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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르멘 Oct 20. 2024

Miss캠핑 vs Mrs.노캠핑

A대리는 25살에 회사에 입사했다.

그리고 아마도 28살때쯤부터 캠핑 중 고수들만 간다는 동계캠핑에 3년 연속 참여하게 된다.

자의로 시작한 캠핑은 아니지만, 동계캠핑으로 캠핑을 스타트 했으니 캠핑의 끝을 꽤나 빨리 경험한 셈이다.


허접한 캠핑도 아니요, 이미 캠핑의 고수 과장님들과 팀을 이뤄 간 캠핑이라

사실  A대리는 손하나 까딱하지 않고 그세계에 발만 들여놨다.

저녁으로 C과장님이 고향인 포항에서 공수한 과매기를 먹고, L대리님이 직접 떼온 육사시미를 구워먹고

후식으론 마시멜로를 장작불에 구워먹었다.

너무너무 추운 겨울 한파지만 '얼어죽어도 낭만'이라는 캠핑고수님들 덕(?)에 캠핑의자에 앉아 장작불을 난로삼아 빔프로젝트로 '겨울왕국'도 봤다.

정말 겨울왕국이 따로 없었다.

특히 겨울 저녁에 야외에 앉아있으면 한기가 엉덩이로 몰려왔는데, 그때엔 캠핑의자 밑에 장작숯을 하나씩 놓아주셨다. 그덕에 조금더 영화 시청이 가능했다.


다음날 아침이면 과일도 깎아먹고, 라면도 끓여먹고 눈부신 햇살에 '이맛에 캠핑하는구나' 싶었다.


그리고 또 가을에도 캠핑을 가게 됐다. 드디어!

이때 또한 자의적인 획은 아니었으나, 또한 몸만 가면 되는 쉬운 캠핑이었다.

이미 또 다른 캠핑의 고수들이 텐트와 랜턴, 해먹 등을 기가막히게 설치해놨다.

연천 재인폭포를 배경으로 천연 자연 그대로를 집삼아 몸만 뉘이면 되는 캠핑생활.

나홀로 왔다 배 두들기며 가다 그만인 한량 생활이 따로 없었다.


캠핑? 당연히 YES지!


 Y과장은 37살에 애엄마가 됐다.

육아휴직 1년 후 복직을 했는데, 아이가 자주 아팠다.

아이는 엄마가 복직하면 기가막히게 알고 아프기 시작한다더니 그말이 딱이었다.

 Y과장은 코로나때 임신해서 요새 다 간다는 태교여행은 꿈도 못꿨고, 그래도 당일치기 글램핑장 정도는 다녀왔다. 그때도 아이가 태어나면 또 이곳에 오게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어렴풋 했던것 같다.


워킹맘 1년차엔 아이만 더이상 아프지 않으면 괜찮을 줄 알았다.

아이는 다행히 1년이 지나자 아픈 횟수가 줄었고, 엄마의 대응능력 레벨도 올라갔다.

문 닳도록 드나드는 소아과는 여전히 지겨웠지만,

감기약 먹는 날이 안 먹는 날보다 1년 중 더 많은 것 같았지만, 이제 크게 아프지만 않으면 크게 놀라지도 않았다.


워킹맘 2년차쯤 아이가 아니나 다를까 크게 한번 아팠다.

유행한다는 뭔놈의 폐렴으로 입원을 이틀했다.

그나마 다행인건 최소 3박4일에서 4박5일 입원 한다는데, 그동안 쏟아부은 영양제들이 이제야 빛을 발하는지 아이가 급속도로 쾌차해 이틀밤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문젠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Y 과장은 본인이 기억하는 나이부터는 1년에 감기를 한번 걸릴까말까한 체질이었다.

감기는 정신력 아닌가? 왜들 이렇게 감기 따위에 허덕이지? 는 자만심으로 똘똘 뭉친 인간이었다.

그런데 웬걸? 애가 300일쯤 감기를 달고 살고, 그 뒷바라지 하랴 일하랴 허둥대다보니  Y과장의 면역력도 신생아로 돌아갔는지 나머지 65일쯤 감기를 달고 살게 됐다.

애와 엄마 도합 365일 감기에 걸리는 꼴이다.


그러더니 아주 기막히게도, Y과장은 아이가 쾌차한 2주 뒤 열이 나기 시작한다.

가래 기침이 목구멍에서 나오더니 심상치 않았다.

혹시나 하여 내과에 가 엑스레이와 피검사를 해보니 폐렴 당첨!

폐렴이라. 생전 폐렴은 할머니 할아버지들만 걸리는 건줄 알았는데 나이 40에 이제 폐렴도 걸리는 구나 싶었다.


Y과장도 올 가을은  가을 캠핑의 로망을 야무지게 꿈꾸고 있었다.

멀리 해외여행은 못가도, 국내 산좋고 경치좋은 곳에서 아이와 고구마도 구워먹고 단풍도 줍고 도란도란 장작불 앞에서 하늘에 별도 세어보고자 했다.

장소를 못 골라서 그렇지 맘만 먹으면 당장에라도 갈줄 알았다.


그런데 사실 한가지 맘에 걸리는건 유사시 후방의 부재.

애가 아프거나, 애가 아파서 뒷바라지 하다 Y과장이 병나거나 하는 환장의 스케줄을 감당할 후방이 없다.

Y과장의 남편도 하루 3시간씩 왕복 출퇴근을 하며 겨우 버텨내고 있고

할머니 할아버지의 도움은 현실적으로 여건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 아주 작은 빵꾸만 나도 Y과장의 일상은 제대로 굴러갈리 만무하다.


이쯤 되니, 진짜 고민이다.

캠핑? 올가을은 NO!




눈치채셨을지 모르겠으나, A대리와 Y과장은 동일인이다.

Miss A대리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Y과장이 된 것.

이 둘의 인격체는 아주 동일하다.

하지만 아주 판이하기도 하다.

캠핑을 꿈꾸고 즐길 마음은 동일한데, 캠핑을 꿈꾸고 즐길 체력과 여건은 판이하다.


마음이 이길 것인가

체력과 여건이 이길 것인가


전자가 이기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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