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 지나간 뒤에 오는, 명확한 쾌락에 대하여

by 술 마시던 나무

불안이 지나간 뒤에 오는, 명확한 쾌락에 대하여


음주 후의 불안과 걱정은

영원하지 않다.


그 시간을 통과하고 나면

어느 순간부터

설명하기 어려운 상태가 찾아온다.


머리가 맑고,

생각이 정리되고,

감정이 과하지 않다.


자극이 없는데도

기분이 괜찮다.


이게 내가 말하는

명확한 쾌락이다.



이 쾌락은

술로 얻는 쾌락과 완전히 다르다.


술의 쾌락이

“무언가를 더해 얻는 것”이라면,

이 쾌락은

불필요한 것이 빠져나간 뒤에 남는 상태다.


평온함,

정신적 깨끗함,

그리고 안정된 에너지.


이건 중독의 반대편에 있다.



하지만 이 상태에 도달하기까지

반드시 거쳐야 하는 구간이 있다.


과음 후 다음 날부터

며칠간 이어지는

우울, 불안, 걱정의 시간.


이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이전 글들에서 말했듯,

이 시기는

가바와 글루탐산, 도파민 시스템이

균형을 되찾는 과정이다.


뇌는 지금

회복 중이다.



문제는 이때다.


이 시기에는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든다.

즉각적인 물질,

즉각적인 완화.


“한 번 더 마시면 편해질 텐데.”


사실 맞다.

잠깐은 편해진다.


하지만 그 선택은

회복을 방해하는 게 아니라

회복의 시간을 늘리는 선택이다.


추가 음주는

균형을 다시 깨뜨리고,

뇌를 다시 출발선으로 되돌린다.


그래서 이 시기엔

명확한 원칙이 필요하다.


회복 기간에는

추가 음주를 절대 배제한다.


견디는 게 아니라,

회복에 집중하는 것이다.



회복의 핵심은

무엇보다 수면이다.


충분한 숙면은

뇌가 스스로 균형을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수면 중에는

글루탐산 과잉이 가라앉고,

가바 시스템이 다시 정상화되며,

도파민 수용체의 민감도도 서서히 회복된다.


이건 정신론이 아니라

생리적 사실이다.


그래서 회복 수면은

“많이 자는 것”이 아니라

깊게 자는 것에 가깝다.



그리고 회복을 가속하는 도구가 있다.

바로 운동이다.


특히 러닝 같은

리드미컬한 유산소 운동은

과학적으로도 효과가 명확하다.


러닝은

• 엔도르핀 분비를 증가시키고

• BDNF(뇌유래신경영양인자)를 활성화하며

• 도파민 시스템을 자연스럽게 자극한다


이 도파민은

술이 만드는 왜곡된 도파민이 아니라,

노력과 리듬에 의해 생성된 건강한 도파민이다.


그래서 운동 후의 기분은

자극적이지 않지만 오래 간다.



여기에 하나를 더하면

쾌락의 밀도가 달라진다.


찬물과 따뜻한 물을 번갈아 사용하는 것이다.


이 방식은

자율신경계에 직접적인 자극을 준다.

• 찬물 교감신경 활성

• 따뜻한 물 부교감신경 활성


이 전환을 반복하면

신경계는 강하게 각성했다가

깊게 이완된다.


그 결과

운동 후 도파민과 엔도르핀 효과가

더 선명하게 체감된다.


이건 기분 좋은 느낌을 넘어서

몸 전체가 살아나는 감각에 가깝다.



나에게 또 하나 중요한 건

읽기다.


내가 가고 싶었던 방향의 책,

예전에 인상 깊었던 문장,

한 번 나를 살려줬던 구절들.


그걸 다시 읽으면

뇌는 신호를 받는다.


“아, 이 방향이었지.”


이건 단순한 위안이 아니다.

정체성을 복구하는 작업에 가깝다.


불안과 음주로 흐려졌던

자기 서사가

다시 이어진다.



이 모든 과정을 지나

명확한 쾌락이 온다.


그 쾌락은

흥분이 아니라 안정이고,

도피가 아니라 집중이며,

망각이 아니라 선명함이다.


한 번 이걸 경험하면

회복의 길은 열린다.


그리고 사람은

그 쾌락을 다시 경험하기 위해

같은 과정을 반복하고 싶어진다.


이건 중독이 아니다.

회복의 강화학습이다.



뇌의 횡포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그 횡포가 언제 시작되고,

왜 강해지는지는

이제 안다.


알코올이 뇌에 미치는 영향,

그로 인해 나타나는

불안, 걱정, 충동.


그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순간

선택지는 하나로 줄어든다.


알코올을 멀리하는 삶을 선택하자.


도덕적으로 옳아서가 아니라,

가장 효율적으로

평온과 쾌락을 얻는 길이기 때문이다.


명확한 쾌락은

언제나

조용한 머리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머리는

술이 아닌

회복으로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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