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10 minutes

내 것이 되는 순간

by 카르멘

이효리가 노래했습니다.


Just 10 minutes

내 것이 되는 시간

용기 내봐

다가와

날 가질 수도 있잖아



그래서 저도 해보기로 했지요.

저스트 텐 미닛, 내 것이 되는 시간.


어디 클럽 간다는 건 아니고요,

저스트 텐 미닛은 저만의 관찰훈련 시간입니다.


관찰의 목적은 관점입니다.

저는 "관점"을 바꾸고 싶거든요.

살던 대로 살지 않으려면, 관점부터 바꿔야 겠더라구요.


그러려면 보던 대로 보면 안 되고,

듣던 대로 들으면 안 되고,

느끼던 대로 느끼면 안 되지 않을까요?


사는 건, 오감에서 시작되니까요.

어느 잇몸약 광고에서처럼 먹고 뜯고 마시고가 삶에서 중요하잖아요.


"관찰해야, 관점이 생긴다"는 브런치 지담 작가님의 말씀을 실천해 보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저는 관찰의 힘이 부족합니다.

성급한 성격이 과정을 다 생략하고, 혹은 최단으로 줄여서 어서 빨리 결과에 도달하라고 재촉합니다.

설명서 따위는 애초에 읽지도 않는 사람이고요.


그러고 다 안다고 착각합니다.

아마 이런 걸 거라고 단정합니다.

그래도 사는데 문제없었으니, 앞으로도 문제없을 거라는 고집이 됩니다.


하지만 정말 문제가 없었을까요?


제 안의 아이는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20대 내내 품었던 꿈이 결국 실패로 결론난 29살의 겨울, 저는 이제 그만 순응하고 '인생의 챕터를 꿈에서 다른 주제로 넘겨버리자' 생각했습니다.


지금 현재가 괴로우니, 그냥 과거로 넘겨버리고 어여어여 미래로 가자고 재촉했습니다.


30대는 결혼과 엄마라는 꿈을 좇는 평범한 삶이었는데, 그 "평범"이 "노력"의 다른 말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특히나 육아는 학교나 회사와는 다른 세상이라 제가 한만큼(과거) 예측가능한 결과(미래) 오지 않았고, 그 속에서 통제할 수 없는 변수들(현재)이 튀어나올 때마다 솔직히 짜증 났습니다.

오죽하면 애 앞에서 "아휴, 지겨워. 보람 없다.."라는 말을 내뱉었을까요...


지금 제 글의 문장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목구멍이 뜨겁고 눈앞이 흐릿해집니다. 제가 꿈꾸던 엄마의 모습과는 거리가 꽤 머네요.


고백하건대, 저는 "현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힘이 약합니다. 과거에 내가 투입한 게 미래에 존재해야 한다는 생각만 했습니다. 그 인과관계가 뚜렷해야만 한다고요. 그래서 과거를 분석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힘만 들였네요.


현재의 제가 보고, 듣고, 느끼는 일에는 특별한 힘을 들여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긴 하는데, '자세히' 살진 않았습니다. '꼼꼼히' 살지 않았고요.


그래서 한번 관찰이란 걸 연습해 보기로 했습니다.

자세히, 꼼꼼히.

그렇게 당장에 어떤 결론이나 목적이 되지 못하는 관찰을 하다 보면 현재에 집중하는 힘도 길러질 것 같습니다.


제가 보지 못했던 걸 보게 되고,

제가 듣지 못했던 걸 듣게 되고,

제가 느끼지 못했던 걸 느끼게 되지 않을까요?


그러다 보면

보이지 않는 것도 볼 줄 아는 시력이 생기고,

들리지 않는 것도 들을 줄 아는 청력이 생기고,

느껴지지 않았던 것들도 느낄 줄 아는 촉각이 생기지 않을까요?


아니 거기까지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1도만 다르게 보고, 1 데시벨만 다르게 듣고, 1온스만 다르게 느껴도 과거의 나와 다른 나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실은 똑같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들 투성이겠죠. 하지만 내 관점이 바뀐다면, 그건 다른 세상이 될 겁니다.



<4월 2일 관찰일기>


개나리.


1. 노랗다
2. 뿌리가 있는걸 보니 개나리는 나무네
3. 개나리는 잎이 4개구나
4. 개나리는 원래 밑으로 쳐지는 식물인가?
5. 움트지 않은 잎? 몽우리? 는 내가 좋아하는 연두색이네
6. 이, 꽃이 피면 무거워서 쳐지나 보다. 잎만 있을땐 줄기가 빳빳한데.
7. 여러 꽃이 한줄기에 못해도 20개 이상이니 무겁겠다
8. 뭘 더 봐야 되지? 볼게 남았나?


개나리 관찰일기 결론: 개나리 잎이 4개인걸 처음 알았다. 한줄기에 이렇게 많은 꽃이 대롱대롱 매달려있는지 몰랐다. 무거우면 쳐진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무거우면 많으면 쳐진다. 땅에 떨어지게 된다.

나도 마찬가지다. 내 몸에서 한 번에 너무 많은 꽃을 피우려 하면 무겁다, 쳐진다. 한 번에 하나만! 현재엔 현재의 꽃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