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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파동 언덕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청파동 걷기 2]서울역 - 숙명여대 - 갤러리 통술 집 : 네이버 블로그                                                                                                                                                                                                                                                                                                                                                                                                                                                                                                  


자, 슬슬 가볼까요?
뜨거운 햇볕도 다소 지친 오후 5시, 
우리는 서울역에 모였습니다. 
대장 김민주, 찍사 구자룡, 깍두기 홍모씨
오늘은 어느 길로 갈까 대략 상의합니다.
청파동은 서울역과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없는 위치입니다.

서울역 뒤 편의 저 언덕 동네가 청파동입니다.
앞 만 보고 달리기도 바쁜 세상에 뒤돌아볼 여유가 없지만,
서울 역에서 잠시 뒤 편으로 와서 청파동이 저 곳이구나 하는 여유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서있는 곳은 서부역자리입니다.
기억나시나요, 서부역?
오래 전 장항선이 떠나던, 서울역의 서쪽에 있어서 서부역입니다.
새로 크게 서울역을 짓느라 서부역의 흔적이 사라졌습니다. 
다만, 버스 표지판에는 서부역으로 되어있고, 택시를 타고 서부역하면 기사분들은 다 알아들으시고 이리고 데리고 옵니다. 

코 앞에 빨간 건물은 국립극단입니다. 


다시 서울역 앞 쪽으로 와서 갈월동 쪽으로 내려옵니다.
좀 냄새가 향그롭지 않습니다. 노숙자들이 많은 곳이라서 그렇습니다.
세상의 밝은 곳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어둔 면이 보입니다. 
잠시후 갈월동  굴다리를 지나갑니다.
위에서는 세상과 연결된 기차가 힘차게 지나고, 옆에는 바쁜 자동차가 지나고, 우리는 뭐 볼게 없나 하고 어슬렁 갑니다. 


그렇게 어슬렁대다가 드디어 볼 거리를 하나 찾았습니다.
청파동 배다리터 표지석입니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한국협회본부(청파동 1가 161번지) 앞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일설에 의하면 이 표석은 잘못된 고증의 결과물이며, 원래 배다리는 300미터 남짓 북쪽으로 올라간 지점에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배다리라면 배로 만든 다리일 텐데, 지금 이 곳은 어디를 봐도 물의 흔적이 없습니다. 이 앞의 다리 밑이 옛날 만초천이라는 개천이 흐르고 있다네요.


그러니까 저 앞길 밑이 만초천입니다.
기찻 길 아래 작은 가게들이 따닥따닥 붙어있습니다.
기차가 지날 때마다 집이 흔들리겠지요?
말 그대로 기찻 길옆 오막살이들입니다. 



숙명여대 가는 길입니다. 
아 이 길의 이름이 '순헌황귀비길'이군요.
숙명여대를 세우신 분이랍니다.
옛날에 숙명여대 분과 인연이 생길 뻐언~ 한 적이 있습니다.
얼굴도 보지 못한 그 분이 누군지 궁금해지네요.
올라가며 빵집에 들러 빵하나를 샀습니다.
단팥빵, 곰보빵, 크림빵도 아닌 울퉁불퉁 못생긴 빵입니다.
여러 가지 재료가 마구 박혀있습니다. 
맛있더군요. 빵 집이름이 뭐더라~
한국의 빵도 참 다양해졌다고 하며, 셋이서 손으로 뜯어먹으며 숙대를 지나갑니다.
아, 서울시장 후보로 등록하신 분이 유세를 하고 있네요.
녹생당의 페미니스트후보입니다.
모두들 이 나라를 위하여 열심히 노력하시는 분입니다.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람며 지나갔습니다.



길 양편으로 나뉘어져 있는 숙대를 지나니 효창공원이 나옵니다.
그 입구에서 숙대쪽을 되돌아보았습니다.
숙대까지는 북적대며 사람이 많이 오가는데, 
여기서부터는 마치 거짓말처럼 발길이 뚝 끊깁니다.
앞쪽에는 갈월역, 남영역이 있어서 그렇지만, 
뒤 쪽에는 전철역이 없어서 그런가요?


효창공원에서 만리시장, 서계동으로 가는 길입니다.
언덕이 길고 한적합니다.
간간히 마을버스 4번만 오가네요.
승용차도 드뭅니다.



청파초등학교 입니다.
대문에 참 정나미없는 팻말이 붙어있습니다.
아이들이 있는 곳에 어른이 들어오면 불안하니 들어오지 마라는 뜻입니다.
참 답답합니다.
학교는 마을의 축제의 장이었고, 지식인인 선생님이 계시던 곳이라, 
마을의 중심지역할도 했던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어른은 무서우니 들어오지 말라는 저 팻말을 보며 웬지 제가 불안해집니다.
다시 저 학교가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운동도 하고, 쉼터가 되기도 하며, 마을의 미래인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흐뭇하게 볼 수있는 곳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아, 이 곳도 재개발되는군요.
저 건물들은 지은 지 몇 년이나 되었을까요?
얼마 후, 이 곳에는 새로운 건물, 새로운 주민들이 들어서겠지요.
그럼 새로운 마을이 생긴다는 의미이기도 하고요.
그 곳은 좀 더 아름답고, 동네 사람들이 서로 어울리는 곳이기를 바랍니다.


여기가 효창원로의 꼭대기 지점입니다.
앞뒤로 봐도 이제부터는 내리막길입니다.
이 길을 따라서 물도, 차도, 사람도 흘러내려갑니다.
그냥 마구 흘러가는 길이 아니라  지날 때마다 누군가, 무언가가가 생각나는 길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배문고등학교 옆 길입니다.
변진섭이 이 길을 다니며 노래를 불렀을까요?
언덕위의 동네라서 오르내리막이 많습니다. 
그 골목마다 다 새로움이 있고, 사연이 있겠지요.


그러다가 문득,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지점에 다달랐습니다. 
좁은 골목길을 이리저리 헤매고 있었습니다.
바로 5미터 앞도 보이지 않던 골목에서 갑자기 눈이 확 트입니다.
서울 시내가 한 눈에 보이는 공터가 나왔습니다.
서울의 야경은 멋있습니다.
깜깜해야 하는 시간에 인간이 만들어내 형형색색의 네온이 밤 하늘을 비춥니다.

좀 더 어두워져 좋은 사진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근처 구멍가게에서 캔 맥주 3개와와 과자 하나를 사왔습니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두런대다 보니 시간이 제법 지났습니다.
자주 보던 사람이지만 늘 비슷하게 만나다가 이렇게 멋진 곳에서 맥주 한 모음에 과자 하나를 나눠먹으니 더 친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친구와 여행을 자주 다니라는 말이 있나봅니다.


밤 골목이 어둡습니다.
조용하기 까지 합니다.
저 계단 너머에는 또 어떤 사연이 깃들어 있을까요?
어릴 때는 아무 생각없이 다니던 길도 이제는 생각하며 걷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민학교 시절 버스나 기차를 타고 가다보며 차창 밖의 수 많은 길들을 따라가면 어디로 갈까 궁금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제는 지도를 보면 어디로 갈 지 다 압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 길위에 펼쳐지는 사연들이 궁금합니다.



늦은 시간인데 일하는 청년이 있습니다.
저 분의 앞 날에 복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다시 서계동, 국립극단 쪽으로 내려와 서울역으로 가려합니다.
늦었으니 출출합니다.
마침 눈을 끄는 집이 있네요.
삼겹살에, 소주나 한 잔하며 목을 축일까요?
이름하여, 생고기 통술집
고기가 생고기인 것은 알겠는데, 통술집이라.
술을 통으로 파는 집인가?



어, 들어가보니 많이 보던 올리비아 핫세도 보이고,
가족이 같이 찍은 그림, 주인장 내외분의 초상화도 보입니다.
그 외에도 가게가 그림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알고보니 주인장의 따님이 그림을 그리신다고 합니다.
그림에는 문외한이기는 하지만, 인간적인 따스함을 느끼는 그림이었습니다.
쥔장에게도 한 잔 권하니 역시 안 드시네요.
갤러리 통술집 쥔장아저씨, 잘 마셨습니다.



처음 시작한 그 자리로 다시 왔습니다.
청파동 언덕의 불 빛이 꿈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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