공무원을 양성하는 커리큘럼 운영으로 상당한 변용이 필요하다. 남북한 최고의 두뇌들이 모여서 미래 한국의 리더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협의하여 결정한다.
2. 인재 육성 전략
‘한반도 아카데미’에서 길러질 인재는 남북한을 아우르는 엘리트양성이다. 군대식으로 본다면 ‘사관학교’와 같은 교육기관으로 보아야 한다. 여러 나라들이 정치학교를 운영하면서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것과 같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출신지인 남한 또는 북한의 이익을 우선하겠지만, 이와 더불어 통합된 남북한 정치. 경제체제의 발전적 연구와 실행 방안을 남북 인재들이 협동하여 만들어내야 한다. 남북한을 통털어 생각하면서 1945년 이래 분리된 정신세계의 재통합도 추구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 문화. 역사 등 인문학적인 소양도 깊이 있게 가르쳐야 한다. 남북한 주민의 정신적 통일이 있어야 비로소 진정한 통일이기 때문이다. 정신적 통일에 대비하지 않고, 지리적 통일만 이루어진다면 예멘의 경우처럼 내전으로 번져 오히려 안하느니만 못한 통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합이 이루어져도 물질적으로 악화된다면 역시 통합되지 아니함만 못하게 된다. 베트남이 그렇다. 1972년 통일되기 전만해도 남 베트남은 북베트남에 비하여 미국의 지원으로 북베트남보다 경제적으로 나앗다. 그러나 통일이후 남북 베트남은 하향 평준화되어 더 가난한 통일이 되버렸다. 독일의 경우도 어느 정도 준비한다고 했지만, 너무 갑작스럽게 되어 한동안 서독 경제마저 붕괴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마저 든 적도 있다. 게다가 남북한의 경제력 차이는 명목 GNI (국민 총 소득) 기준으로 45:1이고, 수출액 기준으로 176배이다. 경제력의 차이가 너무 크고, 경제 시스템 자체가 매우 달라서 준비 없는 통합은 모두의 붕괴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남한의 자본력과 기술력, 북한의 노동력과 자원을 잘 활용하면 남북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방안도 나올 수 있다. 과거 남한의 경제기획원과 같은 부서를 운영할 인재를 미리 육성하여야 하는 이유이다. 그리고 그렇게 통합된 한반도는 세계 경제를 이끄는 부유한 나라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정치적으로도 당당한 나라가 되어야 한다. 통합된 한반도마저 지금처럼 미국-중국-러시아-일본에 끼인 약소국 대접을 받을 수는 없다. 이들 나라들은 물론이고 문화적으로도 세계를 선도할 준비가 되어야 한다. 글로벌 리더를 양성해야 하는 이유이다.
3. 교육 목표
‘한반도 아카데미’ 인재 양성의 최고 목표는 양 측 주민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다. 주민이 우선되어야 지, 권력자나 소수 기득권자의 체제 기득권 유지가 아니다. 고조선 단군이 ‘홍익인간’을 제창하신 이후로 삼국시대, 남북국시대, 고려시대, 그리고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백성’의 소중함을 강조해온 한반도 정치체제이다. 조선시대의 왕은 백성을 잘 다스리기 위하여 매일 아침에 신하들과 공부하는 ‘경연’이라는 제도를 유지해왔다. 백성을 착취의 도구로 삼았던 유럽이나 중국의 왕권들과는 많이 달랐다. 그러한 한반도의 전통이 남북통합된 시대에도 이어져야 한다. 따라서 아카데미 학생들은 한반도 주민들의 행복한 삶을 위한 전문적 지식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스스로 개발하는 능력을 고취시켜야 할 것이다.
4. 참 한반도인의 구현하는 핵심 인재 양성
남북한이 통일되든, 양측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교류를 하는 방식으로 공존을 하던 간에 평화가 유지하려면 서로 공유하는 가치가 있어야 한다. 그 가치를 만들 소양이 있는 인재가 현재는 없다. 남북한은 서로의 입장을 가지고, 상대와 대하면서 자기 측의 정신적 가치를 상대가 따르기를 원한다. 그러나 통합된 남북한이 어떤 체제가 될 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물론 현재 자기가 속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기를 기대하겠지만, 어쩌면 전혀 새로운 방식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그리고 남한은 더 이상 단일민족국가가 아니다. 베트남, 태국, 일본, 미국인 등등 세계 각국의 인종들이 남한에 귀화하여 남한인으로 살고 있다. 이제 민족국가로서 남북한 통합은 어려워졌다. 다인종 국가인 남한과 비교적 순수성을 지닌 한민족 국가 북한이 합쳐지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반도에서 사는 사람들은 어떤 정신적 가치를 가져야 할 지를 구체화하여야 한다. 이제까지 세상에 없던 사상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5. 미래 한반도 비전제시
통일이 된 후 한반도의 미래 비전은 어떤 것일까? 남북한 주민이 부유한 경제 생활을 영위하면서 민주적인 정치 활동을 하는 모습을 그리는 게 맞을까? 아니면 남북한 주민이 위대한 수령 김일성. 김정일 동지의 은덕으로 이밤에 고깃국 먹으며 유일사상을 지키며 살아갈까? 어느 일방에 의한 통일이라면 둘 중의 하나겠지만 그 중간 지대에 대한 비전은 없다.
통일이 된 후에도 한반도는 여전히 반도국가로서 미-중-일-러의 틈바구니에서 고전하는 약소국일까? 아니면 근세의 영국과 같이 정치. 경제. 기술. 문화로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가 될까?
통일이 된 후 한반도의 모습을 만들어 갈까? 아니면 한반도의 미래 모습을 만든 다음 거기에 맞추어 통일을 이룰까?
한반도 아카데미는 이런 질문들에 최선의 대답을 제시하며 통일 한국이 구체적으로 남북한 국민들에게 희망적인 미래를 제시하는 기관으로 만들어야 한다. 한반도 아카데미를 만드는 것 자체가 통일에 대한 비전을 만드는 첫 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