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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걷기]만리동 청파동 언덕 오르다

가다 서다 보다 찍다 마시다 언덕 넘어서다

만리재, 청파동을 돌아보았습니다.

약현성당, 염천교 구두방, 서울역, 만리시장, 동네 구경하며 돌아다닌 후기를 적었습니다.

시조체인 3장 4음보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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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재나 갈까나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조오타~

닐니리야 닐리리야, 니나노난실로 내가 놀러간다,

화창하한 봄 날에 만리재로 간다아~~ 


1)

뒤도 봅시다~


만리재가 어디냐면 서울역 뒤 동네라오,

오가는 이 많아도 만리재 가본 이 드물다오,

여보쇼, 나그네들, 앞만 보지말고 뒤도 봅시다


2)

서울역


내려서 만나고 반갑고 기쁘다,
타고 떠나서 아쉬워 기약한다,
회자정리 이자필반 광장에서 인생을 본다.


강우규 할배


강할배, 큰 일 하셨소~ 후손사는거, 할배덕이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 자리에 지켜봐줘요,

할배처럼 우리도 반도에 목숨걸었으니,




대합실에서


누구를 기다리시나, 누구를 보내시나,

하염없이 시계를 보며 그 때를 기다리네,

올 사람오고 갈 사람가고 기다릴 사람 기다린다


누가 언제올 지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도 기대하며 기다리는 마음,
어떻게 끝날 지 기대하는 내 인생


1)

피할 건 피하고


어허~ 대낮부터 뭔 일로 쐬주드슈?

보아하니 모두다 한 가락 하셨었구만,

그 가락 때문에 피할 일이 많은가 보구려


2)

나부터 챙기고


남북한 통일이 걱정되시나요?
지구 펑화를 준비하고 계신가요?
햋빛피하고 술깨고 하셔도 됩니다.


  




1)


세상이 어떠슈~


자룡선생, 그 작은 걸로 천하가 보여요?

자룡정도되면 척하면 삼천리 아닌가벼~

남들보다 멀리 보는 눈이 더있어, 좋겠네



2)

구자룡이 찍는 이유


찍어도 찍어도 찍을 게 나온다,
살아도 살아도 언제나 새롭다,
좁디좁은 렌즈로 넓디넓디 세상본다





나도 쓰임새가 있다


벽돌 집만 집이냐? 박스 집도 집이다,

영웅만 사람이나, 나도 사람이다,

하늘가리고 바람막으면 그 안이 내 천하!



1)

염천교 구두방에서


내 코에 흙탕뭍었다고 얕보지 마라,
잘 닦으면 나도 빛난다,
몸을 잘 쓰려면 맘을 잘 쓰자




2)

염천교 구두 방에서 


너희들이 보기에는 다 같아 보이지?

여기에서 같은 놈은 하나도 없다,

바느질, 박음질이 구두장수 마음이거든,


 

누가 저 빛을 만드나


우울하고 침울하여 위로받고 싶은 자여,

이리로 와서 빛의 아름다움을 보라,

유리와 마음에 색을 입히는 이는 사람이라.



오래되도 변함없이


백년도 넘은 약현성당 앞에,

반 백년 넘은 두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이나 건물이나 쌩쌩하여 좋습니다.





기다리는 마음


도포에 갓쓰고 천주를 모십니다,

주여 어린 양들을 보살피소서,

아직도 기도하나이다, 어서 오소서




뜨는 언덕



저 언덕에서는 늘 뭔가가 떠오른다,

자전거, 우산, 트럭, 사람 

그 때마다 세상은 새로워진다


수평선 너머 떠오르는 일출이 놀라워,
언덕넘어 떠오르는 친구가 반가워,
놀라고 반가움에 내 심장 터질라



길을 닮은 아파트


언덕 길을 물 흐르듯이 아파트가 있습니다,

1층에는 식당도 가게도 흐릅니다,

구경하며 오르니 다리아픈 줄 잊습니다




커피방앗간에서



커피 향이 코를 진하게 찌릅니다,

참새는 방앗간으로, 우리는 커피방앗간으로,

고소하게 퍼져오는 냄새를 즐겼습니다.






소리없는 질문



우승의 영예인 월계관을 머리에 쓰고,

마라톤 승자에 주는 로마전사 투구를 들고,

우리에게 묻는다, 태극기는 잘 있느냐?



손기정과 구자룡



두 명의 사내가 나란히 섰다,

살면서 두 사내는 열심히 달린다,

일제에 앞서고, 시대를 앞서려고




손기정과 동아일보


하나의 사실이 두개의 기사로 실렸다,
신문의 구문( 舊文)이 신문이게 했던 기사,

하루 늦었지만 독자들에게 감동과 진실을 주다,





청파동 개미수퍼


개미는 아무 것도 안 했다,

그저 자리를 지켰을 뿐이다.

그리 오래도 아닌 100년 정도,


개미는 아무 말도 안했다,

사람들이 오가며 소문을 만들었다,

소문은 벽을 덮는 사진되다

봉제공장에서


미싱은 차차착 다리미는 사사삭,

수증기 푸웁하고 뿜어내며 치솟는다,

패션산업은 증기차처럼 힘차게 움직인다,




탁자에 앉으니


홍사장, 어서 막걸리 주문하시게,

주모, 목마르오 빨리빨리 주문받으오~

없던 목마름이 느닷없이 생겼다


너무 일찍 왔나? 괜찮유~

안주는? 그야 모듬전에 막걸리,

손님은 앉고, 주모는 주문한다.


1)
낮술의 정의


흐메, 만리시장서 낮술 하셨는 가벼?

대여섯신데, 낮술인가 밤술인가 묻길래,

마시고 섰는데 해보이면 낮술이요


2) 

전설의 사진


만리시장은 영화찍던 곳이라고 합니다,
거기에서 우리 셋이 낮술 했다네요,
전설이 전설을 낳는 사진입니다,





꼬맹이 학교가는 길


꼬맹이들 지저귀는 소리가 귀를 채운다,

학교에서는 또래와 놀며 공부하고, 

동네는 숨고 달리는 신천지 모험터,


엄마 손에 잡혀가는 등굣길은 빨리,

집에 가는 하굣길은 친구와 멀리로,

오늘 통학로에선 무슨 일이 생길까?




좋지요~


오늘도오 걷는다마는 정처없는 이 발길,

곧장오면 잠깐이나 돌아돌아 쉬엄쉬엄,

구선생, 언덕넘어 목축이며 쉬어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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