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귀찮음, 시작을 알려주는 들숨

by 카르멘


사회생활을 하며 가장 많이 생각하고, 입속에 담고 있던 말이 뭘까요?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퇴근 후 아이를 돌보고, 자기 전까지 가장 많이 삼켜야 했던 말.


“귀찮아”


물밀듯 가슴속으로부터 밀려오는 오늘의 할 일들, 그 일에 그림자처럼 딱 달라붙는 감정.

그게 바로 귀찮음이죠. 그러고 보니 귀찮음은 제 일생을 따라다니는 그림자 같은 존재네요.


귀찮다 : (형용사) 마음에 들지 않고, 괴롭거나 성가시다


품사가 형용사라는 점에서 보면, 이 단어는 분명 감정을 나타내는 어휘겠죠?


제가 아이에게 종종 해주는 인디언 체로키 부족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리 안에는 착한 늑대와 나쁜 늑대 두 마리가 있잖아. 어떤 선택 앞에서 이 두 녀석은 항상 싸우지.

너는 어때? 주로 어떤 녀석이 이겨? 그리고 어떤 녀석이 이기면 좋겠니?

이기는 녀석은 항상 네가 먹이를 많이 준 늑대잖아.”


아이가 양치하기 귀찮다, 옷 갈아입기 귀찮다, 어린이집 가기 귀찮다 할 때 종종 ‘늑대’ 이야기를 합니다.

물론 그 늑대들은 바로 제 안에도 살고 있죠.


우리 안에 ‘귀찮아하는 늑대’가 있다면, 그 늑대에게 먹잇감을 제공하는 건 뭘까요?




첫 번째로, ‘귀찮다’는 감정의 밑바탕에는 ‘공포’가 있습니다.


그건 눈앞의 일이 아니라,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미리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예기(豫期) 공포’ 같은 거죠.


할 일을 미루는 가장 일반적인 이유는 일종의 두려움 때문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타인의 판단에 대한 두려움, 소수의 경우이긴 하지만 성공에 대한 두려움 등이 해당된다. 게으르거나 동기 부족으로 미룬다 하더라도 원인이 되는 기본적인 두려움은 여전히 존재한다(주1)


그렇게 ‘귀찮음’이라는 감정도 결국은 공포에서 비롯됩니다.

겉으로는 무기력이나 게으름처럼 보여도, 그 안을 들여다보면 조용히 웅크리고 있는 두려움의 그림자가 있는 거죠.


예를 들어, 회사에 가는 게 귀찮은 건 회사에 가서 일어날 일에 대한 공포 때문이죠.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카르멘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제시간에 출근하고 퇴근하는게 소원인 워킹맘, 필라테스 하는게 낙인 운동녀. 그리고 죽을때까지 내가 나로 살아갈수 있도록 글 쓰는 작가. 삶을 레모네이드처럼 만드는 중입니다.

340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총 12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25화숨. 막. 살. (숨 막히지 않고 살기 위한)