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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르멘 May 01. 2024

똥 때문에 휴가 쓴 사연

힘주자, 힘!

이번글은 아주 라이트 한 에피소드글입니다.

다만  응가, 똥과 같은 단어가 즐비할 예정이오니

비호감이거나 비위가 약한 분들은 이번 브런치글을 스킵하시기 바랍니다...



"자응가 응가 다 같이 준비

배가 아파요

뿌웅뿌웅 뿡뿡뿡

지금은 안 돼요 힘주면 안 돼요

변기를 찾아요 힘차게 달려봐요

응가 응가 응가 응가"


응가송을 다섯 번쯤 들었을까.


결국 나는 말했다.


"저 오늘 1시간 휴가 좀 쓰겠습니다."


다행히 요새 휴가를 쓸 때 사유를 말할 필요가 없다.

살다 보니 똥 때문에 휴가를 쓰게 되는구나.


사연인즉슨.


보통 때와 같이 4살 아들과 아침을 먹고, 주말에 사둔 초콜릿케이크도 먹어치우고,

모든 준비를 끝마친 채 8시 30분쯤 집에서 나오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9시 30분 출근까지는 여유 있게 도착.


그러나, 내 말이 화근이었을까.


나오는 길에

"아들, 근데 응가 안 하고 가도 되겠어? 하고 가면 시원한데."


갑자기 그때부터 아들이 응가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5분 정도는 여유가 있으니 화장실에 다시 들어갔다.


하지만

"응가 안 나와~~ 으앙!!!!!!" 소리가 들렸다.


"그럼, 이따 싸면 되지"

"안돼, 지금 하고 싶어 안 나와 엉엉엉"


사과를 급하게 깎아 조금 먹이고 다시 응가를 시도.

그러나 역시나 실패.


우리 아들로 말하자면 평균 1일 2 똥을 싸는 쾌변남인데, 오늘따라 똥이 안 나온다고 아침부터 사달이 났다.


결국 옷을 다시 입고 집 앞 편의점에 가서 우유 200미리짜리를 사서 먹었다.


어린이집까지 가는 길에 있는 커뮤니티센터에 내려가 아기변기에 앉았으나, 감감무소식.

결국 또 거기서 책을 몇 권 더 읽어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도 응가는 나오지 않았다.


이제 더 이상은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엄마, 이제 지금은 진짜 가야 돼.

어린이집 가서 응가하자. 응가 마려우면 선생님한테 말하고, 하면 되지. 괜찮아.

누구나 하는 거야. 엄마도 해"


여러 번의 설득 끝에


"어린이집 가서 할래"

(아이는 원래 집에서만 큰일을 본다)


아들의 답변을 듣고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선생님께 지각 사유와 향후 대처방안(?)을 논의드리고 회사로 출발했다.


회사를 가면서 '이게 뭐라고 애한테 처음에 짜증을 냈을까' 하는 후회와

'이젠 진짜 별일로 다 휴가를 쓰네' 싶은 허탈함이 밀려왔다.


이전에는 아이가 팔이 빠져 휴가를 급히 쓴 적이 있었는데,

이제는 똥이 안 나와 휴가를 쓰다니.


출근하고 잠시 짬을 내 휴대폰으로 채와 우유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부디 오늘 같은 일을 최대한 막아보길 바라며.


이제 쾌변의 신도 나를 도와야겠다.

들으셨죠?


힘주자,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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